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에서 일찌감치 탈락했지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시선은 당분간 총장 인선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자신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임박한 가운데 어느 후보가 검찰총장에 오를지에 따라 향후 거취도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선 떠밀려 ‘검복(檢服)’을 벗고 ‘피고인 신분’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이르면 3일 검찰총장 최종 후보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지난달 30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주 중에는) 어떤 형태로든 결론은 내야 되고, 대통령께 제청할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9일 회의를 열고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김오수(58) 전 법무부 차관(사법연수원 20기), 구본선(52) 광주고검장(사시 23기), 배성범(58) 법무연수원 원장(23기), 조남관(56) 대검찰청 차장검사(24기) 등 4명을 추천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이 지검장은 표결에서 과반수에 못 미치는 득표로 제외됐다.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 이정수 검찰국장 등 친정부 인사들이 추천위원에 포함됐음에도 나머지 위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예상지 못한 신기한 결과”라는 반응이 나오지만, 가장 당혹스러운 건 이 지검장이다. 단순히 후보군에서 낙마한 실망감이 아닌 자신의 신변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이 크다.
법조계에서는 정부·여당이 ‘이성윤’이라는 카드를 잃을 이상, 차선책으로 김 전 차관을 선택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동안의 행보를 봤을 때 문 정부가 역점을 두는 검찰개혁이라는 국정철학과 맞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김 전 차관이 검찰총장이 될 경우, 이 지검장은 주요 사건들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유임’시키거나 대검 차장 등 고검장급으로 ‘승진’시켜 정권의 ‘방패’역할을 이어가게 할 방안이 점쳐진다. 두 사람은 이미 법무부 차관과 검찰국장으로 합을 맞춘 바 있기에 현 정부가 원하는 그림이 그려 질 수 있다. 두 가지 가능성 모두 현재 ‘피의자 신분’의 이 지검장이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최고의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이 아닌 다른 후보가 검찰총장 자리에 오른다면, 이 지검장의 선택지는 좁아진다. ‘검사동일체 원칙’으로 일컬어지는 검찰조직 문화 특성상 후배나 동기가 검찰총장이 되면 스스로 용퇴하는 게 관행처럼 내려오고 있다. 새 총장에게 동기나 선배를 지휘하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다.
이 지검장의 동기인 구 고검장과 배 원장이나 한 기수 후배인 조 차장이 검찰조직의 수장이 된다면 이 지검장은 울며 겨자먹기로 짐을 빼고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진다.
순천지청장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김 전 차관이 검찰총장이 되면 나머지 후보들도 사표를 낼 동인 없이 수평이동에 그칠 수 있겠다”면서도 “다만 이 지검장은 이미 한 번 유임한데다 대한변협 회장 등 각계 대표성의 인사들이 참여한 추천위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내려졌기에 사표를 내거나 법무연수원 등 수사와 상관없는 곳으로 전보 조치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오는 10일에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 지검장을 기다리고 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미 이 지검장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했다고 자신하는데다 그가 총장 후보에서도 빠지면서 부담감도 덜게 됐다. 여기에 김 전 차관이 아닌 후보가 제청된다면 수사팀에겐 거리낄 것조차 남지 않는다. 이 지검장에겐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의견’이 나오도록 바라는 방법 뿐인데, 이 마저도 강제력이 없어 그의 앞길은 어디로 향하든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심의위 결과가 기소로 결정 난다면 정부도 더 이상 이 지검장을 중앙지검장 자리에 앉혀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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