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선거 유세현장에서 '찰떡 호흡'을 보이고 있다. 오 후보 유세 현장에 안 대표가 깜짝 등장하거나 두 사람이 개별 유세로 취약 지역을 한 번에 두 곳씩 공략해 시너지를 높이는 식이다.
29일에는 오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의 첫 TV 토론 준비에 매진하는 사이 안 대표는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들과 함께 여의도와 용산 유세에 나섰다. 안 대표는 특히 오 후보를 대신해 점심시간 여의도 증권가를 찾아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상임 부위원장을 맡은 주호영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았다. 오세훈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가 미처 못 가는 곳을 방문해 인사하거나, 다른 일정 때문에 유세를 못 할 때 현장에 대신 나서주니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안 대표 측은 '두 번째 후보'의 자세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오 후보가 후보 원(1)이라면 안 대표는 후보 투(2)"라며 "때로는 각자, 때로는 같이 선거운동을 벌이면서 서로 보완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7일과 28일 유세에서는 두 후보가 함께했다. 각각 홍대입구와 강남구 코엑스로 향했는데, 두 곳 모두 20·30세대가 많이 모이는 장소다. 안 대표가 젊은 층과 강남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아온 점을 고려해 국민의힘 측에서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하루 한 차례만 합동유세를 벌이고, 이후로는 각자 움직이다 보니 '따로 또 같이' 전략이라는 말이 나왔다.
안 대표는 더 나아가 부산시장 보궐선거까지 활동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안 대표가 사전투표 하루 전인 1일 부산으로 내려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와 합동 유세를 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이후 유세 과정에서 매끄럽게 협력을 이뤄내고 있는 것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덕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 후보는 안 대표 지지층을 최대한 흡수해야 한다. 유세 현장 안팎에서 안 대표를 '예우'할 수밖에 없다. 안 대표를 지지한 유권자들이 일부 민주당으로 돌아서더라도 이들 중 최소 3분의 2는 자기 쪽으로 끌고 와야 단일화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4·7 재보선 이후 야권 정계개편을 염두에 두고 있는 안 대표도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존재감을 유지하는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야권 승리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부각해 서울·부산을 탈환한 뒤 국민의힘에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는 '일석이조' 행보로 풀이된다.
2012년 대선 트라우마가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협상 진통 중 후보에서 사퇴한 그는 문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선거지원을 꺼리는 모습을 보이다 대선 당일 오전에 미국으로 출국했다. 당시 이러한 행보에서 비롯된 ‘철수’ 이미지를 불식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분석이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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