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에서 참패한 여당이 부동산 정책 손질에 나선 가운데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을 상위 1%로 축소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위 1%에 매겼던 세금이 종부세”라며 “그에 맞춰 과세 기준을 대폭 상향해 적용 대상을 줄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균 전 총리도 “부유세가 중산층으로까지 확대되면 세목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종부세 부과 기준을 현행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이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전국의 공시가 9억~12억 원 아파트 26만여 가구가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올해 1월 기준 공시가 9억 원 초과 공동주택이 전체의 3.7%인 52만여 가구라는 점을 고려하면 절반 정도가 빠지는 셈이다.
당내에는 종부세 인하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소병훈 의원은 “대한민국은 5,200만 명의 나라이지 52만 명의 나라가 아니다”라며 상위 1% 축소 주장을 반박했다. 우원식 의원도 “3%를 위해 나머지 국민에게 집값 잡기를 포기했다는 체념을 드릴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종부세 대상을 상위 1%로 축소해 ‘1대 99’의 구도로 전환하든, 현행 기준을 유지해 ‘3.7대 96.3’ 구도로 가든 대선용 갈라치기 접근법이라는 점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다.
원래 종부세는 노무현 정부 시절 소수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부자 증세’로 시작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25차례에 걸친 부동산 정책 실패로 ‘중산층 증세’로까지 변질됐다. 집값 폭등으로 서울에서는 9억 원 초과 공동주택 비율이 16%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코로나19로 가계소득이 줄었는데도 종부세와 재산세가 급증하는 바람에 ‘보유세 폭탄’에 반발하는 조세 저항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정부와 여당은 주거 안정과 투기 방지라는 목적에 맞게 부동산 세제를 바로잡되 이를 선거용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공시가 인상을 자제하고 1가구 1주택에 대해 종부세를 완화하되 특히 장기 실거주자와 은퇴자의 보유세 감면을 더 확대해야 한다.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 계층을 가르는 얄팍한 전술로 땜질하려 한다면 민심의 더 큰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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