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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선언→입법으로 과거사 풀어야…광복절엔 미래지향 메시지를"

[한일 관계 복원 더이상 미룰수 없다] <하> 서경 펠로·전문가 진단

양국 선거 전까지 '골든타임' 활용

文 임기 내 관계 극복 계기 마련 중요

대북 공조도 결국 한일관계에 달려

수출규제-지소미아 패키지딜 검토를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펠로 및 일본 외교 전문가들은 임기 1년여를 남겨둔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 과제로 “차기 정부를 위해 기존에 악화한 한일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한일 위안부 협상 무효’를 선언한 후 지속적으로 악화해온 한일 관계를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기존의 원론적인 대일본 정책을 되풀이한 것을 두고 차기 대통령 선거 이전까지의 골든 타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는 8월 광복절이 지나면 한국은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넘어가고, 일본 역시 중의원 총선거를 치르면서 한일 관계 이슈가 부각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현재의 한일 관계를 다음 정권에 물려주면 안 된다”며 “정부는 4년간의 대일 정책을 포함해 한반도 주변 정세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새로운 틀을 짜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야당 대표이던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도출한 위안부 협상에 대해 “이 합의에 반대하며 국회 동의가 없었으므로 무효임을 선언한다”고 했다. 이어 2017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기존 합의는 무효”라고 못 박았다. 문 대통령이 위안부 합의를 부정하면서 한일 관계가 악화한 만큼 직접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조진구 교수의 주장이다.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한국과 일본 등 ‘파트너 간 협력을 통한 대북 공조’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 정부가 이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민주당 외교의 전통을 계승한 바이든 정부는 대북 공조, 한미일 안보 협력 차원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만약 한국이 일본과의 관계를 복원하지 못한다면 이 같은 대북 공조가 시작하기도 전에 좌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악화한 한일 관계는 한미일 공조와 대북 문제 협력에 심각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외교계 전문가들과 원로는 ‘원트랙을 통한 문제 해결’ 방식을 문 대통령이 제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도 “과거의 문제는 과거의 문제대로 해결해나가면서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는 투트랙 입장을 재차 반복했으나 실제 관계 개선 효과는 미미했다는 지적이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투트랙 원칙이 실질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점을 문재인 정부는 인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반면 우리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과 논의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한 전직 외교 관료는 “한일 문제 해결과 과거사 문제 청산을 위한 입법은 불가피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안한 ‘1+1+α 배상안’이 대표적이다. 문 전 의장은 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 그리고 양국 국민의 자발 성금을 통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안을 20대 국회에서 발의했다. 박 교수 역시 “우리 정부도 과거사 문제의 당사자이니 직접 해결에 나선다는 내용을 어떤 형식으로든 법안에 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 같은 ‘과거사 문제 입법화’를 위한 단계적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는 “청와대가 당장 입법화에 나서기에는 여론 부담이 있는 만큼 먼저 공론화 작업에 나선 후 더 이상의 배상 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고 궁극적으로는 입법에 나서는 로드맵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언했다.

2019년부터 시작된 ‘일본의 수출 규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패키지딜 역시 얽힌 한일 관계의 실타래를 풀 대안으로 꼽힌다. 조양현 교수는 “우리 정부는 바이든 정부 출범을 2018년 이후 악화된 한일 관계를 이전으로 복귀하는 계기로 삼아 일본의 수출 규제 철회, 지소미아 정상화,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를 패키지로 접근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2010년대 들어 한일 간의 과거사 갈등이 상시화하고 양국 간의 전략 대화가 사라진 상황에서 2019년의 한일 갈등은 과거사 문제를 넘어 전면 대결로 확대됐다”면서 “이를 교훈 삼아 한일 관계 전문가 외에 동아시아 안보 전문가, 중국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한일 간 전략 대화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외교가의 관심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지혜로운 해결책’으로 집중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박지원 국정원장을 사실상 특사로 일본에 파견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과거사 문제를 풀 해법을 특사를 통해 다시 제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오는 8월 광복절 메시지 역시 얼어 있는 양국 관계를 해빙할 수 있는 계기로 지목된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문 대통령의 광복절 메시지는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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