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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보유세 개편' 엇박자..송영길, 당내 반발에도 '마이웨이' 예고

[재보선 참패 한달…갈피 못잡는 부동산 정책]

송영길 "1주택 공제 한도 확대"

홍남기는 "9억→12억 조정 검토"

규제 놓고 불협화음…혼란 심화

민주당, '대선 앞 민심 잡기'

재산세·종부세 경감 입장도 고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현황 관계부처 보고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권욱 기자




정부와 여당이 보유세 등 부동산 규제 완화와 관련해 엇박자를 내면서 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영길 신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가 지난 2일 대표 선출 직후 1가구 1주택자 공제 한도를 확대하거나 과세 이연(차익 실현까지)하는 것도 논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 청문회 답변 자료에서 종부세 부과 기준 상향 조정과 관련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종부세 기준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과 관련해 "문제 제기는 받아들인다. (종부세 완화를)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말해 당정 간 이견이 노출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부동산 보유세가 2019년의 2배인 12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대출과 세제 개편에 대한 당정 간 불협화음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송 대표는 4일 국회에서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로부터 주택 정책 현황을 보고 받고 부동산 정책 수정 작업을 예고했다. 그러나 부동산 관계 부처 수장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 직무대행은 앞서 “(종부세 기준을 정한 지) 12년이 흘렀는데 주택 가격이 최저 20%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지되는 데 대한 문제 제기는 받아들인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기준 변화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대출 규제 완화 등과 관련해 다른 판단을 내놓았다. 노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주택 시장과 가계 대출에 대한 영향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사실상 종부세 완화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이처럼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놓고 당정 간 이견이 속출하는 가운데 송 대표는 우선 금융과 세제 보완책에 대한 당 차원의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현행 40~50%에서 10%포인트씩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현재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상태다. 또 공시가 현실화율 속도를 늦추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송 대표는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하반기에 본격적인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해 여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은 만큼 종부세 부담률 데이터를 확보한 뒤 완화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현황 관계부처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욱 기자


송영길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한 직후부터 여권이 부동산 정책 기조를 놓고 갈등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와 친문계 의원들은 종합부동산세 등 기존 정책의 골격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송 대표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라도 과감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 대표는 부동산 문제를 다루는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던 진선미 의원도 전격 교체하면서 강도 높은 변화를 예고했다. 민주당 새 지도부가 부동산·백신 문제 해결에 전력투구하면서 검찰 개혁 등 강성 지지층이 요구해온 개혁 과제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송 대표와 지도부는 4일 오후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 관계자를 소집해 주택정책 현황을 보고받았다. 이를 토대로 송 대표는 무주택자와 1주택자를 위한 금융·세제 1차 보완책을 이달 중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실수요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무주택자 등을 대상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송 대표는 지난 당 대표 경선에서 경쟁자 중 유일하게 생애 첫 주택 구입자를 위한 ‘LTV 90% 완화’라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송 대표는 정부와 당내 의원들의 반발을 감수하더라도 과감한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송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송 대표는 당내 의원들은 물론 청와대와 공개적으로 갈등을 보이더라도 부동산 규제 완화가 대선 승리를 위해 필요하다면 반드시 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며 “당분간 혼란은 불가피하겠지만 송 대표가 물러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송 대표는 당내 부동산특위 위원장으로 임명됐던 진 의원을 전격 교체하는 승부수도 던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으로서 특위를 이끌어온 진 의원은 지난해 11월 서울 동대문구 임대주택 방문에서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발언해 부동산 실수요자들의 분노와 반발을 샀다. 부동산 정책 보완 작업을 주도하는 부동산특위 위원장을 교체하면서 당 안팎에서는 기존 부동산 정책에 대한 수정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왔다.

새 지도부는 대출 규제 외에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도 경감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재산세는 이달 중으로, 종부세는 늦어도 하반기 안에 1주택자 위주로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조치를 취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재산세의 경우 공시가 6억∼9억 원 구간에 대한 조정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부동산 보유세가 2년 만에 두 배 증가했다는 객관적인 자료도 나온 만큼 공시지가를 현실화해 재산세 부담을 낮추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종부세 역시 대상자가 증가하고 세금 규모가 대폭 늘어난 게 현실이다. 기재부로부터 정확한 데이터는 받아야 하겠지만 내년 대선 전에 손을 보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정책 방향을 두고 당내에서는 한동안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친문계를 비롯한 상당수 의원들은 종부세 경감 등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새 지도부에 들어간 강병원 최고위원이 전날 “종부세 완화는 잘못된 처방”이라고 못 박은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첫 회의가 열린 부동산특위에서도 다수의 참가자들은 규제 완화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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