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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되돌리기 어려워...정책 패러다임 전환 필요

[韓 출산율 0.8명대...OECD 꼴찌]

15년간 305조 넘게 투입했지만

땜질식 정책에 저출산 해결 못해

노동 생산성 문제 해결 가장 시급

기술집약적 구조로 산업틀 바꾸고

이민정책도 이제 수면위로 올려야





24일 발표된 ‘2020년 인구통계결과’는 충격이다. 4분기 0.7명대로 떨어진 합계출산율과 인구가 순감하는 자연 감소가 현실로 다가왔다. 인구 감소는 그동안 모두가 위험을 알지만 그 심각성을 쉽게 간과하는 ‘회색 코뿔소’ 정도로 취급됐다. 하지만 지난해 총출생아 수는 27만 2,400명. 통계청의 2년 전 전망치인 29만 2,000명보다도 2만 명이나 더 줄었다. 연간 출생아 감소율도 10.0%를 기록해 지난 2017년(11.9%) 이후 3년 만에 다시 두 자릿수 감소율로 올라섰다. 이 같은 초(超)저출산이 이어지면 현재 약 5,200만 명인 대한민국 인구는 오는 2038년 5,000만 명 아래로 낮아지고 22세기부터는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고성장 시대에 맞춰진 인구 감소에 대한 시각과 정책의 틀을 바꿔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우선 더 이상 저출산을 경제 등 사회 전반적인 위험 요인으로만 분류할 것이 아니라 상수로 고정시키고 이에 맞는 인구정책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가 인문사회포럼 멤버인 김미곤 세종 사회서비스원장은 “이제 인구 감소 시계를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인구 감소 속도를 최대한 늦추면서 구조 개혁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노동생산성과 경제 역동성 저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이른바 ‘잃어버린 20년’ 동안 ‘워크맨’ 같은 제품을 내놓았던 혁신이 사라지면서 제조업 강자 자리를 내줬다. 우리나라도 아직은 삼성과 같은 전통 대기업과 네이버 등 신성장 기업이 혁신을 주도하고 있지만 노동인구의 질이 점차 떨어지면서 창업과 수성이 모두 어려워질 수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전체 취업자에서 50대 이상 인구 비중이 점차 늘어 고령화 추세가 이어지게 된다”며 “국민 개개인의 생산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생산 수단의 등장에 따라 생산가능인구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대환 동아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활용해 소수의 인재가 거대한 생산 능력을 발휘한다면 인구 고령화의 문제는 대부분 해결될 수 있다”며 “4차 산업혁명과 인구의 관계를 지금부터라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구조를 노동집약적산업에서 기술 및 자본집약적산업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노동생산성의 질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면 산업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경제 산업 정책 전반이 구조를 개편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다시 설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어떤 정부도 공론화 장에 올리지 못했던 이민정책을 이제는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합계출산율 1.73명인 미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젊고 역동적인 국가로 유지되는 이유도 적극적인 이민 수용에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단순히 해외 유입 인구를 늘리는 수준으로 양적 방어에 나서봐야 또 다른 사회 갈등의 요인이 되는 만큼 고급 인재 위주로 과감한 인센티브를 줘 선제적 이민정책을 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광석 인하대 교수는 “이스라엘 정부 조직 가운데 ‘인구이민청’이라는 조직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외국인 인력 도입 정책을 한군데로 모아 전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출산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와 함께 초저출산에 따른 출산 정책도 재점검해야 한다. 돈만 쏟아 부어서는 해결이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지난해에만 37조 6,000억 원, 최근 15년 동안 305조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했다. 2018년 신설한 ‘아동수당 10만 원’ 식으로 누더기·땜질식 정책만 반복해 내놓은 결과다. 그동안 쓰인 저출산 예산 중에는 대학창업펀드 조성, 사회맞춤형 학과 지원과 같은 저출산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예산도 다수 포함돼 재정이 효율적으로 쓰이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4명까지 떨어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한 출산율 0명대 국가이자 2013년 이후 계속해서 출산율 꼴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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