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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 깎는 철공소 옆 커피 향기나는 카페…‘문래동 공생’ 가능할까

철공소 “카페·술집 입점으로 임대료 급등” 주장

상인들 “우리도 같은 임차인…거짓소문에 상처”

전문가"악어와 악어새처럼 필요한 존재란 인식 필요"

시민들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술집 앞을 지나고 있다. /김동현 기자




쇠를 깎는 요란한 기계 소리가 울려 퍼지는 철공소와 향긋한 커피 향이 물씬 풍기는 카페, 청년 예술가들의 작업실.

과거 ‘철공 단지’로 알려졌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현주소다. 2000년대 들어 제조업 경기 부진과 맞물려 쇠락의 길을 걷던 문래동은 수년 전부터 공방과 갤러리·카페가 들어서면서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북적이는 문래동 거리만큼 건물 임대료도 크게 오르면서 기존 소공인과 새로 입점한 상인들의 오해와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낙후한 도심을 부활시키는 도시재생사업이 성공하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해관계자들의 갈등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26일 서울경제 취재진이 만난 문래동 소공인들은 수년 전 카페와 술집 같은 상업 시설이 들어서면서 철공소 운영이 힘들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문래동에서 30년째 철공소를 운영 중인 김 모 씨는 “임대료를 두 배나 더 주고도 문래동에 들어오려는 카페나 술집 상인들이 부동산 중개업소에 줄을 섰다”며 “건물주 입장에서는 철공소가 나가주기를 바라는 눈치라 다들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인근 철공소 사장 고 모 씨도 “근처 철공소는 건물주가 나가달라고 해서 가게를 뺐다”며 “그동안 철공소들은 월 100만 원의 임대료를 냈는데 새로 들어온 카페가 160만 원을 내니 철공소가 버텨낼 재간이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소공인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280여 곳에 달하던 문래동 철공소는 지난해 1,000개 수준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3.3㎡당 임대료는 3만 원에서 7만 원으로 두 배 넘게 올랐다.



문래동 철공소의 내부 전경. /김동현 기자


문래동에 새롭게 둥지를 튼 카페와 주점 상인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카페 점주 박 모 씨는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철공소 사장님들의 안타까운 심정은 이해되지만 우리도 비싼 임대료에 밀려서 문래동까지 온 것”이라며 “건물주에게 웃돈을 줘가며 철공소를 내쫓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부 소공인들의 방해와 거짓 소문으로 상권이 타격을 입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래동의 한 대형 술집의 최 모 대표는 “주변 철공소 모두 에어컨 실외기가 길거리에 있는데 우리 가게만 시끄럽다는 신고가 여러 차례 들어와 300만 원을 들여 옥상으로 옮겼다”며 “구청에서 철공소를 내보내기 위해 카페나 술집들에 세금으로 임대료를 지원해준다는 거짓 소문을 믿고 따지러 오는 분도 있지만 전혀 지원받은 게 없다”고 강조했다.

소공인과 상인들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지만 이를 중재해야 할 관할 지자체의 노력은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문래동 도시재생사업이 성공하려면 지자체가 이해당사자들의 갈등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역 주민들이 서로 대립하는 관계이기보다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단순히 대립하는 게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고 조언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김동현 기자 dani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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