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급 예우를 받는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3일 한 토론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요구했다는 이유로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눈치를 보는 상식 밖의 주장이다. 그는 8일부터 진행될 연합훈련에 대해 “올해는 안 하는 것이 좋겠다. 왜냐하면 김 위원장이 분명히 (중단할 것을) 얘기했다”고 언급했다. 우리 군의 주적인 북한 지도자가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군사훈련을 중단하자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얘기다. 이에 앞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유연하고 지혜로운 대응”을 주문했고 범여권 의원 35명은 공동성명을 통해 연기를 주장했다.
우리 정부의 대북 저자세와 달리 미국의 입장은 강경하다. 미 국무부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과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대북 강경 제재 유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 국방부는 이미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북한 협의’ 발언에 대해 “한반도에서 상당한 수준의 준비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여권 인사들이 북한을 계속 두둔하는 태도를 보이니 ‘한국 정부가 북한을 대선에 활용하려 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의 차기 정부 출범 후 대북 정책을 추진하게 될 것’ 등의 얘기가 미 외교가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대북 방어 태세를 포함한 한미 간의 불협화음을 조속히 해소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은 오직 굳건한 한미 동맹의 기조 위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미 군 당국은 일단 이달 연합훈련을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로 축소 시행하기로 한 모양이지만 현장 훈련을 더 이상 미뤄서는 곤란하다. 실전 훈련 없이 싸워 이길 수 있는 군대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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