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가 돈을 한 푼도 안 쓰고 100년 넘게 모아도 서울 상위 20%(5분위) 아파트를 매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값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서울 5분위 평균 아파트 값이 20억 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매매뿐만 아니라 전셋집 구하기도 녹록지 않다. 전국 소득 1분위 가구가 서울의 고급 아파트 전셋집을 구하려면 무려 51년간 한 푼돈 안 쓰고 저축해야 한다. 이 같은 사실은 KB 국민은행이 내놓은 통계에서 드러났다.
◇서울 5분위 아파트 값 20억 원 넘어=2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가구 소득 하위 20%(1분위)의 서울 상위 20%(5분위) 아파트 PIR은 101.5를 기록했다. ‘PIR(Price to income ratio)’은 주택 가격을 가구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즉 소득 1분위 가구의 경우 돈을 한 푼도 안 쓰고 100년 넘게 일해도 서울 내 5분위 아파트를 매수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들 소득 하위 20%가구는 중간 수준인 서울 3분위 아파트를 매수하는 데도 46.9년, 1분위(하위 20%) 아파트를 매수하는 데도 20.4년이 걸렸다. 근로소득을 꾸준히 모아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현재 서울 상위 20%(5분위) 아파트 값은 지난해 말 기준 20억 원을 넘어선 상태다. 올 2월 기준으로 20억 6,619만 원으로 역대 최고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억 6,363만 원 오른 값이다.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셋집 마련도 어려워졌다.
KB가 발표한 소득 대비 전세 가격 비율 ‘J-PIR(Jeonse-Price to Income Ratio)’을 보면 전국 소득 하위 20% 가구는 서울 내 하위 20% 아파트 전셋값을 모으는 데도 11.7년이 걸렸다. 3분위 아파트 전셋값을 마련하는 데는 26.1년, 5분위(상위 20%)는 51.2년이 소요됐다. 전국 하위 20% 가구의 지난해 4분기 기준 월평균 소득은 164만 원에 그쳤다. 정부 지원 등을 통해 이전소득은 16.5% 늘었지만 근로소득은 13.2%나 감소해 4분기 기준 지난 2018년(-36.8%) 이후 가장 큰 감소율을 기록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양극화=전국 아파트 간 가격 격차도 심해지고 있다. 2월 기준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8.7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해당 수치는 상위 20% 아파트 가격을 하위 20%의 가격으로 나눈 값으로 해당 수치가 클수록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뜻이다. 5분위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9억 9,077만 원을 기록하며 10억 원에 육박했다. 고급 아파트 가격 상승률도 여전하다. 전국 시가총액 상위 50개 아파트 단지의 가격 상승률을 지수화한 KB국민은행의 선도50지수는 지난달 1.82% 상승, 서울 아파트 상승률(1.60%)을 뛰어넘었다.
한편 KB국민은행 월간 주택 가격 통계에 따르면 2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2,084만 원 오른 10억 8,192만 원으로 11억 원에 육박했다. 수도권 아파트 값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2월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6억 5,971만 원으로 전월 대비 1,756만 원 상승했다. 아파트 전셋값도 오름세다. 올해 2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은 5억 9,829만 원으로 6억 원에 근접했다.
/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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