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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프 도전 박찬호 "휴~ 월드시리즈에서 공 던지는 줄"

스릭슨 투어 1·2회 대회 예선전 출전

"첫 티샷 가장 긴장... 살살 쳐도 장타"

"은퇴 후 공허함 골프로 달래며 이겨"

해저드에선 공 가득 주워오는 보통남

박찬호가 스릭슨 투어 1차 대회 예선전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민수용(골프전문 사진기자)




“와~ 이거 정말 긴장되네. 월드시리즈에서 공 던지는 것 같은데….” ‘빅 리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코리안 특급’ 박찬호(48)도 첫 프로 무대 도전에서는 떨리는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2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날린 후 고개를 절레절레 했다. 그는 “그래도 후반에 16번 홀에서 나 혼자 버디를 기록해 ‘아너’를 잡았다"며 웃었다.

박찬호가 최근 전북 군산의 군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스릭슨 투어(2부 투어) 1·2회 대회 예선전에 참가했다. 그는 MBC 예능프로그램 ‘쓰리박’을 통해 프로 골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이미 2018년과 2019년 KPGA 투어 셀리브리티 프로암에 2년 연속 참가한 적이 있다. 당시는 프로와 짝을 이뤄 나온 ‘셀럽’ 신분이었다. 이번엔 달랐다. 티샷부터 시작해 공이 홀에 떨어져 땡그랑 소리가 날 때까지 엄격한 룰대로 쳐야 하는 선수 자격이었다.

스릭슨 투어 1회 대회 예선 경기 후 박찬호와 동반 라운드를 했던 정종범(29), 박찬호와 막역한 사이인 배우 김성수(48) 등과 함께 식사를 하며 얘기를 나눴다. 김성수는 박찬호와 동갑으로 KPGA 3부 투어도 뛰었던 열혈 골퍼다. 박찬호가 골프의 매력에 빠진 건 은퇴 후 쓰나미처럼 밀려온 공허함 등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렸을 때다. 당시 골프를 통해 마음을 다잡았다. “투수도 혼자고, 골프도 혼자다. 비슷한 게임을 통해 그 고독과의 싸움을 헤쳐 나갔다”고 했다.

스윙에서 하체 리드가 돋보이는 박찬호는 최대 137마일(220㎞)의 드라이버 헤드 스피드를 기록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프 입문 4개월 만에 70대 스코어에 진입한 적이 있고, 심심찮게 언더파를 치기도 한다

박찬호가 티샷을 날리고 있다. /사진=민수용(골프전문 사진기자)


- 오늘 첫 티샷 어땠나.

“제일 긴장이 됐다. 요즘 드라이버가 좋지 않아 공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나마 안 좋은 것 치고는 기억할 만한 드라이버 샷이 많았다. 첫 티샷이 가장 긴장됐지만 그게 살아가니까 할 만했다.”

-오늘 동반자(정종범)가 잘 쳤는데.

“오늘 챔피언하고 같이 쳤다. 4언더파 쳤다. 특등이다, 특등. 1등 스코어를 내가 적었다."

- 원래 350야드 이상 치는 굉장한 장타인데 오늘은 살살 친 것처럼 보였다.

“오늘은 시합을 했던 거고, 그때(셀러브리티 프로암)는 쇼를 했던 거다. 요즘 티샷이 안 좋았던 것도 있었다. 그래서 조금 천천히 하려고 했다. 살살 쳐도 다른 선수들보다 많이 나가더라. 세컨드 샷은 항상 제일 나중에 쳤다. 하하”

- 드라이버 말고 또 잘 안 됐던 부분은 없나.



“아이언이 자꾸 왼쪽으로 말렸다. 원래는 똑바로 가거나 약간 페이드 구질이다. 오늘 아침 연습장에서도 우측으로 갔는데 말이다.”

박찬호와 정종범이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민수용(골프전문 사진기자)


옆에 있던 정종범이 “연습장은 그냥 몸을 풀며 워밍업을 하는 곳이지 실제 코스와는 다르다”며 “일단 공이 다르고, 잔디가 다르다. 연습장에서 잘 맞았다고 코스에서도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박찬호는 “야구도 똑같다. 우리도 불펜에서 빵빵 잘 던지는데, 딱 시합 들어가서 볼1, 볼2, 안타 한 대 맞고, 홈런 한 대 맞으면 그 다음부턴 어른어른 한다”고 했다.

정종범은 박찬호 스윙에 대해 “아주 좋다. 조금만 다듬으면 될 것 같다"며 “오늘 첫 프로 골프 도전인데도 흔들리지 않고 잘 쳤다”고 했다. 이때 옆에 있던 김성수가 “이 사람은 한 회에 만루홈런을 두 번이나 맞아본 사람이야”라고 놀렸다. “그 얘기를 왜 또 해. 타티스 팬이야?” 박찬호는 1999년 LA 다저스에서 뛰던 시절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뛰던 페르난도 타티스에게 만루홈런 두 방을 맞은 적이 있다. 김성수는 “그래도 잘 살잖아. 인생이 그렇다니까. 그 당시에는 세상이 끝날 것 같지만 그 다음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근데 그 감독도 ‘또라이’야”라고 했다.

“왜? 감독이 나 되게 좋아했거든. 그 와이프가 나한테 맨날 치즈케이크 사다 주고… 날 좋아했기 때문에 놔둔 거야. 거기서 내가 막아주면 그 다음부터 쭉 가거든. 반대로 거기서 나를 내리면 내 자존심과 이런 것들을 구기는 거라고 생각한 거야. 그때는 내가 넘버1 스타트하고 그랬으니까. 그때 옆구리 쪽에 한 번 던지고 시작했어야 하는 건데. 하하.”

거리 측정기로 남은 거리를 재고 있는 박찬호. /사진=민수용(골프전문 사진기자)


- 오늘 16번 홀 버디 퍼트 거리는 얼마였나.

“두 번째 샷을 잘 쳐서 3발짝 정도에 붙였다."

정종범이 자신의 플레이는 어땠는지 박찬호에게 물었다. “자기? 멋있었지. 경력이 좀 더 있어서 그런지 확실히 다른 친구들과 다르더라. 여유가 있었어. 종목이 달라도 걸어가는 모습 보면 알아. 우리도 마운드에 올라갈 때 투수가 쫄고 있는지, 걱정을 하고 가는지, 자신 있어 하는지, 몸이 아픈지 보이거든. 그런 게 골프 선수도 보면 있어.”

박찬호는 해저드에 가면 공을 한 가득 주워오곤 한다고 했다. 옆에 있던 김성수가 “그러지 말라고 해도 항상 산에 가면 주머니에서 공이 이렇게 나온다”고 타박했다. 박찬호는 “새 공들인데 그걸 어떻게 지나가? 우리 부모님이 여전히 밤농사를 짓고 계신데”라며 “내 공만 왜 없냐고. 그거 참 희한해”라며 웃었다.

- 앞으로도 프로 대회에 계속 도전해 볼 생각인가.

“이번에 준비가 잘 안 돼 있었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 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됐다. 다음에 정식으로 도전하고 싶다. 그때는 멀리건을 좀 주려나? 하하.”

/군산=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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