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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약화된 이슬람 테러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빈 라덴 제거·아랍의 봄 10주년

테러 사망 2014년후 59% 줄고

아랍인 '민주주의 희망' 보여줘

美, 위협 과장 전통서 벗어나야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넵튠 스피어 작전’이 지난주 10주년을 맞았다. 이슬람 테러와 급진 이슬람주의의 현주소를 폭넓게 살펴보기에 더할 수 없이 좋은 기회다. 이들에 대한 초기 진단 결과는 이슬람주의의 확실한 쇠퇴이다.

테러로 숨진 지구촌 전체 사망자 수는 이슬람주의가 정점에 도달했던 지난 2014년 이래 59%나 감소했다. 현재 서방세계가 직면한 최대 위협은 이슬람 폭력이 아닌 극우 테러이다. 2014년 이후 무려 250%의 폭증세를 보인 극우 테러는 같은 기간 발생한 지구촌 전체 테러의 46%와 이로 인한 사망 건수의 82%를 차지한다.

오늘날 대다수의 이슬람 테러는 지역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알카에다가 기세등등하던 시절, 이 집단의 지도자들이 ‘가까운 적(현지 정권)’이 아닌 ‘먼 곳의 적(미국과 서방국가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에 비하면 놀랄 만한 반전이다. 이후 알카에다는 중앙 지휘부와 이념조차 없이 몇 무리의 민병 조직으로 전락했다. 이슬람국가(IS)는 그보다는 형편이 조금 나은 편이지만 이들의 활동 반경 역시 모잠비크나 소말리아 등 정정이 불안한 지역으로 좁혀진 상태다.

1970년대에 융성하기 시작한 호전적 이슬람의 뿌리는 사회 발전을 게을리 한 독재자들과 왕정 체제의 실패에 닿아 있다. 이슬람주의자들은 무슬림들을 향해 빈곤과 독재로 연결되는 서구식 현대화를 포기하고 대신 진정한 이슬람 국가로 가는 길인 ‘정치적 이슬람’이라는 아이디어를 수용하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특히 아랍 지역은 물론 전 세계의 독재 정권을 지원하는 초강대국, 즉 미국에 테러 역량을 집중하라고 촉구했다.

‘릴리전스’ 저널 기고에서 나데르 하셰미 덴버대 중동연구센터 소장은 정치적 이슬람의 매력은 무슬림 세계의 열약한 현실에 대한 대안이 검증되지 않은 저항 운동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과거 20~30년에 걸쳐 이슬람 정당들은 이라크·수단·튀니지·이집트·가자·요르단과 기타 지역에서 정치화 과정을 밟았다. 하셰미는 “정치적 이슬람의 대중적 명망은 국가권력을 경험하면서 얼룩졌다”고 주장한다.



수백만 무슬림들은 정치적 이슬람의 활동을 지켜봤고, 그들이 목격한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무리 지어 이슬람 국가의 칼리프 통치 지역을 벗어났다. 그들은 또 이집트의 ‘무슬림 형제’에 거세게 저항했고 이라크의 시아파 정당들이 ‘우리끼리 나눠먹기’ 식의 ‘후원 정치’에 매몰되는 광경을 지켜봤다. 이란의 무슬림들은 신권주의 정부에 의해 참정권을 잃어갔다. 현 정권에 대한 환멸과 종교 지도자들에 대한 맹신은 급격히 감소했다.

지금 남은 것은 범세계적 운동의 부분이 아닌 지역적 문제와 지역적 불만뿐이다. 서구에서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에서 이슬람주의자들의 테러 공격이 빈발했지만 이들은 모두 경찰에 알려지지 않은 개인들, 혹은 지하드그룹과는 상관없는 단체들에 의해 자행됐다. 그들이 지닌 개인적 불만이 극단적 이념으로 연결되면서 자체적인 급진화가 이뤄졌다.

유럽에서 발생한 이슬람주의자들의 공격과 미국에서 자행된 극우주의자들의 테러는 일정한 공통점을 지닌다. 소외된 개인들, 급진화한 온라인은 그들의 두려움과 분노를 무기로 전환하는 이념을 찾아낸다. 요즘 미국에는 무슬림보다 훨씬 많은 소외된 백인들이 존재하고 바로 이것이 이 땅에서 발생하는 테러의 구성 요소에 변화를 준다.

이슬람과 이슬람 테러 및 이슬람 국가의 민주화 전망과 관련해 도출할 수 있는 교훈은 복잡하고 다양하다. 2021년은 수백만 명의 아랍인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평화적인 시위를 벌였던 ‘아랍의 봄’ 1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아랍인들의 평화 시위는 지난 수년에 걸쳐 알제리·수단·레바논과 이라크에서 재연됐다. 그들의 노력은 제한적인 성공을 거두는 데 그쳤지만 아랍인들과 무슬림이 칼리프 통치보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원한다는 사실을 평화적으로, 그러나 강력하게 보여줬다.

여기에 미국이 배워야 할 교훈이 있다. 바로 평온을 유지하는 것이다. 9·11 사태 이후 몇 달 동안 우리는 새로운 적에게 패배할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공황 상태에 빠졌고 국가 안보라는 이름 아래 안으로는 자유를 희생 제물로 바쳤으며 나라 밖에서는 전쟁을 치렀다. 이는 소련 연방에서 사담 후세인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직면한 위협을 턱없이 과장하는 미국적 전통의 일부였다. 새로운 적을 찾아 세계 곳곳을 정탐 중인 지금,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은 ‘적’을 과장 없이 제대로 평가하고 신속히 대응하되 지레 겁먹고 허둥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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