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유명 TV 프로그램 진행자가 방송 도중 눈찢기 등 동양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 언행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13일 밤(현지시간) 이탈리아 지상파 채널 '카날5'(Canal5)에서 방송된 시사 풍자 프로그램 '스트리샤 라 노티치아'(Striscia la notizia - '뉴스가 기어간다'라는 뜻) 남녀 진행자인 게리 스코티와 미셸 훈지커는 이탈리아 현지 공영방송 라이(RAI)의 중국 베이징 지국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양쪽 눈을 찢으며 'RAI'를 'LAI'로 어설프게 발음했다.
혀를 떨어 소리를 내는 'R'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동양인을 흉내 낸 것으로, 그동안 흔히 보아온 전형적인 동양인 비하 행태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460만 명이 시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많은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문제의 장면은 패션업계 내부 고발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유명한 ‘다이어트 프라다(Diet Prada)’ 등을 통해 삽시간에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졌다. 이에 SNS에는 "부끄럽다" "불쾌하다" 등 비판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이 같은 비난 여론에 여성 진행자인 훈지커는 다음날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공개 사과했다. 그는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면 매우 미안하게 생각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에 민감한 시점임을 깨닫는다"며 "이를 미처 고려하지 못한 것은 불찰"이라고 밝혔다.
스위스계 이탈리아인인 훈지커는 배우 겸 모델로 현지에서 비교적 지명도가 있는 인물이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트루사르디(Trussardi)’ 회장인 토마소 트루사르디의 부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사회주의자당 하원의원을 지낸 스코티와 훈지커가 평소 성 소수자(LGBTQ) 권리와 여권 신장에 앞장서 왔다는 점에서도 두 사람이 보인 이번 인종차별적 행태를 더 곱지 않게 보는 시각도 있다.
채널 카날5를 보유한 이탈리아 민영방송사 메디아셋(Mediaset)은 현지 정가의 '추문제조기'로 유명한 우파 정치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창업한 업체다.
/박동휘 기자 slypd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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