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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 대청호 굽이돌며 흐드러진 야생화…봄바람 살랑이는 여기가 천상일세

■ 충북 옥천 '천상의 정원'

수생식물학습원, 이달부터 다시 개장

국내 최장 26.6㎞ '벚꽃터널' 지나면

유럽풍 저택·숲·정원·수변 풍경 만끽

꽃과 함께 둘레길 걷다보면 절로 힐링

1평도 안되는 '가장 작은 교회'도 눈길

충북 옥천 ‘천상의 정원’은 대청호 호반에 100만평 규모로 처음 수생학습식물원으로 출발했다. 둘레길은 대청호를 배경으로 꽃과 나무 구경을 할 수 있는 걷기 코스다. 사진은 '달과별의집' 옥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천상의 정원의 일부분.




숨 막히는 아파트 숲을 벗어나 호숫가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면 어떤 기분일까. 코로나 시대를 맞아 전원 생활에 대한 열망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도시인들의 로망을 간접적으로 실현해줄 만한 공간이 있다. 충북 옥천 대청호반에 자리한 '천상의 정원'이다. 유럽풍으로 지어진 대저택에 잘 가꾼 숲과 정원, 수변 산책로까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아름다운 봄날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천상의 정원의 공식 명칭은 '수생식물학습원'이다. 지난 2003년 청주주님의교회 원로목사인 주서택 원장 부부를 비롯한 5가구가 모여 수생식물을 재배·보급하는 관경 농업 현장으로 시작해 18년간 정성을 들여 가꿔왔다. 이후 충청북도교육청이 2008년 과학체험학습장으로 지정해 학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됐지만 언제부터인지 꽃을 보러 찾아오는 방문객들의 차지가 됐다. 천상의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잘 손질된 정원과 건축물이 대청호와 어우러져 명품 정원을 방불케 한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천상의 정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하기 훨씬 전부터 정서적·심리적 치유와 회복의 공간을 표방해왔다. 자연으로 도시인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고 정서를 함양한다는 콘셉트를 내걸었는데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진가가 더욱더 발휘되고 있다. 그동안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아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의 공간으로 유지돼오다 최근 들어 입소문을 타면서 자연을 배경 삼아 잘 가꿔진 정원을 구경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꽃나들이철을 맞아 이달 1일 문을 연 천상의 정원을 찾았다.

천상의 정원으로 가는 길목에 벚꽃이 만개했다. 천상의 정원은 대전 동구 '대청호 오동선 벚꽃길'부터 충북 보은 '회남면 벚꽃길'까지 이어지는 '세상에서 가장 긴 벚꽃길'을 통과해야 한다.


천상의 정원으로 가는 길은 '세상에서 가장 긴 벚꽃길'이다. 대전 동구 '대청호 오동선 벚꽃길'부터 옥천의 '구읍 벚꽃길'을 거쳐 충북 보은 '회남면 벚꽃길'까지 총 26.6㎞나 이어지는 국내 최장 거리의 '드라이브 스루' 벗꽃 터널 구간이다. 차창만 열어도 꽃비가 쏟아져 들어올 것 같은 벚꽃 터널을 지나다가 중간쯤 만나는 비야대정로 3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방아실마을로 이어진다. 도로가 끝나고 연결되는 임도를 따라 인가 없는 마을 제일 안쪽까지 들어가면 천상의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천상의 정원 입구 ‘좁은문’은 허리를 반쯤 접고 들어가야 한다. 곧바로 이어지는 ‘좁은길’은 연못 옆으로 한 명 씩 차례로 줄지어 걷는 멍석길이다.


가장 먼저 방문객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화사한 자목련이다. 주자창 앞으로 어른 주먹 만한 크기의 자목련 수십 송이가 만개해 주변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진한 목련향을 따라 계단을 오르면 정원의 시작인 '좁은문'이 나온다. 허리를 숙여 문을 통과하자 연못 옆으로 '좁은길'이 이어지는데 계절에 따라 다양한 꽃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지금은 크로커스·명자·튤립 등이 주인공이다. 그렇게 좁은길을 지나면 좌우로 넓게 펼쳐진 잔디밭 위로 천상의 정원이 나타난다.

천상의 정원은 ‘땅끝 오름’이라고 이름 부쳐진 '흑색 황강리층 변성퇴적암' 위에 조성됐다.


본격적인 정원 산책은 이제부터다. '여기서부터는 거북이처럼 걸으세요'라는 팻말을 지나자 왼편에 거대한 검은색 암반이 눈에 들어온다. 정식 명칭은 '흑색 황강리층 변성퇴적암'. '땅끝 오름'이라고 이름 붙은 이 암반은 수만 년 전 이곳이 바다였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깎아지른 해안 절벽을 연상시킬 만큼 장관이다. 바위 위에 조성된 정원에는 변성퇴적암 사이를 뚫고 암송(巖松)과 들꽃이 자라고 있고 그 아래로는 너른 잔디밭이 펼쳐진다.

‘천상의 바람길’ 초입에 노란색 산수유꽃과 분홍색 벚꽃이 만개해 방문객들을 맞고 있다.




오름을 한 바퀴 둘러가는 둘레길도 조성돼 있는데 그 이름이 '천상의 바람길'과 '꽃산아래벼랑'이다. 절벽 위로 나무 데크를 설치해 대청호를 조망하면서 걸을 수 있는 이 꽃길 코스에서 방문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꽃은 백목련이다.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에 닿을 듯 말 듯 길게 늘어진 나뭇가지 위로 커다란 목련꽃이 주렁주렁 매달렸고 바닥에는 바람을 맞고 떨어진 새하얀 꽃잎이 한가득이다. ‘바람이 주인이다’ ‘바람보다 앞서가지 마세요’ 등 둘레길 곳곳에 붙은 문구가 운치를 더한다.

꽃산아래벼랑은 암벽을 타고 올라가는 구간이다. 낭떠러지 위로 철제 계단을 설치해 대청호를 내려다보며 걸을 수 있다. 암반을 지나면 절벽 위에 정자가 있는데, 대청호를 조망하기 좋은 포인트다. 비가 오는 날이면 구름이 산허리에 걸리고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호수 위로는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비경이 드러난다고 한다.

천상의 정원을 찾은 방문객들이 둘레길 중간에 서서 대청호를 내려다보고 있다. ‘바람보다 앞서가지 마세요’라는 주인장의 말대로 이곳에 들어오면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


정원 주변에는 총 5채의 건물이 있다. 하나같이 유럽의 작은 성을 연상케 하는 건축물이다. 그 중에서 '달과별의집'은 전망대 역할을 한다. 호수 주위로 이어지는 나무 테크를 걷다가 건물로 연결되는 가파른 철제 계단을 딛고 올라서면 대청호와 정원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평소에는 안전 문제로 출입이 금지돼 있지만 매표소에 따로 부탁하면 올라갈 수 있다.

방문객들이 둘레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천상의 정원은 곳곳이 인생사진 포인트라고 할만큼 꽃과 나무로 가득 채워져 있다.


다시 둘레길을 따라가다 보면 '세상에서 제일 작은 교회'를 만날 수 있다. 성인 4명 남짓이 들어갈 만한 작은 예배당이다. 정면으로 십자가 아래 대청호가 훤히 보이는 통유리가 설치돼 있어 교회에 다니지 않는 방문객들도 한 번씩 예배당에 들러갈 만큼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둘레길이 끝나는 지점은 분재원과 실내정원이다. 분재원에는 소나무·모과나무·소사나무·영산홍 등 500여 개의 분재가 전시돼 있고 실내정원에서는 수련·가시연·연꽃·부레옥잠화·물양귀비·파피루스 등 다양한 수생식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천상의 정원 둘레길 중간에 자리한 '세상에서 제일 작은 교회'는 1평도 되지 않는 가건물 예배당이다.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교회 내부로 들어가면 대청호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총 100만 평에 달하는 천상의 정원은 인근 산으로 연결된 둘레길까지 다 둘러봐도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지만 대청호를 바라보는 카페에 들르거나 둘레길 군데군데 놓인 의자에 앉아 봄기운을 느끼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다. 천상의 정원에서는 4월부터 5월까지 가장 많은 꽃을 만나볼 수 있다. 주중에는 다른 방문객과 동선이 겹칠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한적하고, 주말에는 오전·오후 각 250명씩 하루 500명으로 입장 인원을 제한해 거리 두기를 지켜가며 둘러볼 수 있다. 미리 예약해야 하지만 방문객이 많지 않은 평일에는 현장 예약도 가능하다.

/글·사진(옥천)=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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