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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미술 첫 전시회 열렸던, 100년전 그날로 '그림여행'

■예화랑 '회-지키고 싶은 것들' 展

최초 근대 미술단체 '서화협회'

1921년 첫 전시 100주년 맞아

안중식·조석진 명작 한 자리에

심전 안중식 '성재수간'.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의 '밤의 소리'가 이 그림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사진제공=예화랑




19세기에서 20세기로의 전환기는 사회의 격변 만큼이나 미술계도 격랑을 마주하던 때였다. 조선 왕실의 그림 전담기관이던 도화서가 폐지된 후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전문교육기관 경성서화미술원 등이 생겨났으나 구심점이 없었고, 자칫 일본의 양화가들에 의해 조선 그림의 주체성이 흔들릴 위기였다. 이에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인 춘곡 고희동(1886~1965)을 비롯한 13인이 1918년 ‘서화협회’를 창립했다. 일본식 조어인 ‘미술’이라는 단어 대신 ‘서화’를 강조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미술인 단체의 시작이었다.

오는 4월 1일은 제1회 서화협회전이 열린 지 정확히 100년 되는 날이다. 1921년 이 날 서울 중앙중학교 강당에서 전시가 개막했다. 원래 협회 창립 이듬해인 1919년 봄으로 준비됐던 전시는 3·1운동과 초대 회장이자 ‘마지막 도화서 화원’인 심전 안중식(1861~1919)의 타계, 뒤이은 2대 회장 소림 조석진(1853~1920)의 별세로 부득이 늦어졌다. 우리 미술의 정체성을 알리고 계승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을 강조한 이 전시에는 안평대군·겸재 정선·추사 김정희 작품들과 서화협회 회원 및 재능있는 후배 작가들의 작품까지 총 100여 점이 걸렸다. 3일간 열린 전시에 2,300명의 관객이 다녀갔고 “꿈 속에 있는 조선 서화계를 깨우는 첫 소리”라는 호평이 따랐다.

소림 조석진의 '팔준도' /사진제공=예화랑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예화랑이 첫 서화협회전의 정신을 되새기고자 대규모 특별전 ‘회(?) -지키고 싶은 것들’을 기획해 1일 개막한다. 서화협회 동인 13인의 작품을 중심으로 3개층 전관을 채웠다.

국권침탈의 울분을 ‘백악춘효’를 그려 토해냈던 안중식이 1910년대 중엽에 그린 수묵담채화가 문 열고 들어선 관객을 처음 맞는다. 작품명 ‘성재수간’은 나뭇잎 사이로 바람소리가 들린다는 뜻이다. 방 안에서 책 읽던 선비가 문득 들린 바람소리에 마당에 있던 동자에게 알아보라고 시켰나보다. 밖으로 나온 동자가 미닫이문 너머를 바라보는 그림이다. 훗날 가야금연주자 황병기(1936~2018)는 이 그림을 보고 ‘밤의 소리’를 작곡했다. 그 음악이 전시장에도 흐른다. 조석진의 ‘팔준도’는 고사에 등장하는 8마리의 준마를 그린 것인데 말인데도 마치 인물화처럼 개성 표현이 뚜렷하다.



흥선대원군 이하응에게 난 치는 법을 배웠다는 소호 김응원과 소봉 나수연, 대나무 그림으로는 당대 최고로 꼽힌 해강 김규진이 협력한 8폭 병풍에서는 아취가 느껴진다.

소봉 나수연(오른쪽부터)이 묵란 1폭, 소호 김은원이 묵란 3폭, 해강 김규진이 묵죽 4폭을 그린 3인 합작의 8폭 병풍. /사진제공=예화랑


소림 조석진, 심전 안중식, 소호 김응원, 해강 김규진, 관재 이도영 등 5인 합작의 10폭 병풍. /사진제공=예화랑


협회의 주축이었던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과 현채·김돈희·정학수의 작품은 만날 수 없지만 서화협회에서 그림을 배워 현대미술로의 가교 역할을 한 소정 변관식, 이당 김은호, 정재 최우석, 수재 이한복의 작품을 함께 만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전시를 기획한 김방은 예화랑대표는 “100년 전 서화협회 동인 13인은 우리 예술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좋은 작가가 후세에 남기를 바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무상으로 재능있는 사람들을 가르쳤다”면서 “선대의 명성을 후배들과 같이 보면서 좋은 작가가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은 오늘날 갤러리스트의 심경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4월24일까지.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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