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예상보다 가파른 속도로 뛰어오르며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는 가운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 리밸런싱이 겹치면서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투자가들이 사상 최대 물량을 쏟아냈다. 지수가 속절없이 무너지자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본 개인은 4조 원 가까이 순매수하면서 지수를 방어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 8,300억 원어치를 팔아 역대 최대치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거센 매도에 이날 코스피는 2.80% 하락하면서 3,000 선을 가까스로 사수했다. 특히 이날은 MSCI 분기 리밸런싱이 이뤄지면서 외국인의 기계적 대량 매도가 출회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2월 변경에서 MSCI 신흥국(EM)지수 내 한국 비중은 13.0%에서 12.9%로 0.1%포인트 감소했고 이로 인해 7,000억 원 규모의 매물이 빠져나갔을 것으로 증권 업계는 보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3조 7,80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는 역대 3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역대 최대치인 1조 9,400억 원을 순매도하면서 국내시장에 대한 믿음이 깨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불과 하루 만에 적극 매수세로 돌아서면서 다시 한번 ‘3,000 사수대’로서의 역할을 자처했다.
국내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외국인과 개인의 손 바뀜이 대거 나타났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카카오·LG화학의 순서로 대거 매도했고, 개인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카카오·LG화학을 차례대로 많이 사들이면서 외국인이 내놓은 물량을 받아냈다.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후퇴하는 와중에도 높은 레벨에서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는 개인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코스피가 급락했던 지난해 3월부터 연말까지 10개월간 38조 원을 순매수한 개인은 새해 들어서만 1월 22조 원, 이달 4조 6,600억 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 3,000대 위에서만 27조 원을 사들인 셈이다. 다만 여전히 중장기 상승 여력은 남아 있기 때문에 아직 성과에 대해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다. 고숭철 NH아문디자산운용 주식운용상무는 "경기 회복 모멘텀에 힘입은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력은 남아 있다”며 “중장기적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수익에 대해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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