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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금융]‘한미 금융 가교’ 씨티은행, 한국서 54년 만에 철수하나

금융위기 때 한미통화스와프 체결 일조

블룸버그 "한국 등 아시아 소매금융 철수 검토"

신임 프레이저 CEO "어떤 사업 주도할 수 있을지 가늠"

현실화하면 국내 은행 사이서 치열한 인수전 전망

/연합뉴스




“한국씨티은행을 두고 좀 과장된 표현일 수 있지만 ‘금융의 주한미군’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은행으로, 우리나라 외환위기 때 미국 금융권·정책당국자와 다리를 놓아 결국 달러를 조달해 올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 씨티은행이 한국에서 철수한다면 한국과 미국 간 ‘금융 가교’가 하나 없어진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지난 1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씨티그룹이 한국, 태국, 필리핀, 호주 등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지역 소매금융 부문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금융권에 오래 몸담은 한 관계자는 이런 관전평을 내놨다. 실제 씨티은행은 2008년 금융위기 때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에 힘을 보탰다. 당시 하영구 씨티은행장이 우리 정부와 미국 씨티그룹 등과의 다리를 놓았다.

/연합뉴스


씨티그룹이 갑작스럽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지역 소매금융 철수를 저울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로 취임한 제인 프레이저 최고경영자(CEO)와 관계가 깊다. 최근 씨티그룹 역사상 첫 여성 CEO가 된 프레이저는 지난달 컨퍼런스 콜에서 “전세계가 빠르게 디지털화되는 가운데 어떤 사업부문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지 가늠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다른 부문을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프레이저 CEO는 지난 2015년 중남미 책임자로 근무할 때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의 소매금융과 신용카드 부문을 매각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 중 아르헨티나 법인은 1914년에 문을 연 씨티그룹의 첫 해외조직이지만 프레이저 CEO는 그룹차원에서 이들 3개국에 충분한 투자를 하기 어렵다며 매각을 주장했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연합뉴스




물론 한국씨티은행 철수설이 불거진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부터 대략 3년 주기로 제기돼 왔다. 2014년 6월 대규모 점포 통폐합과 희망퇴직을 단행하자 철수설이 확산했고 당시 새롭게 취임한 박진회 행장은 일축했다. 이후 2017년 133개 국내 점포 중 101개를 없애겠다고 하자 역시 한국에서 발을 빼려 한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사는 철저히 수익 중심으로 움직이므로 씨티은행 철수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봤다. 한국씨티은행 당기순이익은 2018년 3,074억원으로 전년보다 26.1% 급증했지만 2019년 2,794억원으로 9.1% 감소했고 지난해는 3분기까지 1,61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38% 급감했다.



만약 씨티은행 한국 철수가 현실이 된다면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난감해질 수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한미 금융 가교 중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010년대 후반에 바클레이스, HSBC 등 글로벌 금융사가 한국시장에서 대거 철수하는 ‘엑소더스’가 있었다. 이를 두고 우리 금융당국의 고질적 금융규제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왔는데, 이런 지적이 다시 거세질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철수한다면 국내 금융사에게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 “철수가 결정되면 해당 사업부문을 그 나라 은행에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금융지주, 인터넷은행, 지방은행 등 사이에서 치열한 인수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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