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권 재편의 주도권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후보 지지도가 높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을 경우 세 규합 경쟁이 펼쳐지며 대선이 한 치 앞도 모를 정도로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당내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세론과 제3후보를 모색하는 친문 세력 간에 긴장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친문 진영은 현재 특정 후보에 대한 강력한 지지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적합한 인물을 두고 친문 세력 간 분화도 일어날 수 있다는 평가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재보선 이후 정계 개편은 주도권을 쥔 국민의힘에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재보선 이후 정치적 후일을 도모하기 위한 행보를 시작한 상황에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통합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안 대표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의 단일화 경쟁 끝에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강하게 밝힌 바 있다. 선거 과정에서도 안 대표는 오 후보를 전면 지원하며 국민의힘에서 새로운 정치적 도전을 시작하기 위한 명분을 만들었다. 국민의힘으로서도 안 대표를 중심으로 중도층을 흡수하는 전략은 외연 확대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양당 간 통합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지도 체제를 새로 정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따라 야권 중심의 정계 개편은 판을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이번 재보선 이후 예상되는 야권 정계 개편과 맞물려 정계에 데뷔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 우선 제3지대에 머무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제3지대를 중심으로 외부 인사 수혈에 집중해 몸집을 키운 뒤 야권 통합의 중심축을 형성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제1야당과 일정 정도 거리를 두는 윤 전 총장에게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윤 전 총장의 지지 기반이 반문인 동시에 기성 보수 야당에 등을 돌린 ‘중도층’이라는 점에서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에게 입당을 끊임없이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이나 국민의당에 발을 담그면 지지율이 한순간에 사그라질 수 있다”며 “정부 여당에 등을 돌리고 수구 보수 세력에도 실망한 중도층을 중심으로 정치 세력화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남권의 한 국민의힘 의원도 “어느 정당이라도 몸을 담는 순간 윤 전 총장은 정당 내부 기득권의 저항을 받고 검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며 “제3지대에서 자기 세력을 확실하게 다진 뒤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윤 전 총장이 대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면 야권 내 ‘빅텐트’가 형성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이 옛 참여정부 출신이나 친노·친문까지 포섭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어 빅텐트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여권 내 한 관계자는 “윤 전 총장 측에서 현 정부에서 비켜 있는 과거 친노·친문 인사들까지도 영입을 시도하고 있다”며 “빅텐트 안에 중도층과 친노·친문을 아우를 경우 국민의힘과 국민의당까지 흡수하는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도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과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당내 개편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재명 지사의 독주를 제어하려는 친문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친문 진영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곁을 지켜온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시선이 옮겨가는 모습도 포착된다. 여기에 김두관·이광재·박용진·박주민 의원을 비롯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 양승조 충남도지사,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도 대선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다만 친문 가운데서도 제3후보 지지에 대한 입장이 갈려 분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재보선 이후 여권에서 갈등이 분출될 수 있다”며 “문 대통령 임기 말에 여당에서는 미래 권력을 두고 강한 다툼이 발생할 소지가 크고 야당은 정권 교체라는 숙명을 두고 빠르게 뭉치는 모습으로 정계 개편이 일단락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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