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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취소' 잇단 제동 ...혼란만 키운 정부

법원 "숭문·신일고 취소처분 부당"

서울 8개교 중 절반이 지위 회복

교육청 "적법 진행됐는데...즉각 항소"

'자사고 존폐' 다시 논란 가열될듯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을 받았다가 지위를 회복한 신일고. /연합뉴스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서울시교육청의 지정 취소에 반발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하고 있다. 지난달 세화고·배재고에 이어 숭문고와 신일고도 승소해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정부는 오는 2025년부터 자사고·외국어고 등 모든 특수목적고(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법원이 자사고 지정 취소에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자사고 존폐를 둘러싼 논란도 다시 가열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이정민 부장판사)는 23일 동방문화학원(숭문고)·신일학원(신일고) 학교법인이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동방문화학원과 신일학원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을 취소한다”며 “소송 비용은 모두 서울특별시교육청이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의 쟁점은 교육청의 평가 지표가 예측 가능했는지 여부였다. 교육청은 지난 2019년 7월 각 학교가 제출한 ‘2015∼2019학년도 운영 성과 보고서’를 바탕으로 8개 서울 자사고에 대해 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 해당 학교들은 교육청이 2018년 11월 갑자기 평가 지표를 수정했다며 반발했다. 재지정 커트라인을 60점에서 70점으로 올리고 감사 등 지적 사례로 감점할 수 있는 점수를 3점에서 12점으로 늘려 예측 가능성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전흥배 숭문고 교장이 23일 오후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은 갑자기 평가 지표를 바꿔 소급 적용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지난달 세화고·배재고의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도 “2015~2019년까지의 운영 성과 평가에 소급 적용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며 자사고 취소 처분을 각하했다. 부산 해운대고도 지난해 12월 부산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교육청은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2019년 자사고 운영 성과 평가는 법령과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고 행정 처분 과정에서도 아무런 절차적 하자가 없었다”며 “그럼에도 법원은 적법한 행정 처분에 대해 배재고·세화고 판결에 이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육청의 적법한 행정 처분이 사법부에 의해 부정당한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자사고 소송과는 별개로 고교 서열화를 극복하고 일반고 역량을 강화하는 등 고교 교육 정상화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고 취소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면서 교육계의 혼란은 증폭되고 있다. 교육부가 2019년 11월 자사고·외국어고 등 특목고를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고교 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 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지난해 시행령을 개정했지만 교육 당국과 자사고 간 법적 다툼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자사고와 국제고 24개 학교법인은 시행령 개정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한 상태다. 전흥배 숭문고 교장은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시교육청의 역할은 교육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인 만큼 교육감께서 지금이라도 항소를 취소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자사고로 출범한 학교인 만큼 끝까지 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최대 교원 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만 고쳐 자사고를 2025년부터 일괄 폐지하려는 것은 헌법의 교육법정주의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며 교육청에 항소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 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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