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궁핍과 집값 등으로 인한 세대 간 불평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여권의 등장으로 심화할 수 있습니다.”
건강 관련 잡지 편집자로 일한 케이 매킨토시는 “세계 곳곳에서 논의되는 코로나19 백신 여권이 세대 갈등을 일으킬 것”이라며 21일(현지 시간) 미 CNN방송에 이같이 밝혔다. 백신 여권을 가진 사람에게만 관광을 허용하면 백신 접종 후순위인 젊은 세대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유럽연합(EU)이 백신 여권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제기됐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오는 25~26일 정상회의에서 EU 내 자유로운 이동을 위한 디지털 그린 증명서, 이른바 백신 여권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았거나 최근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 코로나19 감염에서 회복돼 항체를 가진 EU 거주자에게 증명서를 발급해 해외여행을 허용하기 위해서다. 관광 성수기인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자 관광 산업의 비중이 큰 포르투갈과 스페인·그리스 당국이 관련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6월부터 백신 여권을 도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유럽 각국은 코로나19 위험에 취약한 고령층과 의료 종사자들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젊은이들이 백신을 맞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월한 공급으로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는 미국도 첫 백신 접종으로부터 4개월여 후인 5월에야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한다. 현재 느린 백신 공급으로 골머리를 앓는 유럽에서는 빨라야 8~9월께 일반 성인이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두고 헝가리 출신의 24세 청년 노르베르트 히디는 백신 여권에 대해 “솔직히 말하면 불평등하다”며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백신 여권 자체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백신을 통한 면역력이 얼마나 오래 지속하는지, 각종 변이에도 충분한 효과가 있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입증 자료가 없어 백신 여권을 소지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코로나19 감염에서 안전하다는 점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의 마이클 라이언 긴급대응팀장은 이 점을 꼬집으며 백신 여권이 실용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헝가리 정부 역시 EU의 백신 여권 도입 논의에 대해 “백신 접종에 집중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비판한 바 있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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