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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규제' 우려에도 대법 양형위 '마이웨이'…"가중처벌로 기업 위축"

최고 징역 10년 6개월까지 선고 가능

산안법 양형안 최종 확정 7월1일 시행

공청회 우려 목소리도 전혀 반영 안돼

'엄벌주의'에 빠져 이중·삼중규제 우려

감경 사유 줄여 '전과자' 불안감 커져

재계 "예방 대한 감경요인 필요"

/이미지투데이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으로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 등 책임자에게 징역을 최대 10년 6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양형 기준이 확정돼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기존보다 처벌 수위가 크게 높아지는데다 내년 1월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까지 시행되면 이중·삼중의 ‘겹규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열린 공청회에서 ‘예방이 아닌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졌다’거나 ‘징벌 강화보다 기업 벌금 징수 방식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개진됐지만 대법원 양형위가 기존 수정안을 고집하면서 “산업계의 입장은 철저히 배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9일 제108차 회의를 열고 산안법 양형 기준 수정안을 7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최종 의결했다. 수정안의 핵심은 형량을 높이면서 오히려 죄를 가볍게 하는 감경 요인을 줄였다는 점이다. 우선 기본 양형 기준이 징역 1년~2년 6개월로 기존보다 6개월~1년가량 높아졌다. 또 5년 이내 같은 죄를 저지르면 한층 무겁게 처발하는 상습 가중 규정도 신설했다. 피해자가 다수인 사건도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대신 공탁금은 ‘사후 수습’이라는 비판에 따라 감경 요인에서 제외됐다. 새로운 양형 기준이 확정됨에 따라 재판부는 가중 처벌 요인(특별가중 요인)에 따라 기존보다 한 단계 높은 형량을 선고할 수 있게 됐다.

산업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양형 기준 상향 조정으로 안전사고를 줄이겠다’는 취지에는 이견이 크지 않다. 하지만 ‘무조건 엄벌한다’는 식으로 산업·경영계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걱정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각에서 지난달 5일 열린 온라인 공청회가 이른바 ‘요식행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공청회에서는 ‘산안법이 사업주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는 게 형벌의 책임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기업 특성에 따라 다른 현장의 안정성 규칙도 산안법 양형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또 안전성 확보를 위해 노력한 사업주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없는 점도 문제점으로 제기됐지만 최종 의결 과정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행정 예고 기간 중 지속적으로 감경 사유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안대로 통과돼 (양형 기준 상향은) 처벌에만 방점을 뒀다고밖에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산안법에 따라 예방 시스템을 갖추는 게 우선인데 양형 기준 강화 등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등 ‘주객이 전도된 게 아니냐’는 게 경영·산업계의 불만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예방과 처벌이 같이 가야 하는데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며 “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해온 사업장이 고려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강조했다.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 기업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특별 감경인자를 마련하는 등 형량을 줄일 수 있는 탈출구가 필요한데 대법 양형위 최종 결정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양형 기준 강화와 시행 시기를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엄벌주의가 기업 부담만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인식을 같이했다. 처벌에 집중한 규제 강화가 국내 기업들의 부담만 키우면서 자칫 투자 위축 등 경기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영석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과거에는 공탁이 감형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양형 기준 강화로 삭제되면서 기업들이 느끼는 부담은 확실히 커질 수 있다”며 “이전에는 벌금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사건도 있었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업을 하면서 ‘혹여나 또는 언제든지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사업주 등에게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전 대법원 양형위원도 “엄벌주의가 능사는 아니다”라며 “사고를 줄이는 것이지 처벌하자는 게 (양형 조정의)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규제 강화에 따른 불안감과 이로 인해 기업들의 활동 범위만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시행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현덕·한민구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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