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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K’ 마친 김영욱 CP "자기 아직 안 나왔다고, 뮤지션들이 방송 끝내지 말래요"

BTS 등 대중가수 207명 인터뷰

다큐·예능 섞어 대중음악史 기록

"노래에 깃든 세대별 공감 끌어내"

‘아카이브K’의 제작을 맡았던 김영욱 SBS CP. 그는 아직 기록하지 못한 한국 대중음악의 순간이 많다고 말한다. /사진제공=SBS




“한국 대중음악에서 ‘아카이브K’가 보여준 영역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트로트·록·힙합처럼 못한 장르도 많고 신중현, 조용필, 나훈아, 이선희 같은 분들도 안 나왔죠. 시청자는 물론 뮤지션들도 ‘내가 아직 안 나왔다’며 계속해야 한다는 반응이 많아 아직 프로그램이 끝났다는 느낌이 없을 정도예요”

한국 대중음악 역사를 기록한다는 기획으로 선보였던 SBS(034120)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가 지난 14일 총 10부작을 마무리했다. 방영 내내 시청률은 3~5% 수준이었지만 다큐와 음악, 예능을 하나로 묶은 새로운 포맷은 방송가 안팎에서 호평을 받았다. 2019년부터 프로그램에 매달려 온 김영욱 CP는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대중음악 역사에서 빈 영역이 너무 많아 더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SBS ‘아카이브K’ 동아기획편에서 장필순이 고(故) 조동진의 ‘제비꽃’을 부르는 모습. /사진제공=SBS


출발은 2017년 한 프로그램의 종영 뒤풀이 자리였다. 작곡가 윤일상이 소문난 음악 애호가인 김 CP에게 같이 팟캐스트를 하자면서 "유명한 뮤지션들의 기록을 오디오로라도 남기자”고 한 게 시작이었다. 그렇게 2019년경부터 2년 넘는 기간 동안 207명을 인터뷰하고 기록했다. 추억팔이는 하고 싶지 않아서 예능과 다큐가 공존하는 ‘기록’으로 방향을 잡았다. 양희은, 이문세, 동물원, 장필순, 이현도, 크라잉넛, 새소년, 싸이, 방탄소년단(BTS)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가수들이 참여했다.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한국 포크의 대부인 김민기 학전 대표다. 비록 영상에 인터뷰를 담지는 못했지만 그의 도움이 없었다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불가능했을 거라고 감사를 전했다. 김 CP는 “처음 만난 날 소주를 사주셨는데 꿈 같았다. 한국 대중음악사의 천재 중 한 분을 직접 뵈니 PD가 된 게 좋다고 느꼈을 정도”라고 돌아봤다.

가수 양희은이 SBS ‘아카이브K'에 출연한 모습. 그는 데뷔 후 한 번도 부른 적 없는 ‘그 사이’의 무대를 꾸몄다. /사진제공=SBS




특히 이 프로그램은 인디뮤직과 학전소극장, 동아기획처럼 대중성이 떨어지는 주제일수록 시청률로 환산하기 어려운 반응들이 밀려왔다. 방송을 보고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들이 유튜브에 올라간 영상에 달린 댓글을 비롯해 각종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에 각자의 추억을 담은 소감을 올렸다. 그는 “시청률은 낮았지만 아무도 다루지 않았던 분야를 조명해줘서 고마워했던 것 같다”며 “내 과거가 인정 받은 것 같은 ‘동질감’을 느끼게 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인기에 비해 음악성은 낮게 평가됐던 90년대 발라드, 댄스 음악에 대한 음악적 조명을 진지하게 시도한 점도 의의가 있다. 클럽에서 대중의 반응을 얻기 위해 도입부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했다는 프로듀서의 이야기와 발라드 작사 방법론 등은 생소하면서도 흥미를 끌었다. 김 CP는 “백지영씨가 데뷔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이런 인터뷰는 처음 했다고 하고, 현진영씨가 ‘내가 헛되게 살지는 않은 것 같다’고 한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SBS ‘아카이브K' 발라드편의 한 장면. /사진제공=SBS


자신들의 음악을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주목해 줬기 때문일까, 출연했던 뮤지션들도 녹화 내내 매우 행복해 하는 표정이었다고 그는 돌아봤다. 녹화장에서 가수들은 서로의 관객이 돼서 노래를 부를 때마다 적극적으로 호응하기도 했고, 치열하게 음악을 만들던 시절을 떠올린 듯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그는 “일부러 세트도 노래, 토크 영역의 구분을 두지 않고 큰 지하 클럽에서 셔터 내리고 밤새 술 마시며 노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다”며 “뮤지션들이 과거 서로 소름 돋았던 경험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종영 후에도 방송에 담지 못한 207명의 전체 인터뷰가 순차적으로 아카이브 사이트 ‘우리가요’에 올라간다. 이를 토대로 한 다양한 아카이빙 작업도 예정돼 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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