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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동십자각]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




1941년 10월 7일, 첫눈이 내렸다. 눈은 다시 비로 바뀌었다. 이후 보름간 지속된 러시아의 가을장마(라스푸티차)는 도로를 진흙탕으로 바꿔버렸다. 기온도 떨어지기 시작했고 눈과 비에 젖은 병사들은 곤욕을 치렀다. 나폴레옹의 무릎을 꿇게 한 러시아의 혹독한 겨울은 그렇게 서둘러 시작됐다. 인류에게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나치 독일의 히틀러는 애초 계획을 바꾸지 않았다. 이전까지의 성공에 취해 급변하는 환경과 참모들의 조언을 무시하며 히틀러는 동계 용품도 없이 ‘닥공(닥치고 공격)’을 외치면서 모스크바로 짓쳐 들어갔다. 2차 세계대전의 중요한 변곡점 중 하나였던 독일의 모스크바 침공은 그렇게 시작됐고 나치 독일을 수렁에 빠뜨리게 했다.

돌이켜보면 세상을 뒤흔들었던 사건 앞에는 수없이 많은 전조가 있었다. 조선왕조의 패망에 앞서서는 수많은 백성의 항쟁과 제국주의 외세의 노골적인 침략 시도, 지배층의 무능과 탐욕이 넘쳤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역시 반도체 가격 급락으로 인한 경상수지 적자, 한보 사태, 태국의 밧화 폭락, 홍콩 증시 급락 등이 잇달아 일어난 뒤 맞게 됐다. 지나고 나니 그것이 전조였다고 말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면 대비는 해야 했다.



지난달 부서를 옮겨 환경 관련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다. 공부도 시작했다. 그랬더니 전에는 심각하게 생각지 않았던 것,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보였다. 전에도 알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고 내가 살아갈 동안에는 벌어지지 않을 사건으로만 여기던 것들이었다. 지난해 지구환경 시계는 9시 46분을 가리켰다. 1992년 7시였던 이 시계는 최근 30년간 빠르게 최후의 시간에 다가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지구환경 위기를 알리는 이 전조들 또한 더욱 빈번해진 모습이다. 사하라사막에 눈이 내렸고 호주에서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미국 남부 지역에도 유례없는 한파가 몰아쳤다. 우리나라에도 강원 지역에 3월 기준 16년 만에 폭설이 내렸다. 경북 울진 일대 금강송 군락지의 소나무들은 기후변화로 말라 죽어가고 있다.

진실을 담은 이런 전조들은 사실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하지만 불편하다고 해서 외면하고 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점도 알고 있다. 생산 과정에서 버려지는 2차전지 분리막으로 기능성 옷감을 만드는 스타트업 대표를 최근 만났다. 패션 업계에 몸담은 그는 파타고니아와 같이 오래 입을 수 있는 옷감을 만드는 것으로 기후변화의 전조들을 막으려는 것 아닐까. 집에 처박아둔 텀블러를 꺼내 회사에 가져다 놨다.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비책이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박성호 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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