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확인한 것은 변화의 방향이 아니라 속도다.
코로나19는 미래차·자율주행·플랫폼·메타버스 등의 성장 속도를 높였다. 변화의 물결은 중국을 주목하게 한다. 인공지능(AI)·가상현실(VR)·드론 등의 분야는 이미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고 알리바바·바이두 등은 탁월한 성과로 글로벌 톱티어의 경쟁력을 갖췄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포스트 코로나 이후 우리 경제의 희망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14억 4,000만 명에 달하는 거대한 인구의 성공적인 방역에 뒤따르는 소비와 생산 확대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렇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는 중국의 부상을 기회로 잡아야 할까. 미중 패권 다툼이 격화하는 가운데 경제 회복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우리 경제에 중국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10년 프로젝트 중국의 미국 따라잡기
지난 11일 막을 내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의 과학기술 자립 발표는 중국의 미국 따라잡기 전략의 연장선이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 이후 갑작스럽게 달라진 중국의 대응 전략이 아니다.
중국은 이미 2011년 후진타오 집권 당시 ‘7대 신흥 산업 육성 계획’부터 2차 산업 중심의 양적 성장 모델의 한계를 인식하고 차근차근 미국 따라잡기에 나섰다. 시진핑은 2016년 신흥 사업을 첨단산업으로 업그레이드한 ‘제조 2025’를 내놓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반발에 부딪혔다. 겉으로 폐기되는 듯 보였던 ‘제조 2025’는 코로나19 이후 쌍순환 정책으로 부활했다. 9대 전략적 신흥 산업 육성 계획으로 포장된 ‘신(新)제조 2025’는 미중 기술 전쟁의 선전포고다.
중국의 표준전략에 한국은 ‘약한 고리’
시진핑이 내세우는 기술 자립은 우리 산업의 목줄을 죌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의 기술 제재에 발목이 잡힌 중국은 ‘표준(standard)’에 집중한다. 5세대(5G)·6세대(6G) 등 통신 인프라와 우주산업·반도체·AI 등에서 표준특허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5G에서는 표준특허의 3분의 1 이상을 중국이 보유하고 있고 6G는 미국과 치열한 경쟁 체제를 구축했다. 우주산업은 항천과공그룹·항천과기그룹 등 국유 기업이 주도하며 위성과 로켓 대량생산 국가로 발돋움했다.
표준을 앞세운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좁혀진 서플라이 체인을 미중 간의 갈등 관계에 이용할 계획이다. 내 편만을 위한 부분적 교류를 통해 미국과의 동맹을 견제하고 압박할 것이다. 미국의 동맹에 한국이 ‘약한 고리’라고 표현한 것도 중국의 표준화 전략에 한국이 어쩔 수 없이 끌려올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경기회복 효과 중국보다는 미국
중국의 시장 정책은 추가적인 부양보다 정상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최근 인민은행의 공개시장 조작은 유동성 순공급 규모를 줄였다. 기업·민간에 이어 정부의 부채에도 경고등이 켜진 만큼 미국보다 앞서 출구로 다가선 것이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목표도 3.2% 내외로 지난해 3.6%보다 0.4%포인트 낮췄다.
반면 미국의 경기회복과 물가 상승률 확대는 미국 소득 확대에 기반한 재고 사이클 확장의 성격이 강하다. 지난 2016~2017년 중국의 산업구조 조정에 불안한 재고 확장이 아니라 미국 자체의 수요에 재고가 늘어나고 있다. 재고 확장은 설비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수요 확대를 대비한 기업의 재고 확대가 마무리되면 투자를 늘리게 된다. 여기에다 1조 9,000억 달러의 부양책 통과 이후 대규모 인프라 투자 정책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재정 건전성보다는 일단 경기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의 경기 모멘텀을 기대하는 이유다.
중국의 미국 따라잡기 전략의 리스크, 표준전략 그리고 경기 상황을 고려한다면 포스트 코로나 이후 기대하고 있는 중국의 경기회복은 우리 기업의 이익과 수출에 긍정적이지 않다. 오히려 위험 요인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김현수 기자 hs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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