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잘나가는 TDF…'계열사 몰아주기' 논란

미래에셋, 계열사에 설정액 95%

KB·신한운용도 70~80%대 의존

"공급자 마케팅 주도로 성장" 우려

"외국계 방식 차용에 한계" 지적도





연금 투자처로 주목을 받고 있는 타깃데이트펀드(TDF)의 ‘계열사 몰아주기’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TDF 시장의 성장세가 대형 금융 투자 회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의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TDF는 생애 주기별로 자산을 배분 투자하는 상품으로 젊을 때는 주로 위험 자산에, 은퇴 시점에는 안전 자산 위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17일 서울경제가 금융투자협회 데이터를 활용해 TDF별 판매처 현황을 분석한 결과 미래에셋대우가 설정한 TDF 1조 5,710억 원 중 1조 4,960억 원이 미래에셋자산운용 상품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취급한 TDF 중 95.2%가 자사 계열사 상품이라는 뜻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다른 TDF보다 운용 보수가 저렴한데다 최근 1년간 수익률도 가장 높아서 고객들이 많이 선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래에셋운용의 TDF가 팔린 경로를 따져보면 이 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미래에셋전략배분TDF’는 70.5%가 미래에셋그룹 계열사에서 설정됐다. 규모가 비슷한 ‘삼성한국형TDF(39.97%)’보다 계열사 의존도가 크다. ‘미래에셋자산배분TDF’는 전체 설정액 중 85%가 미래에셋그룹 계열에서 팔렸다. 미래에셋운용의 TDF 설정액은 총 2조 원에 육박해 국내 전체 TDF의 43%에 달한다.

다른 회사의 TDF 판매에서도 계열사 의존이 두드러진다. ‘KB온국민TDF’는 전체의 78.25%가 KB금융그룹 계열사에서, ‘신한마음편한TDF’는 80.93%가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에서 설정됐다. 판매사에서도 같은 계열 운용사의 TDF를 더 밀어주고 있다. 가령 삼성증권이 설정한 TDF 중 88.2%가 삼성자산운용의 TDF다. 한국투자증권은 전체 TDF 설정액 중 65.8%를 ‘한국투자TDF알아서’가 차지하고 있다.

금융 투자 업계는 펀드 시장 부진과 고령화 추세에 대응해 TDF를 ‘전략 상품’으로 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664억 원에 불과했던 TDF 수탁액은 지난해 말 5조 2,314억 원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TDF 시장이 소비자 선택이 아닌 공급자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TDF는 자연 증가분이 적다 보니 프로모션(판촉)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자체 TDF가 없는 증권사의 판매량이 적은 것도 같은 이유다. 가령 대신증권이 설정한 TDF는 95억 원에 불과하며 유안타증권(56억 원), 하이투자증권(18억 원)도 저조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창구에서 TDF 수요가 크지 않다”며 “구태여 TDF를 공격적으로 취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형사들의 마케팅으로 인해 TDF의 약점이 부각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선 TDF는 연령에 따라 위험·안전 자산 비중을 조절하기 때문에 EMP펀드 등 다른 자산 배분형 상품보다 시황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미래에셋운용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내 자산운용사가 외국계 금융사의 자산 배분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는 것도 한계로 꼽힌다. 외국인의 생애 주기 모델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꼴이라는 의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한국인의 생애주기는 한국인이 가장 잘 안다”고 꼬집었다.

최근 각 운용사에서 2030세대가 가입하는 TDF 수익률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젊은 층이 가입하는 TDF는 위험 자산 비중이 높아 폭락장이 나타날 경우 큰 손실이 날 수 있다. 지철원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연구위원은 “TDF는 어떻게 보면 초기에 긴 기간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TDF를 만능 상품으로 여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