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처럼 가상공간 속에서도 현실 속 움직임 그대로 행동하면서 다양한 실감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혼합현실 체험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체험자는 가로 5m, 세로 5m 크기의 세트장 안에서 공압(空壓)을 이용해 압력과 진동을 상체에 전달해주는 ‘햅틱슈트’를 입고 몸을 와이어 장비에 연결한 다음, 가상현실 속으로 접속하게 된다.
현재 개발된 콘텐츠에서는 체험자가 원하는 대로 현실과 가상 간 몇 가지 물리적 상호작용을 수행할 수 있다. 일례로 실제 컵을 들어 가상에서 물을 마신 후 컵을 깨뜨리거나 게임 속 동물을 쓰다듬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그 때의 촉감과 역감(力感)이 햅틱글러브를 통해 다시 손에 전달돼 현실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손뿐만 아니라 두 발로 걷는 것 역시 구현됐다. 트레드밀 위를 자연스럽게 걸어가면, 가상의 긴 외나무다리를 통과할 수 있으며 코스를 다 걷고 난 후에는 원위치로 복귀하게 된다.
생기원 휴먼융합연구부문 권오흥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체험 플랫폼은 크게 터치센서, 햅틱슈트, 트레드밀, 와이어와 관련된 4가지 핵심 요소기술들로 구성돼 있다.
먼저 ‘터치센서’는 물체와 접촉했을 때의 위치와 압력 정보를 약 90%의 정확도로 동시 측정해주며 ‘햅틱슈트’는 가상환경 내의 아바타와 사물 간 접촉을 인지해 가상의 감각을 몸에 전달해줌으로써 현실감과 몰입감을 극대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트레드밀 기반의 전 방향 이동 기술’은 초당 1m의 속도로 앞을 향해 걸어가면서 사용자의 회전동작에 따라 수평이동까지 가능해 걸어갈 수 있는 가상공간을 무한대로 확장시켜준다.
아울러 슈트와 연결된 ‘와이어’ 기술은 1m 이상 상승할 수 있어 체험자가 무중력 또는 자유낙하 상태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각각의 기술들은 6년의 기간 동안 모두 생기원에서 독자 개발한 R&D 성과로서 권 박사 연구팀은 최종적으로 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동해 체험형 시뮬레이터를 완성해냈다.
개발된 시스템은 개인의 혼합현실 체험을 위해 세계적으로 처음 시도된 고도의 통합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기존 VR기기는 놀이기구 타듯 수동적인 체험만 가능해서 ‘멀미’가 심했던 반면, 개발된 플랫폼의 경우 체험자가 가상환경 내에서 원하는 대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멀미 극복*에 매우 효과적이다.
향후 실감콘텐츠만 확보되면 각종 훈련 또는 재활치료 목적의 시뮬레이터로도 이용 가능하며, 장기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게임 디바이스 또는 영상 촬영용 XR스튜디오 등으로 발전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권오흥 박사는 “생기원 대표기술 ‘키-테크(Key-Tech)’ 성과중 하나로서 가상과 현실이 융합되는 ‘메타버스(Metaverse)’의 태동을 알리는 기술”이라며 “체험 플랫폼의 크기를 줄이고 제작비용도 낮춰 2~3년 내에 조기 상용화될 수 있도록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술개발은 기관 주요사업인 ‘생산기술 산업원천 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진행됐고 현재 관련 논문 4편이 발행되고 특허 3건이 등록된 상태다.
/천안=박희윤 기자 h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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