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를 5개 등급으로 나눠 재난지원금을 주기로 해 ‘선별 지급’ 기조를 강화했지만 지원금 격차가 커지면서 등급 기준을 둘러싼 논란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안을 기준으로 하면 가장 많은 액수를 받는 1등급은 최저 등급에 비해 5배를 더 받게 되고 여당 안이 채택되면 최고 등급과 최저 등급 간 지원금 격차는 550만 원에 이르게 된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에 따른 3차 재난지원금을 주면서 집합 금지(300만 원), 영업 제한(200만 원), 일반 업종(100만 원) 등 3개 등급으로만 나눠 지원금을 책정했다. 예를 들어 아예 영업을 하지 못했던 노래방과 정상적 영업이 가능했던 편의점(일반 업종)의 지원금 차이는 200만 원에 그쳤다. 식당 등 영업 제한 업종 일부는 배달 특수 등으로 오히려 매출이 늘었는데 지원금을 받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여권은 그간 선별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집합 금지 업종과 일반 업종을 매출 감소 폭에 따라 각각 2개 그룹씩 나눠 지원액 등급을 5개로 확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5개 등급으로 나누면 지원금 격차가 훨씬 커지게 돼 형평성 논란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당이 추진 중인 최대 700만 원 지급 방안이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1등급(700만 원)과 5등급(150만 원)의 차이는 최대 550만 원까지 벌어진다.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방안으로도 지원 1등급 소상공인은 500만 원을 받고 5등급은 100만 원만 받아 400만 원의 차이가 난다. 이에 따라 노래방을 비롯해 헬스장(실내 집단 운동 시설), PC방, 뷔페 식당, 헌팅 포차(유흥 주점) 등 12개 시설 및 업종이 당정 협의 결과 및 매출 감소 규모에 따라 최대 500만~7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으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더 많은 피해를 본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다는 원칙 아래 당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집합 금지 및 일반 업종 내 ‘등급’을 나누는 매출 감소의 기준은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아 신중을 기하고 있지만 당정이 추경안을 최종 확정할 28일까지 5등급으로 지원금을 세분화하는 기준은 논란이 불가피하다.
재난지원금 대상 확대를 위한 방안의 윤곽은 어느 정도 잡혔다. 정부는 3차 지원금 때는 집합 금지 업종 24만 명과 영업 제한 업종 81만 명, 일반 업종 175만 명 등 총 280만 명에게 지원금을 지급했다. 이때 집합 금지, 영업 제한 업종에 매출 10억 원 기준을 적용한 반면 일반 업종은 연 매출 4억 원 이하를 기준으로 해 반발이 일었다. 예컨대 편의점의 경우 마진이 거의 없는 담배 매출이 전체의 45%에 달해 상당수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
정부는 이에 따라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는 일반 업종의 매출 기준을 10억 원 이하로 상향할 방침이다. 단 매출 감소 기준은 그대로 적용한다. 매출 기준을 상향하면 편의점과 대형 프랜차이즈 등 수혜 대상이 100만 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관련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현재 제조업 10인 미만, 서비스업은 5명 미만인 소상공인 지원금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5명 이상을 고용한 소상공인은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상당수가 제외됐는데 당정은 고용 유지를 독려하기 위해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재난지원금 대신 고용지원금을 늘리는 방식의 우회 지원 방안도 거론된다.
논란이 됐던 노점상에 대해서는 지원금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여당은 “노점상과 같이 세원·과세 자료가 없어 누락된 분들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하지만 대부분 현금 거래를 하는 노점상의 특성상 매출 변화와 손실 규모를 특정하기 어렵고 그동안 세금도 내지 않았는데 예산을 직접 투입해 도움을 주는 게 옳으냐는 논란이 커 일단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은 큰 틀에서 마련이 됐지만 추경 규모를 놓고 변수는 남아 있다. 여당이 기재부에 소득 하위 40% 이하 계층에 대한 일괄 지원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여당은 이를 위해 추경에 10조 원의 추가 예산 편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소득 하위 40%를 약 1,000만 가구로 잡으면 가구당 약 100만 원이 지급되는 셈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 같은 방안이 확정될 경우 ‘선별 지원’이라는 기본 취지가 무너지고 지난해 1차 지원금 지급 당시 불거진 ‘소득 경계 가구’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다시 폭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일괄 지원금 지급 대상을 줄이거나 이를 빼는 대신 소상공인 지원액을 더불어민주당 요구처럼 증액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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