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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美·英 '백신 도박'으로 크게 땄다…방역모범국은 백신실패국 전락 위기"

'방역 모범' 한국·호주·뉴질랜드, 백신 확보에 '신중론' 펼쳐 접종 늦어

"접종률 못 높이면 결국 종식 방해하는 요인 될 것"

영국 런던의 소호 지구에서 16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영업을 재개한 식당의 야외 테이블에 모여 식사와 음료를 즐기고 있다. 영국은 지난 12일을 기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제한 조치를 대폭 완화했다.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방역 모범국과 방역 실패국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방역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들었던 미국과 영국은 백신 접종률이 두 자릿수로 올라서면서 ‘코로나 종식’을 기대하고 있지만 아태지역 국가의 접종률은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영국·미국과 아·태지역 간 백신 접종률 차이는 두 지역의 초기 방역 성과 차이로 인한 직접적 결과라고 분석했다. 영국과 미국은 피해 상황이 워낙 심각해 백신에 모든 것을 걸었던 만큼 확보와 접종이 빠르게 진행됐다는 의미다.

지난달 29일 미국 뉴올리언스 외곽 루이지애나주 메타리의 '드라이브 스루' 코로나19 백신 접종소에서 주민이 백신을 맞는 모습. /AP연합뉴스


방역 실패국에서 백신 선진국으로= 지난해 3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자 미국과 유럽에선 확진자와 사망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봉쇄가 경제에 타격을 주고 마스크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이 적지 않아 각국 정부는 과감한 통제조치를 도입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확산세는 통제 불능 수준으로 격화했다. 미국은 누적 확진자, 사망자 규모에서 압도적인 전 세계 1위에 올랐고, 영국을 비롯한 유럽국도 상위권에 포진했다. 같은 시기 호주, 한국, 대만, 뉴질랜드 등은 엄격한 국경통제, 신속한 시설 폐쇄, 대규모 검사를 통해 확산세를 잡으며 '방역 모범국'으로 불렸다.

하지만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양쪽 처지는 뒤바뀌었다. 현재 미국에선 전 국민의 37%가 적어도 1차 접종을 완료했다. CNN방송은 미국이 올해 여름까지 접종률 70∼80%를 달성해 집단면역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은 현재 최소 1회 접종률이 47%에 달한다. 반면 뉴질랜드, 태국, 대만, 한국, 일본은 모두 접종률이 4%가 채 되지 않는다. 호주 역시 5%보다 낮다.

영국이 백신 접종과 봉쇄 조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감한 가운데 1일(현지시간) 런던 프림로즈 힐 공원에서 시민들이 따뜻한 봄 날씨를 즐기고 있다. 영국은 1월 초부터 코로나19 봉쇄 조처를 하고 백신 접종에 박차를 가한 덕분에 한때 하루 최대 7만 명까지 근접했던 신규 확진자 수가 지난달 31일에는 4천52명까지 내려왔다. /AP연합뉴스


코로나19 통제 못한 영·미의 절박했던 '백신 도박'= 전문가들은 영국과 미국이 사태 초기 방역에 실패하자 개발이 채 완료되지 않은 백신을 확보하는 데 집중한 일종의 '도박'과 같은 대응 덕분에 지금의 빠른 접종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의 빌 바우텔 공중보건 교수는 "영국과 미국은 자기들이 초래한 난관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이미 지난해 5월에 임상시험도 미처 완료하지 않은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1억 회분 공급계약을 맺었고, 7월에는 화이자 백신 3,000만 회분을 포함해 9,000만 회분에 대한 추가 계약을 맺었다. 같은 시기 미국은 화이자와 백신 6억 회분에 대해 계약을 맺었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영국과 미국은 다른 나라에 앞서 백신에 크게 걸었고 지금 전세계는 백신 공급 문제에 직면했다"라며 "백신 공급을 줄을 서는 것으로 생각해보면 영국과 미국이 그 줄의 첫 차례다"라고 말했다. CNN은 영국과 미국의 이런 결정이 절박한 상황에서 선택한 '과감한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AFP연합뉴스


방역 모범국 '의도치 않은' 백신 지연= 하지만 이들처럼 인명 피해가 크지 않아 절박한 상황은 아니었던 아태지역 국가는 백신에 대해 더 신중했다. 백신이 짧은 기간에 개발돼 예방 효과와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만큼, 먼저 접종을 실시하는 외국의 상황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CNN방송은 아·태 지역의 방역 모범국의 백신 지연이 완전히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호주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와 지난해 8월 공급 계약을 맺어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백신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됐다는 것이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유럽연합(EU)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호주로 이르게 반출되지 못하도록 했다"라고 항변했다. 또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이 혈전증을 유발한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접종 나이가 제한됐고, 대체할 수 있는 화이자의 백신은 공급이 부족한 형편이다. CNN은 코로나19 피해가 덜 심각했던 나라에서 위험에 대한 평가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라고 전했다.

광주 전체 자치구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 시행된 15일 오전 광주 북구 예방접종센터에서 75세 이상 노인들이 접종을 받고 이상반응 관찰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접종 서두르지 않으면 결국 위험지역 될 것"= 아태지역 국가들이 앞으로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 결국 코로나19 종식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접종률이 낮은 곳에서 언제든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생기고 확산해 각국의 백신 성과를 수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바우텔 교수는 "국민의 90%가 백신을 맞지 않은 나라에선 큰 피해가 일어나기 마련"이라면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나타나는데 대다수 주민이 백신을 맞지 않은 '섬'에 있고 싶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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