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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업
수주잔고 2.5년과 조선업 슈퍼사이클은 무슨 관계가 있나 [서종갑의 헤비뉴스]

수주잔고 2.5년…선사에서 조선소로 협상 우위 넘어가는 기준점

빈 도크 없어지자 계약 가려받는 조선사들…“선가 서서히 오른다”

저가 수주·‘헤비테일’ 계약 여파 2024년이나 돼야 본격 실적 개선

긴 어둠속을 뚫고 나오는 태양은 찬란하고 강렬한 모습을 보여준다.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로 지금 우리는 유례없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계는 이 같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연말에 많은 수주를 받으며 내년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막 떠오른 태양이 건조 중인 배 위로 비추는 찬란한 빛처럼 우리 경제도 내년에는 힘찬 성장을 기대한다. 경남 거제 대우조선소 일출./거제=성형주기자




한국조선해양(009540)은 올 1분기 컨퍼런스콜을 하면서 ‘조선업 슈퍼사이클 초입론’을 띄웠습니다. 이때 든 주요한 근거가 수주잔고를 2.5년 확보했다는 겁니다. 현재부터 추가 수주를 받지 않아도 도크를 비우지 않고 일할 물량이 2.5년치 쌓여있다는 말입니다. 수주잔고 2.5년이 되면 어떤 변화가 생기기에 슈퍼사이클을 ‘감히’ 예상하는지 알아봤습니다.

재무구조 개선은 2024년부터

대규모 설비 투자를 기반으로하는 하는 조선업은 장치산업인 동시에 수주산업의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드넓은 부지에 배를 짓기 위한 도크와 기자재를 마련해 두고, 이를 운영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인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한 번 거금을 투자해 만들어 놓으면 여간해서는 경쟁자가 치고 들어오기 쉽지 않은 사업 구조입니다. 시장의 경쟁 강도가 적당하다는 가정 하에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인 셈입니다. 그러나 만약 수주가 원활하지 않아 도크를 놀리게 되면 인건비와 기자재 등 관리 비용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갑니다. 도크가 비면 곧장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조선사들은 저가 수주를 해서라도 도크를 놀리는 상황만은 피하려고 합니다. 이 상황에서는 선사가 선박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주잔고가 얼마나 차야 조선사가 선박 가격 결정권을 가져갈까요. 경험칙 상 대략 2.5년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합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박들이 생산된다고 보면 2~3년 정도 걸린다고 봅니다. 선사들도 2~3년 안에는 배를 받는다고 보고 발주를 넣는다는 겁니다. 수주잔고 2.5년은 선사가 배를 인도받길 기대하는 기간과, 조선사의 선박 생산 기간 사이의 평균점인 겁니다. 2.5년 이상 물량을 가지고 있다면 조선소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상황이 됩니다”고 설명합니다. 즉 선사의 기대와 조선사의 생산 역량 간 절묘한 기준점이 2.5년이라는 설명입니다.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연합뉴스


재무구조 개선은 2024년부터

수주잔고 2.5년이 넘어가면 꿈쩍않던 선박 가격이 서서히 올라가는 기적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보통 수주 잔고가 2.5년치 이상이 있다. 어떤 현상이 벌어지냐면요. 조선사들이 일감을 가려서 받습니다. 선박 가격이 그렇게 쉽게 올라가지 않거든요. 그런데 조선사들이 계약을 안 맺으려고 하니 선사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가격을 올려서라도 계약을 하려고 하는 겁니다”고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 ‘이건 세계 1등 조선소 한국조선해양에만 해당하는 사항 아닌가,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아직 수주잔고가 2년이 채 안되니 이곳에서 저가 수주를 하면 선박 가격을 올리기 힘들지 않나’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아니랍니다. 양 연구원은 “1등 업체에서 선가를 올릴 움직임을 보이면 다른 조선사에서도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가격을 높여 수주에 들어갑니다. 국내 3사는 대체로 비슷하게 움직인다고 보면 됩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영향에 최근 조선업계에는 ‘저가 수주’ 논란이 쏙 들어갔습니다. 양 연구원은 “최근 몇 달 간 수주가 몰리며 신조선가 확연히 상승세를 탔다”고 했습니다.

참고로 조선산업을 두고 우리와 경쟁하는 중국 상위 업체의 현재 수주 잔고는 평균 2년 이상이고 일본은 채 1.5년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국조선해양 조선소 전경./사진제공=현대중공업그룹


재무구조 개선은 2024년부터

조선업은 수주 산업 특성 상 선박 계약을 맺은 시점과 실제 재무에 수익으로 잡히기까지 ‘시차’가 있습니다. 최근 수주가 몰리고 선박 가격이 올라 간 실적이 재무제표에 반영되려면 적어도 1.5년은 지나야 합니다. 잇단 수주 랠리에도 올 1분기 조선 업체들의 실적이 바닥을 기었던 이유입니다. 한국조선해양의 경우 2018~2020년까지 연간 실적이 각각 4,814억 원 적자, 2,902억 원, 744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세계 1위 조선사라는 명성과 달리 영업이익은 귀여운 보입니다.

2023년 하반기, 2024년까지는 이처럼 귀여운 실적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양 연구원은 “보통 조선사와 선주가 계약을 맺을 때는 전체 금액의 20%를 5회에 나눠 지급합니다. 그러나 조선사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최근 몇 년 사이 ‘헤비 테일(heavy tail)’ 계약이 일반화됐습니다. 조선사에 불리한 계약인데요. 선금을 40% 받고 마지막에 잔금 60%를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조선사 입장에서는 선금을 받은 후 중간, 중간 지급해야 할 대금들을 은행 대출을 통해 마련해야 하고 추가적인 이자 부담이 들게 돼 수익성이 더 악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주 경쟁으로 저가에 계약을 맺은 데다가 조건도 불리한 셈입니다”고 합니다. ‘풍요 속 빈곤’. 현재 우리 조선업계를 보고 떠오른 말입니다.

※‘서종갑의 헤비(HEAVY)뉴스’는 조선·해운·철강·기계·방산·상사 등 중후장대 산업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드리는 연재입니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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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김언수 장편소설 '뜨거운 피' 여주인공 인숙의 말입니다. 남 탓, 조건 탓하며 현실과 타협하는 부끄러운 기자가 되지 않으려 오늘도 저항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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