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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쪽방촌 개발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천현숙 SH도시연구원장





쪽방촌 개발을 둘러싸고 정부와 토지 소유주 사이에 공방이 치열하다. 쪽방은 오래된 건물을 1~2평 방으로 쪼개 20만~30만 원의 월세를 받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주거 형태다. 보증금이 없고 월세도 저렴하지만 면적·시설·환경 등을 감안하면 결코 싸지 않다. 사람이 거주하는 곳이기는 하되 집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곳이다.

서울에는 돈의동·창신동·남대문·서울역·영등포 등 5개 쪽방촌에 317개 동, 3,857개 쪽방이 있다. 이 중 영등포가 가장 먼저 개발 대상이 됐으며 최근 서울역 쪽방촌을 공공 임대 1,250가구, 분양 1,160가구 규모로 재개발하는 정부 계획이 발표됐다. 쪽방촌의 낮은 사업성과 복잡한 토지 소유 구조 등을 감안하면 공공주택특별법을 통하지 않고서는 개발이 어렵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토지주들은 해당 지역 거주자가 아니면 분양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 청산된다는 점과 토지주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아 사유재산권을 침해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역 쪽방촌 소유주뿐 아니라 인근 후암·갈월동 쪽방촌 소유주까지 나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반면 개발 기간 이주 대책과 공공 임대주택 입주권을 얻는 임차인들은 개발에 찬성하는 모양새다.



쪽방촌 조사 결과 화장실이 없어서 가까운 공공건물 화장실을 이용하는 비율이 18.5%에 달한다. 도시가스가 연결된 곳은 44%에 불과하며 전기 장판·패널로 난방하는 경우가 많다. 5년 이상 15년 미만 거주자는 40%, 15년 이상도 28%에 이른다. 노숙 경험자가 절반을 넘고,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이 전혀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75%나 된다. 평균 월세는 22.8만 원으로 언뜻 저렴해 보이지만 면적·시설을 감안하면 결코 싸지 않다.

이렇듯 쪽방촌은 사람답게 거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기대할 수 없는 곳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그동안 쪽방 거주자들에게 공공 임대 입주를 알선하기도 하고, 쪽방촌 리모델링 사업을 시행해왔다. 그러나 주택 임대 보증금을 마련할 수 없거나 저렴한 셋집이 절실한 경우 등의 이유로 쪽방촌을 찾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또 이를 이용해 돈을 버는 임대인들이 있는 한 쪽방촌은 계속 존재할 수밖에 없다.

제도적으로 최저 주거 기준은 있으나 쪽방촌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점은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주거 형태는 없어져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임대인은 최소한 사람이 살 만한 상태의 주택을 임대 시장에 내놓도록 하는 기준이 제도화돼야 한다. 토지 소유자의 사유재산권도 중요하지만 임차인의 주거권도 중요하다.

주거권은 주거 안정뿐 아니라 사람답게 거주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면적과 시설도 포함된다. 이런 최소 조건에도 미달하는 주거 환경을 원천 방지하기 위해서는 쪽방촌 개발이 필요하다. 토지주의 반발과 재산권 침해, 그리고 쪽방촌 임차인의 주거권 보장. 어떤 관점에서 보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과 문제가 보인다. 균형 잡힌 해결책이 나와야겠지만 임차인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사회 전체가 노력하고 양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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