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조선구마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들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당장 방송을 중단시키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23일 오후 6시 현재 SBS ‘조선구마사’의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에는 항의와 함께 조기종영 하라는 내용의 항의글이 1,700여개나 올라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1,000건이 훌쩍 넘는 민원이 폭주했고, 아직 검토 중인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3만6,000여명이 동의했다.
문제가 된 설정과 장면을 꼽으면 세 가지. 환시와 환청을 겪은 태종(감우성)의 양민학살, 구마사제 요한(달시 파켓)의 통역사 마르코(서동원)에게 무시당하는 충년대군(장동윤), 구마사제 일당이 방문한 조선의 기방이 온통 중국식 치장에 중국 음식과 술을 제공한 것.
심지어 태종의 양민학살은 오프닝 장면이었다. 태종은 함주성에서 생시(좀비)를 물리치고 백성과 마주하는 장면에서 태조 이성계의 환시를 보고 이를 칼로 베었다. "아자젤(악령)이 아바마마를 능욕하신다"며 이성계의 환시를 난도질한 결과 한 마을의 백성들이 모두 희생됐다.
이 장면에 전주이씨 종친회는 언론에 “태종을 두고 백성을 학살하는 임금으로 묘사한 것은 유감”이라며 항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충녕대군이 구마사제와 통역사를 기방에서 대접하는 장면도 문제가 됐다. 조선 땅의 기방이 분명한데 외관과 장식은 모두 중국식이었다. 한국음식 대신 온통 월병과 피단(삭힌 오리알), 중국식 만두, 양고기 등으로 가득했고, 술독도 검은 도자기에 빨간색으로 '주(酒)'라고 적혀 있었다. 기생만 한복을 입고 있을 뿐이었다.
SBS 측은 중국식 소품과 관련한 입장만 간단히 전달했다. 기방의 장소를 '의주 근방(명나라 국경)'으로 설정했고 자막처리 했으며, 명나라 국경과 가까운 지역이라 ‘중국인의 왕래가 잦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력을 가미해 소품을 준비했다고 특별한 의도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네티즌은 박계옥 작가가 한달 전 종영한 ‘철인왕후’ 역시 “조선왕조실록 찌라시”라는 대사와 철종 시대 왕실 인물들을 왜곡해 문제가 됐던 만큼 도를 넘어섰다며 비판하고 있다. 그가 조선족이나 중국인 아니냐는 의심까지 등장해 제작사 측이 ‘전북 전주 출신으로 화교가 아니다’라고 해명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이후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역사왜곡 동북공정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즉각 방영중지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몇시간도 안된 오후 6시 현재 3만6,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작성자는 "드라마를 판타지로 풀어내려면 모든 인물을 창조했어야 했다. 역사적 인물이 그대로 나오고 특히 조선의 역사를 모르는 외국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 오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찍어놓은 장면들 아깝다 생각 말고, 국민들에게 더 이상의 스트레스를 주는 내용의 드라마는 바로 폐기하고 종영하기를 바란다”고 분노하는 의견을 냈다.
아울러 SBS 시청자게시판에도 방송 직후부터 방송사와 제작진 배우들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날 오후 드라마에 사용된 OST마저 중국 전통 현악기인 고쟁으로 연주한 음악으로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상진 기자 csj84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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