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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늘 질문하고 관찰하라.

<143> 숫자가 전부는 아니다

전 연세대 교수

조직 리더는 부서·직원 관찰하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을

이익만 보지말고 불이익도 살펴야

중요한 것은 숫자로 표시될수 없어

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추운 겨울날 한 노인이 집 앞 뜰에서 무언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자세히 보니 얼음을 배 속에 채운 닭이 부패하는 속도를 관찰하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눈 속에서도 푸릇푸릇한 풀잎을 보고 그것이 눈과 관련이 있다는 가설을 검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노인은 며칠 뒤 독감에 걸려서 결국 죽고 만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로 유명한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최후다. 그는 결론이 전제에서 자동적으로 도출되는 연역법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직접 실험하고 관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진리를 주장하는 경험론을 주장한다. 자신의 이론을 직접 실천한 위대한 철학자였다. 격물치지(格物致知)는 사물을 자세히 관찰해 이치를 깨닫는 것이다. 성리학의 기초를 닦은 주희가 진리에 접근할 때 사용한 방법론이다. 왜 동서양의 철학자들은 사물과 사람을 자세하게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을까.



관찰은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호기심을 가진 사람은 질문할 수밖에 없다. 리더는 세 가지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첫째, 조직의 부서들을 관찰하라. 조직 내에서 어느 부서가 가장 부패할 가능성이 높을까. 경영학석사(MBA)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흔히 나오는 답은 구매 부서, 비서실, 영업 부서 등등이다. 정답은 ‘그 조직 내에서 가장 힘이 센 부서’다. 독재국가에 가보라. 대통령이 부패의 근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기를 집중 감시하면 부패는 현저하게 줄어든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가장 힘 있는 부서를 감시해야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진다. 문제는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이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조직을 재정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학생들의 답은 ‘불필요한 부서를 없애라’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어떤 부서가 불필요할까. 기획실이라는 답이 나온다. 왜? 각 부서는 알아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면 된다. 인사팀이라는 답도 있다. 각 부서가 필요한 사람들을 직접 채용하면 된다. 일리 있는 말이다. 정답은 ‘조직에서 가장 바쁜 부서를 먼저 해체하라’이다. 가장 바쁜 부서는 다른 부서의 업무를 가로채고 있기 때문이다. 교통량이 늘어나 병목을 일으키는 곳, 즉 로터리와 고가도로를 없애야 하듯이. 그다음으로 가장 한가한 부서를 해체하라. 다른 부서에게 일을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부서 내 직원들을 관찰하라. 누가 다른 동료들을 가장 많이 도와주고 있는가. 개인별 성과는 핵심성과지표(KPI)를 보면 나온다. 그러나 얼마나 남을 돕는지는 수치로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관찰해야 한다. 릴레이 시합에서 바통 터치를 잘해야 이긴다. 주는 사람도 잘 줘야 하고 받는 사람도 잘 받아야 한다. 탁월한 성과를 내는 팀장이 있다. 그 밑에 있는 팀원들은 평가가 끝나고 보너스를 나눠주면 다른 팀으로 옮겨달라고 한다. 그 팀으로 발령이 나면 한숨부터 쉰다. 팀장은 ‘내가 남의 공을 가로채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반성해야 한다.

누가 후배를 키우고 있는가. 누가 그 팀에 가려고 자원하는가. 그래서 조직 내에 인력 시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 어느 나라가 좋은 나라인가. 어느 나라로 더 많은 사람이 이민을 가고 싶어 하는가를 관찰하라. 2,400년 전 맹자의 통찰력이다. 일종의 ‘발로 뛰는 투표’다. 최고의 리더는 부하를 리더로 키워주는 리더다. 서로 돕는 조직, 서로 가고 싶어 하는 회사가 바로 천당이다.

셋째, 세상을 관찰하라. 외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르는 조직은 한 방에 훅 간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대전환이 일어나는 줄 모르는 조직은 붕괴되고 만다. 여러분은 지난 한 달 동안 자신의 업계에 있지 않는 사람을 몇 명 만났는가. 맨날 보는 사람만 만나지 말라. 전공 이외의 책을 지난달에는 몇 권 읽었는가. 설마 전공 서적도 한 권 읽지 않은 것은 아니겠죠. 나는 혹시 나에게 돌아올 이익만 보고 있지 않는가. 한 방에 훅 간다. 이익과 더불어 불이익도 관찰하라. 내부와 함께 외부도 관찰하라. 숫자로 표시될 수 있는 것만 관찰하지 말라. 정작 중요한 것은 숫자로 표시될 수 없는 것들이다. 늘 질문하고 관찰하라.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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