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장거리 버디 퍼트는 축구의 중거리 슈팅이나 농구의 3점 슛과 비슷하다. 짜릿한 쾌감을 주는 동시에 안 풀리던 경기 흐름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효과도 발휘한다.
30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뉴 탄종 코스(파72)에서 계속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총상금 160만 달러) 2라운드.
박인비(33)는 2~3m 버디 퍼트가 수차례 빗나가고 3번 홀(파4)에서 오히려 보기를 적어내는 등 힘든 경기를 펼쳤다. 분위기를 바꾼 것은 8m는 족히 돼 보이는 7번 홀(파3) 버디 퍼트였다. 이를 시작으로 8번 홀(파5) 2퍼트 버디, 9번 홀(파4) 2m까지 3연속 버디를 엮어냈다. 12번 홀(파4)에서 두 번째 보기가 나왔지만 13번(파5)과 15번 홀(파3)에서 버디를 추가했다. 무더위 속에 전날(8언더파 단독 선두)의 기세에는 못 미쳤으나 3언더파 69타를 보탠 박인비는 중간 합계 11언더파로 공동 선두로 대회의 반환점을 돌았다.
박희영(34)도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10m 가까운 장거리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기분 좋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4타를 줄인 박희영은 박인비와 나란히 공동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박인비는 KIA 클래식 이후 한 달 만에 시즌 2승 달성 기회를 이어갔다. 박인비가 남은 이틀간 1위 자리를 지키면 LPGA 투어 통산 22승이자 2015년, 2017년에 이어 이 대회 세 번째 우승을 이루게 된다. 박희영은 지난해 2월 호주에서 열린 빅 오픈 제패에 이은 통산 4승을 노린다.
한국 선수들이 상위권에 다수 포진해 합작 196승 전망도 밝은 상황이다. 한때 잠시 단독 선두에 나서기도 한 김효주(26)가 9언더파로 2타 차 공동 3위에 올랐다. 유소연(31)이 8언더파 공동 5위, 양희영(33)이 7언더파 공동 7위에서 뒤를 받쳤다. 공동 3위 린시위(중국), 공동 5위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 공동 7위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5) 등이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6)은 4타를 잃고 3오버파 공동 58위로 밀렸다. 지난해 코로나19 탓에 대회가 열리지 않아 2년 만에 타이틀 방어에 나선 박성현(28)은 1타를 줄였지만 5오버파 공동 66위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는 69명이 출전해 컷오프 없이 4라운드를 치른다.
/박민영 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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