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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집의 본질은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

■건축, 모두의 미래를 짓다-김광현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건축은 불순한 학문이다. 건축은 태생적으로 배제하는 것, 이기적인 산물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건축으로 우월함을 뽐내며 주변과 구별 짓고 나아가 주변을 제압하려고 했다."

김광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명예교수는 책 '건축, 모두의 미래를 짓다'를 통해 건축의 본질을 이렇게 표현한다. 건축을 그저 고상한 예술 작품으로만 바라보고 찬미하는 태도를 지양하고 건축의 본질이 무엇인지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축은 국가, 자본, 대중, 욕망에서 생산·유통되고 소비되는 것이다. 유명 건축가들을 안다고, 혹은 건축 양식을 공부한다고 건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은 건축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 사회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사회가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혀 있듯이 건축 역시 사회의 질서에 따라 형태를 갖춰 간다. 예를 들어 건축물을 짓는 땅은 주어진 지형에 법적으로 분할된 토지이고, 도로로 에워싸여 있다. 집을 짓는 땅은 사회적인 조건이 만든 셈이다. 이런 땅에 사람이 모이는 공동주택, 학교, 미술관, 도서관 등 특정 용도의 건물을 세운다는 것은 그 사회가 공유하는 크고 작은 가치를 품는 것이라는 논리다.



책에 따르면 사회의 요구에 따라 지어진 건축물은 획일화·균일화를 낳고, 장소를 파괴하기도 하며, 건축에 대한 기대 질서를 형성한다. 책은 1947년 미국 뉴욕 맨해튼 외곽에 건설된 레빗타운을 대표적인 예로 들고 있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대규모로 지어진 전원주택 단지인 이곳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고립된 공간으로 전락했다.

획일적인 아파트로 채워진 한국의 주택정책도 이와 유사하다. 집이 매매의 대상이 아니라 거주하는 곳이 되기 위해서는 주택정책을 주거정책으로 바꿔야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어떤 집과 지역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주거정책을 내놓지 못하다고 있다. 그러면서 집을 투기 대상으로 삼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개인이 알아서 집을 사고, 거주할 집도 개인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 밖에 안 된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건축가라는 마음으로 건축을 알고 실천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래야만 건축이 존재하는 원천인, 모든 이의 기쁨을 위한 공간이 탄생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1만7,000원.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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