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공급망 재구축에 '삼성 역할' 절실한 美…투자 당근책 내밀 수도

■ 美, 삼성과 '반도체 품귀' 논의

바이든, 반도체 생산 내재화로 기술 패권 강화 포석

오스틴 공장 등 추가 증설 놓고 지원 약속 가능성

동맹 끌어들여 中 견제…삼성 '민간 외교관' 기대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반도체, 전기차용 배터리 등 핵심 품목의 공급망에 대해 100일간 검토를 진행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반도체 칩을 들어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칩 부족 사태와 관련해 삼성전자를 백악관의 긴급 대책 회의에 불러들인 것은 그만큼 반도체 품귀 현상이 심각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의 칩 공급난은 구조적인 것이다.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가전·스마트폰 등 칩 수요 업체의 재고 관리 실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공급망의 구멍, 미중 기술 패권 싸움으로 인한 기업들의 칩 재고 확보 경쟁, 구식 팹으로 통하는 8인치 팹의 부족 등이 맞물려 있다.

달리 말하면 긴급 대책 회의를 한다고 당장 뾰족한 솔루션이 나올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백악관이 삼성 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파트너와 미국의 대표 파운드리인 글로벌파운드리를 비롯해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완성차 업체 관계자 등을 불러 대책을 모색하는 것은 동맹의 힘을 빌려 중장기적으로 반도체의 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대중 기술 패권 경쟁에서도 이니셔티브를 잡아나가려는 다중 포석이 깔려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육성 의지는 확고하다. 이미 지난 2월 반도체를 포함한 핵심 산업 품목의 공급망을 재검토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최근에는 2조 2,500억 달러(약 2,542조 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그중 500억 달러를 반도체 분야에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바이든의 ‘반도체 전략’ 핵심은 생산 내재화다. 실제 칩질라 인텔은 지난달 23일 미국 애리조나주에 200억 달러를 투입해 팹을 건설하고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는 12일 열리는 긴급 대책 회의에서는 삼성의 미국 내 추가 투자를 확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이 170억 달러를 투입해 텍사스나 애리조나, 뉴욕주에 파운드리 라인을 건설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TSMC는 이미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를 투입해 5나노 공장을 짓고 있는 상황이다. 백악관으로서는 이날 회의에서 삼성 등에 투자에 따른 애로 사항을 묻고 투자 진척을 위한 당근책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이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을 위한 린치핀과도 같은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 등을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 정부는 반도체 제조망의 동아시아 편중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지리학적 문화에 기반한 현재의 세계 반도체 공급망 구조가 지난 30년간 엄청난 혁신과 생산성, 비용 절감을 이끌어냈지만 취약성을 만들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냈다. 이는 결국 세계 반도체 생산의 75%를 동아시아가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미국으로서는 삼성의 역할론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이번 회의는 반도체 수급난을 미중 갈등의 연장선으로 인식하고 동맹과 함께 해결하려는 모습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미국 정부의 의도가 녹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는 5G와 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차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의 ‘심장’이기 때문에 중국 견제가 필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반도체 지원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중국을 직접 언급했다. “한화로 56조 원을 반도체 지원에 쏟아붓는다”며 “이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우리 입장에서는 2일(현지 시간) 한미일 안보실장회의에서 미국 및 일본과 칩 공급망 문제를 다룬 데 이어 삼성이 백악관의 칩 부족 대책 회의에 또 참석하는 모양새다. 우리나라로서는 이번 반도체 공조가 미국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이와 관련해 미 행정부 당국자도 “세 나라(한미일)는 미래 반도체 제조 기술의 키를 쥐고 있다”며 “우리는 이 민감한 공급망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우리나라는 외교안보 정책에서 미국과 적지 않은 트러블이 있었다. 당장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의 반중국 연대체인 쿼드에 동참하고 않고 있다. 일본이 3월 미국과의 2+2(외교·국방) 회담 뒤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기존 국제 질서에서 벗어난 중국의 행동이 국제사회에 정치·경제·군사·기술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동안 한국은 대중 압박을 두고 미국과 톤이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그런 맥락에서 12일 백악관 회의는 삼성이라는 민간 외교관을 통해 외교안보 분야에서 벌어진 양국 간 간극 메우기를 시도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