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경 순찰대는 이날 밀입국 알선업자 2명이 에콰도르 국적의 어린 자매 2명을 국경 장벽 아래로 밀친 뒤 도망가는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이는 미국 뉴멕시코주 사막과 멕시코를 가르는 국경 지역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순찰대의 감시카메라에 찍혔다.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는 불법 이민자들이 늘고 있느 가운데 밀입국 브로커들이 3살, 5살 아이를 4m 높이의 국경 장벽 아래로 무심히 떨어트리는 장면이 공개돼 논란이다.
멕시코 쪽에서 국경 장벽에 접근한 밀입국 브로커들은 14피트(4.26m) 높이의 장벽에 걸터앉아 아이들을 짐짝처럼 떨어트렸다. 국경을 넘어 미국 쪽으로 떨어진 아이들은 충격 탓에 고꾸라졌다. 20초가 지나고 나서야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세웠다. 브로커들은 아이들의 소지품을 벽 너머로 집어 던진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났다.
국경순찰대 엘패소 지구대장 글로리아 차베즈는 "밀입국 브로커들이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들을 잔인하게 떨어트렸다"며 "순찰대원들이 발견하지 못했다면 아이들은 사막의 혹독한 환경에 노출됐을 것"이라 말했다.
경찰은 브로커를 수사하기 위해 멕시코 당국과 협력하고 있다. 최근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밀입국 브로커가 생후 6개월 된 갓난아기를 국경 인근 리오그란데강에 버리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아이는 텍사스주 순찰대에 의해 구조됐다. 아이 엄마와도 국경순찰대 도움으로 재회했다.
미국 국경순찰대는 최근 중미 출신 밀입국자가 늘어나면서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일에는 엄마와 함께 리오그란데강을 건너던 멕시코 국적의 9살 여자아이가 물에 빠져 숨졌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따르면 작년 10월 이후 최근 6개월 동안 82명이 국경을 넘다가 사망했다.
폭스뉴스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성년자들이 보호자 없이 국경을 넘는 사례가 늘었다며 미국 보건복지부와 세관국경보호국(CBP) 국경 시설에 수용 중인 미성년자는 1만6,000여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지윤 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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