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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베르테르' 티켓값 10분의1, 영화관에서 뮤지컬 봐도…괜찮을까?

뮤지컬 ‘베르테르’ 공연 장면 /사진=CJ ENM




장기간 연극과 뮤지컬을 보고 쓰며 공연 실황 영상을 갖고 싶었던 작품들이 여럿 있었다. 뮤지컬 ‘베르테르’의 감성, ‘서편제’의 절규, ‘두 도시 이야기’의 희생, 연극 ‘푸르른 날에’가 말하는 5.18까지. 기억할 수는 있어도 다시 볼 수는 없다는건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릴 때마다 온갖 수다를 쏟아내게 했다. 그러나 정작 말이 끊기고 나면 모두들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5일 CGV를 통해 공개된 뮤지컬 ‘베르테르’ 20주년 공연 실황에 거는 기대는 어떤 작품보다 컸다. 초연부터 폭발적인 마니아층을 만들어낸 창작뮤지컬, 재정문제로 엎어지려 하자 팬들이 자발적으로 모금을 해 살려낸 전설적인 작품. 완성도 있는 이야기로 관객의 감성을 끌어올리는 연극같은 뮤지컬. 팬들에게는 추억을, 뮤지컬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공연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확신했다.

‘베르테르’는 감성적인 작품이다. 수백가지 꽃내음이 사랑스러운 발하임. 자석산의 전설을 인형극으로 풀어내는 롯데를 보며 첫눈에 반해버리는 베르테르. 꽃 이야기를 하며 친구가 되고, 고백하려는 순간 약혼자 알베르트의 존재를 알게되며 무너져 내리는 마음. 결국 도저히 감출 수 없는 마음을 모두 쏟아내고는 사랑의 기억을 간직한 채 영원히 사는 방법을 택하는….

뮤지컬보다 음악극, 노래가 있는 연극이라 표현해도 될 만큼 작품은 관객들의 감성을 오롯이 순수한 사랑에 맞춘다. 대문에 캐스팅에 따라 완성도의 편차가 극과 극으로 나뉠 수 있다. 관객들이 공연 초반부터 베르테르의 감정에 이입되지 않는다면 순수한 사랑은 자칫 집착으로 보일 수도 있다. 롯데가 그저 예쁘고 사랑스런 여인으로 보인다면 후반 감정의 혼란스러움은 이해되지 않는다. 법관 알베르트가 이성만 강조한다면 권력으로 낮은 자들을 누르는 편협한 권력자가 된다. 이들의 조합이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이야기는 그때부터 자석산으로 끌려간다.

뮤지컬 ‘베르테르’ 공연 장면 /사진=CJ ENM




실황 영상에 출연한 배우들은 완벽한 호흡을 보였다. 2015년에 이어 지난해 다시 무대에 오른 규현의 베르테르는 정점에 다다랐다. 롯데에게 반한 눈빛으로 설렘을 전하기부터 결코 내려놓을 수 없는 사랑에 ‘한번만 사랑해달라’고 절규하기까지의 변화는 ‘아이돌’의 편견을 깨고 그가 현 시점에 베르테르를 가장 잘 연기할 배우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이지혜 역시 완숙한 롯데를 표현했다. 순수하고 사랑스런 여인에서 출발해 끝내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감정을 쏟아내는 몰입이 돋보였다. 햇수로 10년간, 알베르트를 가장 오래 연기한 이상현은 팬들에게 왜 본인이 ‘알베르트 장인’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지 확실하게 증명했다. 이성적 판단 뒤에 롯데를 향한 진심어린 사랑이 읽혔다.

다만 스크린을 통해 상영하기에는 부족한 화질과 거친 카메라 움직임,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는 화면 전환 등의 문제가 보이기도 했다. ‘공연’을 생각하고 접근하기에는 초반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작품과 배우들의 힘이 돋보였다. 이날 실제 공연을 봤다면 많이 놀랐겠다 싶을 만큼 작품의 감성은 충분히 전달했다.

최근 등장하는 각종 뮤지컬의 공연실황 중계나 영화관 상영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10만원대 후반에 육박하는 공연을 10분의1 가격에 볼 수 있다는 점은 아주 매력적이다. 인기 있는 공연과 캐스팅의 경우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향후 아쉬움이 많은 팬들과 비싼 공연을 접하기 어려운 관객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수도 있다.

/최상진 기자 csj84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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