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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훨 난 혼종 국악, 순수 국악도 함께 날았다

국악 기반 장르 구분 무너뜨리는 ‘혼종’ 호응

국악크로스오버 뮤지션의 대중음악상 수상

'원형 궁금' 전통 국악 관심도 함께 높아져

수업 연계 10·20대 애호가 40대 이상 관객층서

취향기반 문화 소비 30대↑ "함께 성장 좋은 예"

최근 조회수 180만뷰를 넘긴 이날치의 ‘범내려온다’ 온스테이지 영상./온스테이지 유튜브 캡쳐




#지난달 28일 열린 제18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 수상자 가운데 이채로운 이름이 있었다. 각각 모던 록, 알앤비·소울 장르부문 싱글 상을 받은 밴드 ‘이날치’와 ‘추다혜차지스’가 그 주인공이다. 국악을 중심으로 다른 장르와의 크로스오버를 시도한 이들이 일반 대중음악 장르 부문에서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수상을 했다는 점이 이목을 끌었다. 특히 이날치는 히트곡 ‘범 내려온다’로 모던 록 싱글상을, 이 곡이 실린 앨범 ‘수궁가’로 크로스오버 장르의 음반 상을 받으며 장르 구분을 보기 좋게 허물었다.

#국립국악원의 대표 전통 공연인 ‘토요명품’의 관객 구성이 최근 들어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국악원의 분석 결과 구매력 있는 주 소비 층인 30대의 비중이 2019년 12%에서 지난해에는 18%로 뛴 것으로 나타났다. 토요명품은 전통 무용, 음악, 노래 등을 레퍼토리로 소개하는 주말 상설 공연으로 순수 국악 전반에 대한 관객의 관심도를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지표다.

밴드 ‘추다혜차지스’. /사진제공=포크라노스


지난 해부터 국악과 타 장르 간 ‘혼종’ 음악이 대중적으로나 음악적으로 호평을 받으며 자리를 잡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혼종 국악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순수 국악으로까지 이어지며 국악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팝·록과의 결합으로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간 퓨전 국악에 매료된 젊은 세대가 중장년층 이상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전통 국악으로 관심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악 열풍의 시작을 알린 것은 단연 이날치였다. 이날치는 전통 팝과 판소리를 결합해 춤추기 좋은 리듬과 그루브를 극대화했다. 판소리가 소리꾼의 소리와 북의 장단, 고수의 추임새로만 이뤄진 것처럼, 이날치 음악에서는 리듬 파트인 드럼과 베이스가 소리꾼들이 메기고 받으며 소리를 낼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다. 1집 ‘수궁가’는 수궁가 전체 분량에서 춤추기 좋은 빠르기에 맞는 대목을 골라내서 만든 앨범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소리꾼 추다혜와 소울·레게 밴드 출신 연주자들이 함께 만든 팀 ‘추다혜차지스’도 인기에 합류했다. 무당이 굿을 할 때 부르는 무가와 훵크, 레게, 재즈,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사운드를 버무려 독특한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이 팀은 지난해 첫 앨범 발매 당시부터 블랙뮤직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장르와 국악을 결합한 새로운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악단광칠’은 북한의 민요인 서도 민요와 황해도 굿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록 음악을 연상케 하는 사운드를 선보인다. 가야금 연주자 정민아와 프로듀서 이상진이 결성한 ‘ESP’는 가야금 산조와 전자음악을 결합한 ‘일렉트로닉 산조’를 표방한 정규 1집을 지난달 발매했다.

정병욱 대중음악평론가는 “최근 떠오른 퓨전 국악 밴드들은 록, 알앤비 등 음악 장르의 특성을 전면에 드러내기보다 대중들이 쉽게 받아들이고 직관적으로 즐길 수 있는 리듬, 그루브 등의 요소를 공략한 게 성공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퓨전 국악의 인기가 원형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지며 순수 국악을 향한 대중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사진=국립국악원


대중과의 접점을 찾은 새로운 국악의 선전은 나아가 순수 국악에 대한 관심도 높이고 있다.

국립국악원에 따르면 ‘토요명품’으로 대표되는 전통 공연은 통상 체험 학습이나 대학 강의와 연계해 공연장을 찾는 10·20대, 또는 애호가 중심의 40~60대 중심으로 관객층이 형성됐다. 실제 2019년 기준으로 보면 ‘토요명품’ 관객 가운데 10·20대 비중이 각각 5%, 35%를, 40·50·60대가 각각 21%, 16%, 8%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교 연계 프로그램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10대와 20대 비중은 각각 3%, 13%로 크게 줄어든 반면, 30대 관객 비중은 12%에서 18%로 늘어나 눈길을 끈다. 통상 30대 관객은 각종 교육 및 초청 이벤트보다는 본인 취향에 따라 공연을 선택하는, 구매력이 뒷받침된 고객층이라는 점에서 국악원 측은 이 변화에 의미를 두고 있다. 국악원 관계자는 “30대 관객은 문화 소비에 있어 자신의 의지가 반영되는 계층”이라며 “취향을 기반으로 한 문화 소비라는 측면에서 30대 관객의 유입 및 증가는 유의미한 변화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국악원 유튜브 구독자 수도 지난해 3월 기준 2만 1,600명에서 최근 3만 6,900명으로 급증했다. 2010년 7월 개설 이후 수 년간 쌓아온 수치에 맞먹는 이용자가 지난해에 집중된 것이다. 전통 본연의 공연을 선보이는 국악원은 젊은 이용자 기반의 유튜브에서 그 동안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이날치와 한국관광공사의 뮤직비디오가 ‘대박’을 터뜨리고 다양한 퓨전 국악 장르가 덩달아 인기를 끌면서 ‘원형’인 전통 국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의 유입이 크게 늘었다. 임재원 국립국악원장은 “좋은 원천이 있기에 새로운 변주가 가능하고, 그 변주가 있을 때 또 원형에 대한 관심과 이에 따른 연구도 활발해지는 것”이라며 “최근 부는 국악 열풍은 이 둘이 함께 성장하는 좋은 예”라고 평가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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