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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담] 이인영의 '일인극', 北에 식량 제공하고 막 내릴까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이 장관 "北 식량 130만톤 부족, 적기 지원해야"

UN·EU도 올해 지원 포기…현실화 가능성 낮아

李 "北 무반응에 모노드라마 쓰는 심정" 토로

北, 백신은 국제기구 통해 논의…해킹 시도도

김정은, 간부 질책하고 주중대사 '무역통' 임명

경제난 심각해도 美군사위협 제거 여전히 우선

이인영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협력,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등 북한이 우리 정부의 잇딴 협력 요구에 침묵만 유지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식량 대북 지원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북한의 식량 부족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우리 정부가 다시 한 번 북한의 닫힌 문을 두드리는 모양새다. 인도적 지원은 제재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다만 북한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더 폐쇄적인 경제를 유지하고 있어 실제 교류는 쉽게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게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의 각종 지원이 아닌 미국의 군사적 위협 제거를 최우선 외교 과제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내부 정보 부족으로 유엔과 유럽연합(EU) 등 국제기구조차 올해 대북 지원은 포기한 상태다. 정치권이 각종 선거를 앞둔 상태에서 북한 관련 국내 여론 동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로 꼽힌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미국과 국제사회에 인도적 지원은 제재에서 빼 달라고 호소하면서도 북한의 지독한 무반응에 “혼자 모노드라마(일인극)를 쓰는 심정”이라고 답답해 하기도 했다.

북한 김정은. /연합뉴스


이인영 “北 식량 부족분 120만~130만톤, 적기 지원해야”

북한 식량 지원에 대한 논란은 지난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이 장관 발언에서 비롯됐다. 당시 이 장관은 “올해 북한에 120만~130만톤가량의 식량이 부족할 것”이라며 “대략 지난해 기준으로 지난 여름 수해나 태풍으로 인해 감산된 것이 20만~30만톤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년에 100만톤 정도 부족한 것에서 20만~30만톤 정도 더 하면 식량 부족분이 산출된다”며 북한의 식량 부족분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양해를 구했다.

이 장관은 이어 “인도주의 협력 문제는 정치·경제·안보 상황과 별개 트랙에서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파를 초월한 공감대가 있다”며 “일정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고 국회에서도 공감이 있을 것이니 필요할 때 적기에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북한이 이달 초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경제 개선을 당면 과제로 내세웠으나 악화한 대외 여건 등을 고려하면 어떤 성과를 낼지 예측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경제와 식량 사정이 올해에도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식량 지원과 관련해 “현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지원 시기와 방안, 규모 등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정부는 식량 부족과 같은 인도적인 사안에 대해 정치·군사적 상황과 별개로 지속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하게 견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와이대 웨비나에 참석한 이인영(오른쪽 위) 통일부 장관. /사진제공=통일부


“미국, 인도적 지원은 대북 제재에서 주저 말고 빼 달라”

이 장관은 20일에도 미국 하와이대 한국학연구소 주최로 열린 웨비나 '코리아비전 대화 시리즈'에 참석해 “인도주의 문제는 대북 제재 대상에서 주저 없이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도주의 문제는 북한의 정권이나 핵 개발 과정과는 철저히 다른 것”이라며 “미국의 민주당 정부도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 장관은 또 "보건의료협력과 민생협력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면 지금은 유엔이 제재를 적용하고 있는 비상업용 공공인프라 영역 정도는 제재를 풀어주는 데 국제사회가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좋겠다"며 남북 철도·도로 협력을 그 예로 들었다.

금강산 관광 문제에 대해서도 “국제사회가 제재의 시각을 유연하게 바꿨으면 좋겠다”며 "단체관광이 아니라 개별적 방문 형태를 띤다면 인도주의에 부합하기도 하고 제재 대상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이 완화되면 금강산 개별 방문부터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북한과 음악·영화·방송 등의 문화 교류에 관해서는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며 “문화와 방송이 공유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가 북한 정권을 붕괴시킬 의도가 없다는 걸 오랜 기간 인식시킨다면 북쪽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놓고는 “트럼프 정부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며 “(정책 수립에) 너무 긴 시간이 걸려 그사이 북쪽에서 다른 반발의 변수들이 생기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중국 투먼과 북한 남양 사이에 놓인 국경다리. /연합뉴스


UN·EU도 올해 대북 지원 포기…현실화 가능성은 낮아

다만 외교가 일각에서는 이 장관과 통일부의 식량 지원 발언이 북한에 대한 대화 요청 메시지일 뿐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북한의 폐쇄적인 현 상황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실행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추정이었다.

실제로 유엔과 EU는 정보 부족을 이유로 북한을 올해 인도적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미국 국영방송인 미국의소리(VOA)는 지난달 30일 EU 집행위원회가 올해 대북 인도주의 지원금을 배정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EU는 지난해 아시아와 남미 지역에 1억 1,100만 유로(약 1,505억 원)의 인도주의 지원금을 배정하면서 북한도 포함시킨 바 있다. 2018년에는 북한 내 대규모 홍수와 관련해 국제적십자연맹의 재난구호긴급기금에서 11만1,000달러를 지원했고 2019년에도 북한 주민들을 위한 구호 활동에 6만1,000달러를 지원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도 지난해 말 전 세계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나라와 지원 규모를 책정해 발표하는 ‘2021년 인도적 지원 개요’에서 북한을 제외했다. 당시 유엔은 북한 당국의 이동 제한 조치로 내부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최근 북한 식량 지원에 실패한 건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통일부는 2019년부터 WFP를 통해 쌀 5만 톤을 지원하려다 북한이 지난해까지 거부하자 결국 사업비를 환수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해 1월22일 중국 우한 지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자마자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금지했다. 또 그해 1월 말에는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하고 항공·열차 등 모든 교통편 운행을 중단했다. 유엔 세계식량기구(WFP)는 지난달 24일 VOA에 “국경 봉쇄가 지속되고 있어 물자의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현장 평가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앞줄 왼쪽)가 지난 16일 시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 ‘광명성절’을 기념하는 공연장에 김정은과 나란히 참석했다고 17일 보도했다. 리설주가 북한 언론에 등장한 것은 지난해 1월 삼지연 극장에서 설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한 이후 13개월 만이다.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리설주가 1년여간 두문불출했던 이유에 대해 18일 “출산 때문”으로 분석했으나 같은 날 이인영 장관은 “특별하게 그(임신·출산 등)와 같은 사유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국정원은 앞서1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리설주에) 특이동향이 없고 아이들과 잘 놀고 있다”며 “코로나 방역 문제 등 때문에 등장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이인영 “北 무반응에 혼자 모노드라마 쓰는 심정”

식량 지원 시도로도 남북관계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은 이 장관의 최근 발언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이 장관은 17일 YTN 뉴스특보에 출연해 김정은이 지난달 노동당 대회에서 제재와 코로나19 등으로 경제 실패를 인정한 것을 두고 “매우 솔직하고 어떤 면에서는 실용적인 접근”이라며 “젊은 지도자답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성과 지표들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작은 교역’, 인도적 협력 등 끊임 없는 교류 제안에도 북한이 침묵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평양에서 아직 아무런 답이 없다”며 “어떤 의미에서는 혼자서 모노드라마를 쓰는 것과 같은 시간을 보낸다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전력을 다해 상반기 중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보겠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된 북한 코로나19 백신 지원 문제에 관해서는 “우선 우리 국민의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백신 접종과 관련해 협력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며 “북한이 어느 시점에선가 백신 접종 협력과 관련해 국제사회로 나올 때 우리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전날인 16일 다른 부처와 최근 코로나19 백신 대북지원 문제를 논의했는지를 물은 취재진 질문에 “현 단계에서는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는 없다”며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을 때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대응 등 관련 문제는 남북 주민 모두에 관련된 사항이라 협력이 필요하다는 게 기본 인식”이라면서도 “국내에 백신이 충분히 공급돼 접종이 이뤄져 국민 안전이 충분히 확보된 다음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서울경제DB


‘확진자 0’ 北, 유니세프·WHO와 백신 논의…해킹 시도도

한편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국제 사회에 직접 손을 내밀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총 1만3,257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했으나 양성 판정을 보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한 상태다.

13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쉬마 이슬람 유니세프 아시아태평양지역 대변인은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WHO와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UNICEF)는 북한 보건성과 함께 관련 물품을 조정하고 있으며 지침서·교육방안·분배감시 수단·지원 자료 등을 개발하고 배포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슬람 대변인은 “현재 북한은 국가 백신 보급·접종 계획을 개발하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 백신 외에 다른 의약품은 북한의 국경 봉쇄 등으로 인해 반입과 분배가 제한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제 백신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도 3일(현지시간) 북한에 인도 세룸인스티튜트(SII)가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99만2,000회분(99만6,00만명분)을 전달하는 내용의 백신 배분 잠정 계획을 발표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15일 서면 브리핑에서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해킹을 통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기술을 탈취하려고 시도했다는 국내 보고도 나왔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국가정보원 업무보고 후 “사이버 공격이 매일 158만건 발생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31% 증가한 것”이라며 “국정원이 대부분 선제적으로 차단했다”고 밝혔다. 일일 158만건의 해킹 시도 대부분은 북한이 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하 의원은 이날 화이자가 북한에 해킹을 당했다고 단정적으로 밝혔으나 국정원 측은 “박지원 원장은 해킹 탈취시도가 있었다고 밝혔을 뿐 북한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바로잡았다.

신임 주중 북한 대사로 임명된 리룡남 전 무역상. /연합뉴스


경제·식량난 극심하지만…남북협력보다 美 군사위협 제거 최우선

이 장관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북한의 경제·식량 사정은 심각한 상황일 것이란 게 외교가의 공통된 인식이다. 실제로 김정은은 이달 8∼11일 노동당 대회 한 달 만에 전원회의를 소집해 내각의 경제계획안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당 경제부장을 임명 한 달 만에 교체하는 비상식적인 인사 조치도 내렸다. 김정은은 "어떤 계획은 현실 가능성도 없이 높여 놓고 어떤 부문에서는 반드시 해야 할 것도 계획을 낮추는 폐단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19일 신임 주중대사에 리룡남 전 무역상을 임명한 것도 경제난과 밀접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리 대사는 대외경제부문에서 줄곧 일해온 대표적 ‘무역통’으로 꼽힌다. 북한 간부로는 상당히 젊은 61세의 인사이기도 하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북한 정권의 의도가 엿보이는 인사라는 평가다. 남한의 협력 요청만 거부하고 있을 뿐, 자기들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 궁리는 찾고 있다는 뜻이다.

김정은이 지난달 노동당 대회에서 밝힌대로 북한 입장에서 우리의 협력 제의는 ‘비본질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도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 미국의 군사 위협을 떨치는 게 협력의 최우선적 전제 조건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는 최근 미국의 외교 전략과는 상충하는 요구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각종 지원을 성사시키기 앞서 당분간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미국 설득에 혼신의 힘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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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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