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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경제·금융일반
[국정농담] 등 돌린 청년에 文 일자리 지시, 1년 안에 통하나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20대男, 서울시장 재보선서 吳에 72.5% 몰표

선거 이후에도 20대 文 지지율 20%대로 추락

文 "IMF 세대만큼 암울...민간 일자리 지원하라"

대기업 CEO엔 "고용 확대 특별히 바란다" 당부

청년 지지 없이는 대선서 '진보세력' 표방 어색

임기 내 고용 개선 여부 전체 표심에도 변수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48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최태원(오른쪽)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과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때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지지층이었던 20대의 민심 이반이 4·7 재보궐선거로 확실하게 증명되면서 청와대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악의 취업난, 폭등하는 집값, 페미니즘 이슈로 인한 남녀 갈등, 잇따른 불공정 논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우울감, 연애·결혼 포기 등으로 정부를 비토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자 문재인 대통령은 이들을 위한 ‘특단의 대책’까지 각 부처에 주문했다. 특히 청년들에게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이 일자리라는 점에 착안해 기업들에도 고용 확대를 당부했다. 임기 초 공공 주도 중심의 일자리 창출 전략에서 민간을 활용한 전략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다만 일자리 문제는 산업의 첨단화·고도화·자동화 추세와도 맞물려 있어 단순히 경제지표가 나아진다고 해결될 사안은 아니라는 분석도 많다. 코로나19로 인한 투자 위축 효과가 여전한 데다 비숙련 근로자들에 대한 수요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기업들도 무턱대고 청년 고용을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기존 국정 기조를 완전히 탈피하고 일찌감치 과감한 유인책을 던졌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단기간에 늘리기는 구조적으로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의 일자리 성과에 따라 청년들의 표심은 내년 대선에서도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8일 자정께 서울 여의도 당사 개표상황실에서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4·7 재보선서 20대 男 오세훈에 몰표

KBS·MBC·SBS가 지난 7일 진행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동 출구조사에 따르면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후보는 4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20대(만 18세 이상 포함)는 오 후보에게 55.3%의 지지를 던진 반면 박 후보에게는 고작 34.1%만 지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개표 결과 오 후보가 총 57.50%, 박 후보가 39.18%를 득표한 점을 감안하면 20대 이하의 오 후보, 박 후보 간 격차(21%포인트)는 전체 격차(18.32%포인트)를 웃돈 셈이다.

특히 20대 이하 남성의 오 후보 지지율(72.5%)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높았다. 20대 이하 남성 가운데 박 후보를 뽑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고작 22.2%에 불과했다. 이는 40.9%가 오 후보를, 44.0%가 박 후보를 뽑았다고 답한 20대 이하 여성과도 크게 대비되는 대목이었다.

20대들의 이탈 현상은 선거 때에만 그치지 않았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오차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2.0%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한 결과에 따르면 18~29세의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고작 27%에 불과했다. 전체 지지율 30%보다도 3%포인트나 더 낮은 수준이었다. 20대보다 더 지지율이 낮은 연령대는 60대 이상(23%) 밖에 없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5~9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2일 발표한 여론조사(오차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에서도 20대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24.5%에 불과했다. 20대 지지율은 지난 집계 때보다 8.5%포인트나 하락했고, 합산 지지율인 33.4%를 무려 8.9%포인트나 밑돌았다. 연령별로는 60대(20.2%) 다음으로 지지율이 낮았고, 70대(29.7%)보다는 더 낮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영상으로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文 “IMF 세대만큼 암울…민간 일자리 창출 지원하라”

20대의 외면이 심상치 않자 문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에 특단의 청년 대책을 주문했다. 이날 문 대통령이 특정 세대를 거론한 건 사실상 청년들이 유일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있는 청년들이 코로나 충격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다”며 “과거 외환위기 때 청년들은 닫힌 취업문과 구조조정의 한파 속에 ‘IMF(국제통화기금) 세대’로 불리며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 지금의 청년들도 그때보다 못지않은 취업난과 불투명한 미래로 ‘코로나 세대’로 불리며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 어려움을 빨리 해소해 주지 못하면 청년 시기를 넘어 생애 전체가 불안한 삶에 처할 위험이 있다. 이른바 ‘락다운(봉쇄) 세대’가 될 수도 있다”며 “우리 사회가 가장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중차대한 과제가 됐다”고 걱정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정부는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을 공감하고 함께 나누고 기존의 대책을 넘어서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주기 바란다”며 “무엇보다 청년들에게 중요한 것은 일자리”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늘릴 수 있도록 정부가 마중물이 돼야 한다”며 “경제 회복기에 들어선 만큼 이 기회에 민간 기업이 더 좋고, 더 많은 일자리 창출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을 강화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최근 벤처 열풍으로 창업 벤처가 새로운 일자리의 보고가 되고 있다. 청년들이 창의적인 일에 마음껏 전념할 수 있는 환경 마련에도 역점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며 “디지털, 데이터,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분야 등 미래산업 인력을 양성하는 직업훈련을 강화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나가는 노력을 특별히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주거 문제와 관련해서는 “청년과 신혼부부, 무주택자들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보다 넓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며 “주택공급 확대와 함께, 청년들을 위해 세심하게 정책적으로 배려할 수 있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기업 CEO 모은 대통령 “고용 확대 특별히 바란다”

문 대통령이 청년층을 각별히 걱정한 것은 최근 지표 상으로는 청년 고용 등이 나아지고 있음에도 이를 체감하는 사람들은 적다는 판단에서였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우리 경제는 천신만고 끝에 코로나의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 빛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상반기 중에 코로나 이전 수준의 경제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경기회복의 훈풍이 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올해 들어서도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당초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이어가며 1분기 GDP(국내총생산)가 코로나 위기 전 수준으로 이미 회복되었거나 거의 회복될 전망”이라며 “가장 중요한 고용도 지난 3월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31만4,000명 증가해 1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용 증가의 절반 이상이 민간 일자리이고, 특히 청년층의 취업자 수와 고용률이 크게 증가했으며 코로나 위기 동안 급증했던 일시 휴직자가 대폭 감소한 것은 매우 희망적”이라며 “코로나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데는 좀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고용 상황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개선돼 나갈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그 회복의 온기를 체감하지 못하는 국민이 아직 많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등을 점검한 뒤 회의를 마치며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문득 한 가지 부탁을 내놓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에 특별히 바라는 것이 있다”며 “최대한 투자와 고용을 확대해 주시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저 또한 기업이 일자리를 늘린다거나 고용을 늘리는 현장이 있으면 함께하면서 격려하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정배 삼성전자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최웅선 인팩 대표이사,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배재훈 HMM 대표이사 사장, 황호선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등이 총출동해 있었다.

지난 14일 서울 시내 한 고용센터에서 방문객들이 실업급여 교육 신청을 위해 대기해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대 없이는 ‘진보’ 표방 어색…단기 고용 개선 쉽잖지만 대선에선 변수

정부의 청년 일자리 개선 의지가 올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공개한 ‘매출 100대 기업 재택근무 현황 및 신규채용 계획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3.6%는 신규채용을 지난해와 비슷하게(55.7%) 하거나 지난해보다 늘릴 것(27.9%)이라고 답했다. 지난해보다 줄인다고 응답한 기업은 16.4%에 그쳤다.

다만 기준점이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신규 채용이 줄었던 지난해라는 것이 문제다. 최근 유수 대기업들이 신입 공개채용을 잇따라 폐지한 상황에서 응답 기업의 ‘신규 채용’이라는 것이 청년 신입 채용이라는 것인지, 경력 사원 채용이라는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100대 기업의 일자리가 실제 다소 늘더라도 매우 소폭이라면 피부로 체감하기 힘들 수도 있다.

더욱이 같은 날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1년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8%는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않았거나 지난해에 비해 투자를 줄일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최상위권 대기업 일부를 제외하면 여전히 채용 시장이 위축돼 있음을 짐작케 하는 조사 결과였다.

혁신과 미래의 상징인 20대의 지지를 잃은 것은 어떤 면에서 문재인 정부에는 치명타라고 볼 수 있다. 자칫 ‘진보 정권’이라는 수식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호남과 함께 현 정부의 최대 지지층인 40대 중반~50대 초반은 이제 한국 사회에서 개혁을 상징하는 연령대라고 하기에는 너무 기성세대가 됐다. 문재인 정부가 남은 1년의 임기 동안 청년 일자리 부문에서 어떤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는가 여부는 다음 대선에서도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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