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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김홍도부터 모네·달리까지…'불후의 명작' 국민 품으로

[삼성家 '세기의 상속'-베일 벗은 '이건희 컬렉션']

'추성부도' '천수관음보살도'…

국보 14건·보물 46건 포함에

김환기·샤갈 등 거장 작품도 다수

평가금액만 2.5조~3.5조 달해

고 이건희 회장이 수집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되는 국보 제216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사진 제공=삼성




‘세기의 유산’이 국민 품에 안겼다. 고(故) 이건희(1942~2020년) 삼성 회장의 유족들은 ‘문화보국’을 목표로 평생 문화재와 미술품을 수집한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약 2만 3,000점의 컬렉션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하고 28일 이를 공식 발표했다.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린 소장품은 유족이 상속세 자진 신고를 위해 외부 전문 기관 3곳에 가격 감정을 의뢰한 결과 평가액만 2조 5,000억~3조 5,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소장·전시 이력과 희소성이 프리미엄으로 작용할 경우 시가는 최대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유족은 이 중 서양 및 한국 현대미술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집품을 국립박물관·미술관과 지방자치단체 미술관 등지에 기증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생전에 출간한 수필집에서 국립박물관을 관람한 자신의 경험을 전하며 “상당한 양의 빛나는 우리 문화재가 아직도 국내외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실정인데 이것들을 어떻게든 모아서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적은 바 있다. 그러면서 추진한 것이 ‘국보 100점 프로젝트’였고 탁월한 심미안과 열정으로 국내외 주요 미술품을 수집했다. 이는 개인의 취향과 애호를 뛰어넘어 문화융성과 문화보국에 대한 사명감 때문이었다. 삼성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1993년 6월 내부 회의에서 “대한민국의 문화재다, 골동품이다 하는 것은 한데 모아야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고 훗날 2004년 리움 개관식에서는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지라도 이는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며 문화유산 수집과 보존의 공익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수집품들은 고인의 바람대로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고 온 국민들이 감상할 수 있게 됐고 대한민국은 문화보국으로 성큼 도약할 계기를 얻었다.

호암 이병철 회장이 삼성상회를 시작한 ‘삼성의 발원지’ 대구미술관에는 지역 출신 대표 작가 이인성·이쾌대 등의 작품 21점을 기증하고, 오지호·김환기·천경자 등을 배출한 전남도립미술관에도 21점의 작품을 기증한다. 이 외에도 서울대와 제주도 서귀포 이중섭미술관, 강원도 양구군 박수근미술관 등지에도 작품을 기증해 열악한 미술관을 풍성하게 하고 미술사 연구의 기반을 닦아줄 전망이다.

고 이건희 회장이 수집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되는 보물 제2015호 ‘고려천수관음도’. /사진 제공=삼성


◇겸재 ‘인왕제색도’ 비롯, 국보·보물 등 2만 1,600여 점 국립중앙박물관으로=이날 베일을 벗은 이건희 컬렉션 가운데 국보 제216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한 국보 14건과 보물 46건 등 국가지정문화재 60건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다. 박물관으로 가는 작품만 총 2만 1,600여 점이다. 특히 ‘인왕제색도’는 값을 매길 수 없는 대표적 ‘무가지보’ 중 하나다. 1,000원권 지폐 뒷면 그림인 겸재의 ‘계상정거도’가 포함된 화첩 ‘퇴우이선생진적첩’이 경매에서 34억 원에 낙찰된 바 있는데, 이 작품은 완성도나 희소성 면에서 그보다 압도적으로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박물관 기증품은 수준도 남다르지만 양적인 면에서도 압도적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1946년 개관 이래 지금까지 총 43만여 점의 문화재를 수집했는데 수적으로 단숨에 5% 이상 증가하게 된다. 박물관이 지금껏 기증받은 유물 5만 점 가운데 이 회장의 기증품이 약 43%에 달한다. 개인이 지정문화재를 기증한 사례도 성문종합영어의 손성문 씨가 국보 5점, 보물 21점을 기증한 것을 넘어서는 최고 수준이다. 보물 제2015호 ‘고려천수관음보살도’는 전문가들이 “100억 원을 준다 해도 없어서 못 구한다”고 말하는 고려불화의 하나이며 현존하는 유일한 고려 천수관음 불화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고려불화 소장품이 미약했던 만큼 이번 기증을 계기로 미술사적 빈틈이 메워지게 됐다. 단원 김홍도가 마지막으로 그린 작품으로 알려진 보물 제1393호 ‘추성부도’도 국립박물관 품에 안긴다. 비취색이 영롱한 보물 제1039호 ‘청자 상감모란문 발우와 접시’ 일체, 석가 일대기를 훈민정음으로 기록한 보물 제935호 ‘월인석보’도 기증품에 포함됐다.



단원 김홍도의 마지막 그림으로 알려진 보물 제1393호 ‘추성부도’. /사진 제공=삼성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는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사진 제공=삼성


◇모네 ‘수련’부터 이중섭 ‘황소’까지 1,400여 점 국립현대미술관으로=국립현대미술관은 프랑스 출신의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을 소장하게 됐다. 수련은 모네의 대표작 중 하나로, 글로벌 경매 회사 소더비가 오는 5월 경매에 출품한 모네의 ‘수련 연못’은 낙찰 예상가가 약 4,000만 달러(약 445억 원)에 달한다. 이 외에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을 비롯해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책 읽는 여인’, 마르크 샤갈의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 등의 귀한 작품들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다.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은 도자 시리즈 112점이 일괄 기증된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는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사진 제공=삼성


기증품에는 한국 대표 근대미술품 460여 점도 포함됐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는 희소한 1950년대 작품이자 폭 568㎝의 대작이라 시장에서 거래될 경우 추정가는 최소 50억 원을 웃돈다. 김환기 추상화의 완결판으로 불리는 1970년대 푸른색 ‘전면점화’도 기증된다. 이 역시 시장 거래가는 50억 원 이상이다.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과 ‘농악’ 등도 상당한 크기의 작품이다. 2007년 경매에서 45억 원에 낙찰된 박수근의 ‘빨래터’보다 2배 이상 큰 대작이며 완성도도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붉은색 배경의 이중섭 ‘황소’도 기증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빠듯한 연간 소장품 구입 예산 때문에 박수근·이중섭 등 ‘국민 화가’의 이 같은 대표작이나 김환기의 ‘점화’를 확보하지 못했기에 이번 기증을 더욱 반기는 분위기다. 국립현대미술관이 1969년 개관 이래 수집한 작품은 총 1만 200여 점, 이 중 기증 미술품은 5,400여 점이다. 이번 1,400점의 기증은 역대 최대 규모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는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사진 제공=삼성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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