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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9억 내주고 2,000만원만 받은 여가부...양육비 구상권 '있으나 마나'

여가부, 6년간 한시적 양육비 8억7,600만원 지급

구상권 청구로 비양육자가 갚은 돈 2,000만원 불과

2015~2017년은 회수 0건...구상 기능 작동 안해

대지급제 도입시 재정 수천억 소요...징수체계 정비 시급

'양육비해결모임' 회원들이 지난 2018년 10월 8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양육비 대지급 제도 도입과 양육비 미지급 부모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년간 정부가 한부모에게 지급한 양육비 약 9억원 가운데 비양육자로부터 회수한 금액 비율이 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양육비 1년치를 선지급한 뒤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돌려받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구상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셈이다. 국회가 양육비 대지급제 도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양육비 채무 징수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제도를 도입할 경우 연간 소요 재정이 수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25일 서울경제가 입수한 여가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정부가 한부모에게 지급한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금은 총 8억7,600만원에 달했으나 비양육자에게 징수한 금액은 2,000만원에 그쳤다. 정부가 받아야 할 돈 중 2.3%만 돌려 받은 셈이다.



여가부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에 따라 2015년부터 양육비이행관리원(여가부 산하 한국건강관리진흥원 내 전담조직)을 통해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채권자(양육자)에게 한시적으로 양육비를 지원하고 지원 종료 후에는 채무자(비양육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한다. 자녀 1인당 월 20만원(아동양육비를 지원받는 경우 10만원)씩 9개월간 지원한다. 3개월 연장할 수 있어 최대 1년간 24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이 제도는 양육비이행률이 제자리 걸음하는 상황에서 양육자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2018년 여가부 조사에 따르면 전 배우자로부터 정기적으로 양육비를 받는 한부모 비율이 15%에 불과하다. 2014년부터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운영되고 있지만 채무자의 재산 및 납세 내역 확인 제약, 인력·예산 부족 문제로 이곳을 통한 이행률은 30%대에 그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양육비를 대신 내주기만 할 뿐 회수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6년간 정부가 양육비를 지원한 520건 가운데 회수가 이뤄진 사례는 11건으로 2.1%에 그쳤다. 특히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회수 건수가 단 1건도 없었고, 2018년과 2019년 회수는 각각 1건 뿐이었다. 이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법 개정으로 올해 6월부터 양육비 채무자가 긴급지원액을 납부하지 않으면 국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징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서 양육비 대지급제 도입 주장이 커지는 가운데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 재정에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대지급제는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정부가 양육비를 선지급하고 비양육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돌려받는 제도다. 현행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 제도보다 기간이 훨씬 길고 금액도 많다. 최근 여당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양육비 대지급제를 골자로 한 양육비이행법 개정안(서영교·이규민 의원), ‘양육비 대지급을 위한 특별법안(박홍근 의원)’이 발의됐는데 대지급제 도입에 재정이 얼마나 투입될지 제대로 가늠조차 안 되는 상황이다. 박 의원은 “대지급제 비용을 합리적으로 추계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법안 발의 때 비용추계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대지급 소요 재정으로 연 평균 약 1,155억원을 예상했지만 이는 한시적 양육비 지원금인 월 20만원으로 가정한 수치다. 양육비청구소송에서 월 100만원 이상 지급하라는 판결도 나오기 때문에 대지급 예산은 연간 수천억원에 달할 수 있다.

자료제공=국회예산정책처


현재 독일, 프랑스 등에서 양육비 대지급제를 시행 중이지만 참고할 만한 회수율 및 재정 추계 자료도 없는 상황이다. 양육비 제도 연구를 진행한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젠더폭력·안전연구센터장은 “우리나라는 구상이 얼마나 이뤄질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는데 해외국들은 공백없이 양육비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관점이 다르다"며 “이러한 이유로 양육비 회수 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복지 전문가들은 양육비 회수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채무자 정보 접근 권한이 없는 여가부가 구상 업무를 맡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국세청에 위탁하는 등 관계기관과 협업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여가부나 양육비이행관리원이 국세청 자료만 받으면 채무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해당 기관이 직접 소득을 파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양육비 채무자 소득 발생에 따른 상황 및 징수를 국세청에 위탁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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