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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희 대한변협 회장 "진영논리에 무너지는 법치…정치가 線 지켜야 사법·검찰개혁 가능"

[서경이 만난 사람-이찬희 대한변협 회장]

정치권, 검찰 수사·재판 결과를 비난 대상으로 삼아

'법관탄핵' 견제장치 필요하지만 오비이락은 피해야

공수처 무소불위 기관 변질 우려…위원회 등 도입을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오승현 기자




“정치권은 검찰 수사는 물론 사법부의 재판까지도 비난의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편 가르기식’ 진영 정치 논리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죠. 국회의 눈치를 보다 보니 사법·검찰 개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겁니다.”


  •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21일 서울경제와 만나 국민들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사법·검찰 개혁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정치권의 진영 정치를 꼽았다. 정치권이 사법·검찰 개혁의 본질에서 벗어나 사건 수사·재판 비난에 매몰되는 등 넘지 말아야 할 ‘선(線)’을 넘으며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특히 정치권이 협치가 아닌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진영 정치 논리로 사법부까지 재단하고 있는 현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법부가 내부 논의에 따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까지도 정치권이 ‘아전인수’ 격으로 편 가르기에 나서면서 사법부의 독립성은 물론 신뢰성까지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 이 회장은 “언론을 길들이려 하는 것도, 사학 비리와 연관된 곳도 대부분 정치권”이라며 “사법부나 언론·교육 등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근본 해결책은 정치권의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의 최우선순위가 당선이 되면서 국민은 정당·국가에 이어 4순위로 밀려난 게 현실”이라며 “국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선거구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선이 목표가 아닌 소신을 지닌 국회의원을 뽑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등 정당·지역주의에 빠진 정치권의 풍토부터 바꿔야 사법·검찰은 물론 다른 개혁도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대담=김정곤 사회부장 mckids@sedaily.com



이 회장은 정치권이 견제를 넘어 ‘개입’ 수준의 모습을 보인 사례 가운데 하나로 김명수 대법원장을 둘러싼 ‘거짓말 논란’을 지목했다. 김 대법원장의 발언이나 이를 녹음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행위가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사퇴·탄핵을 운운하는 등 정치권 싸움에 휘말리게 함으로써 사법부의 독립성은 물론 신뢰성까지 훼손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이 회장은 “사법부 스스로 해결할 여지가 있는 사안을 정치권이 본인들 이해관계에 따라 확대·재생산하는 게 문제”라며 “내부 의견 수렴을 통해 잘못이 있다면 시정하고 반복되지 않도록 고쳐나가는 기회를 줘야 사법부의 독립성은 물론 신뢰성도 유지할 수 있는데 현실을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여야 공방에 사법부가 휘둘리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독립·신뢰성 측면에서 큰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특히 끝없는 신뢰 추락이 갈등 해소를 위해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진 사법제도의 근간마저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이 회장은 “사법 농단 사태의 근간에는 ‘판사가 행정부와 결탁해 재판 결과를 바꿀 수 있느냐’는 불신이 자리하고 있었다”며 “김 대법원장 거짓말 논란은 사법부의 신뢰가 끝없이 추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법 농단 사태보다 더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결국 정치권이 ‘견제’라는 본연에 임무에 매진하고 사법부 스스로가 자정 노력을 이어갈 때 깨진 믿음이 봉합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회장은 “판사의 직업 청렴성 등이 전제돼야 재판도 신뢰를 받을 수 있다”며 “그만큼 사법부의 독립·신뢰성 향상은 논의를 통해 법관 스스로가 지켜내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자기 등을 스스로 긁지 못하는 만큼 정치권의 견제가 없어서는 안 된다”며 ‘법관탄핵제도’에는 찬성의 뜻을 밝혔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 폐지로 판사가 자의적 판단에 따라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 만큼 ‘견제 장치’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법 부장판사 승진은 ‘고법 재판부의 부장판사만이 재판장이 될 수 있다’는 제도다. 하지만 인사권으로 법관을 줄 세우기 한다는 비판에 따라 지난해 3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폐지됐다. 대신 ‘부의 구성원 중 1인’이 재판장을 맡을 수 있도록 개정됐다.

  • 이 회장은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도가 있을 때만 해도 판사들은 본인 판결이 항소 기각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며 “현재도 3심제라는 내부 통제가 있지만 다소 약할 수 있는 만큼 국회 탄핵제도는 유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판사도 ‘철밥통이 아니구나’ ‘언제든 옷을 벗을 수 있구나’라는 경고 메시지이자 외부 통제 수단으로 국회의 법관탄핵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 다만 이 회장은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가 의결한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관 견제 장치로 국회 탄핵제도가 유지돼야 하지만 시기상 ‘정치적 보복’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식으로 판단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색안경을 끼고 볼 여지가 다분하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변협이 이른바 ‘조국 사태’ 이전부터 피의 사실 공표 금지 준칙 제정, 포토라인 금지 등을 주장했는데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다가 특정인을 대상으로 적용하기 시작했다”며 “판사 탄핵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암 수술을 받고 병가를 낸 뒤 사퇴하겠다는 사람을 붙잡고 있다가 현시점에 탄핵했다”며 “법관탄핵제도가 필요하다는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견에는 공감하지만 시기나 대상에 있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닻을 올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해서도 정치권이 견제라는 선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신생아’와 같은 공수처를 정치권이 진영 논리로 흔든다면 검찰 개혁, 고위 공직자 비리 방지라는 본연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공수처가 본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처장·차장·검사·수사관이 각자 역할에 따라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수처·검찰·경찰 간의 무한 경쟁 시대가 도래하는 만큼 인권 친화적 수사, 수평적 조직 문화 구축 등 특화 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신장개업한 중국집에 빗대 이야기한다면 공수처장은 사장, 공수처 검사·수사관들이 주방장”이라며 “공수처 검사들이 인권 친화적인 수사 문화를 만들어나간다면 공수처장은 공수처가 본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의미에서 처장이나 차장이 검사가 아닌 판사 출신인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판사 출신이 공수처장을 맡음으로써 별건·먼지털이식 수사 등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과 단절할 수 있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아울러 검찰과의 연관성이 없어 대상을 선정·수사하는 데 있어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도 요인으로 꼽았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오승현 기자


다만 이 회장은 공수처장에게 수사·인사·예산·입법 등 권력이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찰·경찰이 수사로서, 또 국회가 인사로 외부 견제가 가능하기는 하지만 다소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때문에 법 개정을 통한 내외부 통제 장치를 만들어야 공수처가 본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공수처장·차장이 일방적 수사를 하지 못하게 할 외부 위원회 등이 필요하다”며 영장심의위원회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등을 예시로 제시했다. 영장심의위원회는 올 1월 ‘영장심의위원회 규칙 제정안’이 효력을 발생함에 따라 생긴 곳이다. 사법경찰관이 신청한 영장을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청구하지 않을 경우에 대해 적법성 여부를 심사한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는 검찰 수사심의위는 검찰 수사가 적법한지 등을 심의한다.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설립해 공수처가 인권을 침해하는 수사를 하지는 않는지, 수사가 위법한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또 “공수처장을 비롯한 검사·수사관 등이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일반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탄핵할 수 있는 법적 토대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는 공수처 수사가 위법성을 지니는 등 잘못된 길로 가지 않게 할 수 있는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김진욱 공수처장이 공언(公言)한 공수처 내 수평적 조직 문화 구축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처장은 앞서 “공수처는 상명하복의 일사불란한 수직적인 조직 문화가 아닌 자유롭게 내부 소통이 되는 새로운 수평적 조직 문화를 통해 창의적인 조직, 일하고 싶은 조직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수평적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은 공수처장·차장의 의지에 달렸다”며 “내부적으로는 처장과 차장이 서로 견제하면서 구성원들과는 수평적 소통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he is…

△1965년 충남 천안 △1984년 용문고 △1988년 연세대 법학과 △2011년 연세대 법무대학원 △1999년 사법연수원 수료(30기) △2006년 법무법인 두라 변호사 △2007년 대한변호사협회 재무이사 △2008년 영상물등급위원회 감사, 대한변협 사무총장 △2010년 스폰서검사사건특검 특별수사관 △2011년 법무법인 정률 구성원 변호사 △2017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2019년 대한변협 회장

/안현덕 ·이희조기자 always@sedaily.com, 사진=오승현 기자 stor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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