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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로만 ESG·감사委 구성…관료 대신 전문가 전진배치

■대기업 이사회 '판' 확 바뀐다

LG·현대차 등도 ESG위원회 신설…주요 의사결정 기구로 격상

민감 정보 등 다루는 감사위원회도 사내이사 원천적으로 배제

견제·감시만 강조 땐 기업 의사결정 지연…'내실 운영' 과제로





# 삼성물산이 최근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인 정병석 한국기술대 명예교수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했다. 이 회사가 사외이사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긴 것은 지난 1951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삼성물산의 한 관계자는 “이사회 독립성과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이사회 중심의 책임 경영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SK하이닉스는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하거나 재선임할 때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된 추천위원회 의결을 받도록 했다. 사외이사 2명, 사내이사 1명으로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아예 사외이사들이 이사 추천 작업을 하도록 한 것이다.

기업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이사회 역할의 본질인 경영 활동에 대한 견제·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본격화하겠다는 취지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내년 8월부터 여성 사외이사 합류가 사실상 의무화된 것을 차치하더라도 사외이사 면면이 더욱 다양화되고 전문화하고 있다.

‘사내이사 빠져…사외이사로만 구성’ 대세


LG그룹은 상장 계열사 이사회 내에 사외이사 전원과 각 사 대표이사로 구성된 ESG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ESG위원회는 ESG 경영 방침과 관련한 최고 심의 기구로 환경·안전은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지배구조 등 각 회사의 분야별 주요 정책을 심의해 이사회에 보고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룹 지주사인 ㈜LG 등 상장 계열사들은 현재 사외이사 3인으로 이뤄진 감사위원회 구성을 4인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의 한 관계자는 “재무 건전성과 준법 경영을 감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객관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사회 내 주요 기구를 설치해 사외이사로만 구성하는 것은 LG 뿐만이 아니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이사회 내에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ESG 정책과 활동에 대한 심의 의결을 맡겼다. ESG 경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만큼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된 기구를 회사 내 주요 의사 결정 기구로 격상시키고 환경과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한 논의를 맡긴다는 취지다.

SKC도 이사회 내에 내부거래위원회·인사위원회·ESG위원회를 신설하고 위원장을 전원 사외이사가 맡도록 했다. 인사위원회는 사내이사 견제뿐 아니라 최고경영자(CEO) 평가와 추천 권한도 가진 막강한 조직이다. 한화그룹은 그룹 내부 출신은 퇴직 이후에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했다.



전관 일색 이사회 기피...다양성 강조


법관과 고위 관료 출신의 전관(前官)이 이사회 주류를 차지하던 흐름도 약화하고 있다. 성별·나이·직업 관계없이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사를 이사회로 끌어와 경영 판단에 도움을 받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미 항법학회 이사를 지낸 1974년생의 이지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조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비행체 유도 제어 기술과 자율 비행 시스템 지능화 분야 전문성을 갖춘 김현진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를 새로 선임한다. 롯데쇼핑은 1981년생의 전미영 트렌드코리아컴퍼니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전 대표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와 ‘트렌드 코리아’ 공동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전직 관료 출신을 아예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전문성 있는 인재를 이사회 멤버로 영입하는 것이 더 실용적이라는 판단을 경영진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상근 사외이사 만능 경계해야” 목소리도


이사회의 역량 강화 측면에서 명망 있는 사외이사 영입은 바람직하지만 이사들의 견제·감시 역할만 강조되다 보면 자칫 기업 의사 결정이 느려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취지다.

5대 그룹 핵심 계열사의 한 사외이사는 “각종 위원회를 전시용으로 우후죽순 만드는 것보다 하나를 운영하더라도 얼마나 내실 있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 기업들의 이사회 지배구조 개혁 신호탄이 된 지난 2001년 ‘엔론 회계부정’ 사태 당시 이 회사의 이사 14명 중 무려 11명이 사외이사였다. 껍데기만 화려했던 셈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민간 기업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속도감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기업 투명성을 강화한다며 비상근인 사외이사의 이사회 내 권한이 비대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영진인 사내이사와 외부 견제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 간 균형 맞추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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