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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부 원전업체에 '일자리 보조금'…"일감 없애놓고 보조금으로 탈원전 뒷수습"

전력기금이 탈원전 쌈짓돈?

원전업체에 '일자리 보조금' 지급

'원자력 매출 0원' 업체 100곳↑

협력업체 매출도 16조→10조로

"원전 안 지어서 발생한 일인데…

지원금은 미봉책, 정책 재검토를"

지난 2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원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촉구 기자회견에서 전찬걸(오른쪽) 울진군수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 /연합뉴스




정부가 전력기금을 재원으로 삼아 탈원전 정책으로 고사 위기인 원전 업체들에 ‘일자리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며 원전 생태계를 해체한 정부가 이제 와서 재난지원금 같은 임시방편을 내놓았다는 지적과 함께 또다시 전력 산업 발전에 사용해야 할 ‘전기요금적립기금’을 탈원전 ‘뒷수습’에 활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전력산업기반기금 활용 신규 사업 중 하나로 ‘원자력 생태계 지원 사업’이 추가됐다. 이 사업은 올해 전력기금 59억 원을 투입해 원자력 분야 재직·퇴직자가 원전 해체 또는 안전, 방사선 등 다른 분야로 경력 전환 교육을 받거나 재취업을 할 경우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원전 부품 등 생산 외에 다른 사업으로 다각화에 나서는 원전 중견·중소기업과 방사선, 원자력 융복합 등 타 분야 업체에 인턴 또는 정규직으로 취업을 원하는 원자력 전공자 역시 지원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이후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연구 기관 등 공공 부문을 제외한 국내 원자력 공급 산업체의 매출은 지난 2016년 5조 5,034억 원에서 2019년 3조 9,311억 원으로 1조 5,000억 원 이상 급감했고 취업자 수도 같은 기간 2만 2,355명에서 1만 9,449명으로 13% 가까이 줄었다.

정부가 지원에 나섰지만 업계는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국내 마지막 신규 원전인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중단하는 등 일감을 없애놓고 정부 기금으로 고용을 유지해 ‘돌려막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아예 ‘다른 일을 찾아보라’며 경력을 돌리라고 유도하는 방식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기 요금에서 일부를 적립하는 기금으로 원전 업계 대상 고용 유지 지원에 나선 것은 탈원전 정책으로 붕괴된 국내 원전 생태계 유지를 위한 ‘궁여지책’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감 자체를 없애 놓고 뒤늦게 ‘일자리 보조금’을 주는 방식은 현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만큼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 건설을 재개하는 등 원전 정책을 재검토하는 것이 근본 해법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원자력 매출 없음’ 업체 100개 ↑



국내 원전 생태계 붕괴 ‘징후’는 산업 현장과 대학 등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원전 업체 가운데 원자력 관련 매출이 전혀 없는 업체 수는 지난 2016년 266개에서 2018년 369개로 100개 이상 증가했는데 수주가 끊기자 기업들이 원전 관련 사업을 접거나 아예 폐업한 곳도 속출했다. 대기업인 두산중공업마저 경영 악화로 지난해 1,000명 이상 대규모 감원 사태를 겪기도 했다.

원전 주기기 및 보조 기기, 부품 등을 제작하는 중소 협력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경남 소재 270여 원전 협력 업체의 매출은 2016년 16조 원대에서 2018년 10조 원대로 급감했다. 원전 업계는 국내 마지막 건설 원전인 신고리 5·6호기 납품이 마무리되면 일감이 모두 끊길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강하다. 대학에서 원자력은 ‘기피 전공’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이 대학에서 전공을 정한 학생 110명 가운데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선택자는 ‘0’명이었다.

결국 원전을 새로 짓지 않아 발생한 총체적 난국인데 원인(신규 원전 건설 중단)을 그대로 둔 고용 지원 대책은 무책임한 미봉책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59억 원가량인 사업비 규모도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 다른 사업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실제 산업부는 올해 전력 산업 기반 조성 사업에서 기업의 신재생에너지 해외 진출 사업에 70억 원을 책정해 원전 고용 유지 사업과 대조를 이뤘다.

탈원전 ‘뒷수습’에 자충수 연발

원전 업계는 고용 유지가 경력 또는 사업 전환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원전 건설 말고 ‘다른 일을 알아보라’는 식이다. 원전 업계 고위 관계자는 “가뜩이나 힘든 업계에 ‘인력 엑소더스’마저 부추기는 셈”이라며 “스마트 원전 등 국내 원전 기술 명맥도 같이 끊겠다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정권의 의지대로 탈원전 ‘뒷수습’을 하느라 자충수를 잇따라 둔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원전 업계 고용 유지를 위한 재원으로 또다시 국민이 매달 납부하는 전기 요금에서 3.7%씩을 떼는 전력기금을 활용했다는 측면에서다. 산업부는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원전 단계적 감축에 따라 입은 피해를 전력기금으로 보전해주도록 규정을 개정하고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한전공대 운영비 역시 전력기금에서 일부 충당하도록 결정하면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도 원전 고용 유지에 또 전력기금을 써야 할 정도로 산업부 입장에서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 측은 “원자력 생태계 지원 사업은 전력 산업 발전과 기반 조성이라는 전력기금 목적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세종=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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