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다섯 살 짱구의 조언 "어른들아, 제발 남의 눈치 좀 보지마”

최고운 작가의 <멀쩡한 어른 되긴 글렀군>…<크레용 신짱> 추억의 만화 원화 수록

짱구가 거침없이 내뱉는 한 마디 “멈추고 싶으면 그만 버둥거려. 네가 멈추라고”

<크레용 짱구>를 보며 배꼽을 부여잡고 웃던 우리는 어른이 됐지만, 짱구는 여전히 다섯살 꼬마다. 그의 거침없는 화법은 어른이 된 우리 속을 시원하게 뚫어준다./이미지=위즈덤하우스




질문 하나. 당신은 언제부터 눈치를 보기 시작했나.

정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이가 들수록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우리의 삶이라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 말에는 유독 ‘눈치’와 관련된 말이 많다. ‘눈치를 보다’, ‘눈치를 채다’, ‘눈치가 없다’처럼 말이다. 이렇게 남의 비위를 맞추다 보면 ‘나’는 없고 눈치 보는 ‘어른’만 있다. 이런 우리에게 “눈치보지 말라”고 말하는 다섯 살 꼬마가 있다. 바로 추억의 만화 <크레용 신짱>의 주인공 ‘신짱구’다.

신짱구가 누군가. 다섯 살 아이답게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은 속 시원하게 뱉어내는 엉뚱 발랄한 캐릭터 아닌가. 미워할 수 없는 이 캐릭터를 이용해 이 세상에서 스스로를 지켜내느라 고군분투하는 어른들을 응원하는 책이 있다. 최고운 작가의 <멀쩡한 어른 되긴 글렀군>이다.

이 ‘안 멀쩡한 어른 가득한 안 멀쩡한 세상’에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짱구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 7페이지 中-

우리는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됐지만, 하기 싫은 것 투성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유난히 피곤한 날 그냥 쓰러져 자고 싶을 때, 무거운 몸을 굳이 일으켜 양치질을 해야 하는 이유는 ‘어른’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평소 어른임을 자각하지 못하고 살다 하기 싫은 것을 버텨야 하는 순간에만 어른임을 자각하게 된다고 했다. 국어사전에도 어른은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 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돼 있다. 정의는 이렇더라도 어른의 무게를 매일 지고 다니기에는 삶이 너무 고되다. 그럴 땐 다섯 살 짱구처럼 눈치 안 보고 “하기 싫어” 혹은 “너나 하라”고 외치고 싶지만, 오늘도 속으로 삼킨다. 작가는 그런 답답함을 안고 살아가는 독자라면 이 책을 꼭 읽으라고 권한다. 다섯 살 짱구가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야”라고 거침없이 외쳐줄테니 말이다.

열심히 컸는데 잘라야 해?



잡초가 안됐다.

-63페이지 中-

다섯 살 짱구의 눈은 어른의 그것과 다르다. 어른의 눈에는 잡초이지만 짱구의 눈에는 그것도 생명이다. 잡초를 뽑는 엄마 옆에서 다시 잡초를 심으며 짱구는 애써 자란 잡초를 뽑아내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어른이 되는 순간 우리는 모두 ‘꽃’이 되기를 바라지만 때로는 나뭇가지가, 때로는 이파리가, 때로는 잡초가 되기도 한다.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찾아 ‘꽃’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사회에 내던져진 순간부터 알게 된다. 어쨌든 잡초도 풀이니 짱구 말처럼 열심히 쑥쑥 커야 한다. 그러면 주목받는 꽃은 아니더라도 어쨌거나 지금 여기에 뿌리내린 이상 언젠가 자기 몫을 해내지 않겠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미 각자의 인생에서 ‘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우리 아빠는 무척 쎄다.

취해 들어와서 엄마한테 아무리 맞아도

다음 날에는 벌떡 일어나 회사에 가기 때문이다.

우리 아빠는 맷집이 쎄다.

- 251페이지 中-

우리도 짱구와 같을 때가 있었다. 언제 어디서나 태평스럽게 하고 싶은 일들을 해내고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던 때가 말이다. 누구나 짱구처럼 살았지만, 이제 짱구처럼 살지 않는다. 그런 우리지만 가끔 이 책을 통해 짱구였던 시절을 떠올리며 나다운 삶에 대해 성찰해 볼수 있을 거 같다.

/정혜선 기자 doer0125@lifejump.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