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회 서울연극제가 오는 30일부터 5월 31일까지 대학로 주요 공연장에서 열린다. 1977년 대한민국 연극제로 시작한 서울연극제는 우리나라 현대 연극의 흐름과 방향을 한번에 만나볼 수 있는 자리로 매년 객석 점유율을 높여 왔다.
올해는 희곡 심사와 프레젠테이션 심사를 거쳐 선정된 ‘나는 지금 나를 기억한다’, ‘허길동전’, ‘노인과 여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이단자들’, ‘다른 여름’, ‘생활풍경’, ‘붉은 낙엽’, ‘정글(JUNGLE)’ 등 8편이 무대에 오르게 된다. 이머시브 씨어터, 현대판 마당극, 피지컬 퍼포먼스 씨어터, 관객 참여형 극 등 새로운 형식을 시도한 작품들로 구성됐으며 삶의 본질적 물음과 사회 편견 비판, 성장기 고통, 의심의 경계, 공존에 대한 근본적 질문 등 현시대 우리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나는 지금 나를 기억한다’는 관객, 연출가, 배우, 그리고 작가 등 인물의 이야기가 연극 속의 연극, 연극 밖의 연극으로 펼쳐지며 삶의 본질적인 물음인 ‘나는 누구인가?’를 이야기하는 관객 참여형 극을 선보이며 ‘허길동전’은 사대부들이 민생을 도외시하고 당쟁에 몰두했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허균이 죽기 전날, 세 명의 이상주의자가 모여서 마지막 밤을 보낸다’는 상상의 설정을 통해 지금의 대한민국을 돌아보는 현대판 마당극이다. ‘노인과 여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회사에 고용돼 활동하는 킬러들을 주인공으로 친일을 풍자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사회의 편견을 비판하는 주제를, ‘이단자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상에 자신을 맞추지 않는 이단자가 되더라도 자신만의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라는 명쾌한 메시지를 담아냈다. ‘다른 여름’은 고등학교 핸드볼 선수의 이야기를 소재로 성장기의 고통과 외로움을 그리고 이를 통해 코로나 19 이후 다른 시기를 지나가고 있는 동시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생활풍경’은 발달장애인 학교 설립 문제를 둘러싼 한 지역의 주민 토론회를 배경으로 관객을 토론회의 일원으로 참여시킨다. ‘붉은 낙엽’은 단풍잎에 미세하게 박힌 반점들처럼 의심이 한 가족의 일상에 번져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믿음은 어떤 토대 위에 있는지, 맺고 있는 관계들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정글’은 2016년 프랑스 칼레에서 영국으로 밀입국한 난민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고찰한다.
이번 서울연극제는 공식 선정작 8편과 함께 20개 작품이 참여하는 탈극장 형식의 무료 공연인 ‘제17회 서울창작공간연극축제’와 지난해 공모를 통해 선정된 단막 희곡 2편을 무대화한 ‘단막 스테이지’, 국내 우수한 창작극 개발을 목표로 하는 ‘단막 희곡 공모’, 작품을 관람하고 평가하는 ‘100인의 관객리뷰단’ 등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맞춰 서울연극제 공식 선정작 공연은 ‘객석 한 칸 띄어 앉기’를 적용, 전체 객석의 절반만 사용한다. ‘시민과 배우가 함께하는 희곡 읽기’, ‘체험 홍보부스’ 등 야외 대면 프로그램은 폐지했다.
김승철 예술감독은 “코로나 19의 여파로 축제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워 아쉽지만, 기대할만한 작품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며 “관객에게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아 묵직한 화두를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서울연극제 전체 프로그램 일정 및 예매 안내는 서울연극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