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LH직원 땅투기 천태만상…무연고묘를 가족묘로 속여 억대 보상금 꿀꺽

브로커 무연분묘 무단 발굴 묵인

대가로 2,600만원 받아 실형선고

농지법·토지보상법 악용사례 늘자

정부 "농업계획 미이행땐 매각명령"

LH 일부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무지내동의 한 토지에 지난 8일 산수유가 심어져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함께 땅 투기의 천태만상이 드러나고 있다. 용버들 등 묘목을 심어 농지법 위반을 회피하거나 보상금을 높이려 했던 수법 외에도 연고가 없는 남의 묘지를 가족묘라고 속여 보상금을 타내는 수법까지 심심찮게 활용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투기꾼이 농지법을 악용할 수 없도록 사전 심사와 사후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 농업 경영계획서대로 농사를 짓지 않을 경우 1년 유예기간을 주고 매각 명령을 내리고 이후에도 매각하지 않을 경우 5년 이내 20%씩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16일 토지보상법에 따르면 택지개발예정지구에서 토지주에게 보상을 할 때 땅 이외에도 건축물·수목·농작물·묘지 등 각종 지장물(땅에 있는 물건 중 수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 보상비를 지급한다. 이때 투기에 자주 악용되는 것이 연고가 없는 ‘무연분묘’다. 개발지역 내 오랜 기간 방치돼 누가 묻혔는지 모르는 무연분묘를 가족묘인 것처럼 속여 토지 보상금과 함께 수억 원의 분묘 이전비와 보조비를 타내는 수법이다.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지역에서도 일부 공인중개사들이 묘지가 빽빽이 들어선 토지를 쪼개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LH 직원이 분묘 이전 보상금 부정 수령에 직접 개입해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당시 LH 직원이었던 김씨는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개발지구 내 무연분묘 81기의 위치 정보를 브로커에게 넘기고 분묘 무단 발굴을 묵인해주는 대가로 2,600만 원을 받아 실형을 선고 받았다. 브로커들은 지인들을 모아 가짜 유족 행세를 시키고 LH로부터 3억 5,000만 원의 이전 보상금을 받았다.

신도시 개발 예정지에서 ‘닭 알박기’ ‘오리 알박기’도 심심찮게 보인다. 과거 LH는 미사·감일·감북 보금자리주택사업지구 사업지에서 토지 보상을 노리고 사육되던 닭 921마리, 개 640마리, 오리 504마리 등을 적발했다. 닭 200마리, 개 20마리, 오리 50마리 이상을 기르면 땅값과 함께 축산업 손실비와 이전비 등을 보상하도록 규정한 토지보상법을 악용한 것이다.



LH 직원들이 광명·시흥 신도시 땅에 심은 용버들은 보상가를 높이기보다 농지 취득 명분으로 활용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지법은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만이 논·밭·과수원 등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LH 직원들은 ‘벼·고구마·옥수수 등을 재배하겠다’는 내용의 농업 경영계획서를 낸 뒤 용버들 묘목을 심었다.

농식품부는 이처럼 농지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나지 않도록 사전 심사와 사후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농업 경영계획서에 취득자의 직업, 소득, 영농 경력과 함께 자금 조달 계획 등 증빙서류를 의무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경영계획서에는 직업을 적지 않아 LH 직원이나 공무원 등 이해관계자의 매입을 알 수가 없다. 주말·체험 농장 용도로 1,000㎡ 미만의 농지를 취득할 때는 경영계획서를 내지 않아도 됐지만 앞으로 간소화된 영농 계획서를 내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농업 경영계획서의 주요 내용을 의무 기재하도록 해 기록을 남겨두면 정부가 사후 관리를 하는 데도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농업경영계획서대로 농사를 짓는지 철저하게 심사해서 만약 (농사를) 안 하고 있으면 농지 매각 명령을 내릴 것”이라며 “1년 이내 유예 기간을 주고 (매각을) 안 하면 5년 이내에 20%씩 이행강제금을 부과해 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 실장은 “농지로 불로소득을 얻지 못하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지역 주민, 지방자치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농지위원회를 만들어 취득 단계부터 투기를 막겠다”고도 했다.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