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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24시] 임기 말 남북 관계의 맹점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이내로 들어왔다. 내년 3월 선거를 고려하면 10개월로 줄어든다. 단임 대통령제 임기 말은 복잡하다. 하산이 시작된다. 청와대를 지키던 ‘어공’과 ‘늘공’의 심중은 복잡하다. 순장조에 포함되지만 내심 하산 길에서 살 길을 찾는라 암중모색에 여념이 없다. 9월 가을 바람과 함께 여·야 차기 대선 후보가 정해지면 정책은 급속하게 표류하고 공직 사회는 복지 부동이다. 1987년 직선제 이후 수십 년 간 반복해온 청와대와 관가 표정이다.

부화뇌동하는 또 하나의 그룹이 평양 수뇌부다. 지난 3월 16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족집게처럼 임기 말 남북 관계를 거론했다. 그는 “임기 말기에 들어선 남조선 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말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마지노선인 30%가 붕괴됐다. 대북 정책은 ‘잘못한다’가 57%로 ‘잘한다’ 24%를 크게 앞섰다. 부정 평가에서 대북 정책은 부동산, 공직자 인사, 경제정책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전례 없는 3차례 정상회담과 문 대통령이 평양 15만 군중 앞에서 연설하고 백두산도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등정했는데 국민들은 왜 대북 정책에 압도적으로 부정적일까. 문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서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할 만큼 했다’는 표현을 사용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얼리티쇼 여부에 상관없이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남북 정상이 한반도 미래를 이야기했다는데 누가 성과를 못 냈다고 비판하겠는가.



부정 평가의 실마리는 청와대의 일편단심 향북(向北)정책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작년 6월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예고 시점부터 대남 독설의 달인으로 부상한 김여정의 폭언은 차마 입에 담기 어렵다. 정부에 대해 ‘태생적인 바보’ ‘떼떼(말더듬이)’ ‘미친 개’ 등 막말도 쏟아냈다. 3월 30일 담화에서는 문 대통령을 향해 ‘뻔뻔스러움의 극치’ ‘그 철면피 함’ ‘미국 앵무새’ 등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대통령은 국격의 상징인데 왜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할까. 국내 반문 세력에게는 가차 없는 압박을 하는 온라인 문빠들은 어디로 갔을까. 할 말은 하면서 대북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참모들은 3년 전의 따듯한 봄날을 리바이벌해야 하는데 맞대응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한발 더 나가 막말은 대화를 촉구하는 표현이라고 아전인수 해석까지 추가한다. 공정과 공평을 내세우는 MZ세대는 물론 중장년층도 북한의 막장 행태에 침묵하는 청와대에 울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당국 간 회담을 하고 비핵화와 평화를 논의하다가 이견으로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이해 할 수 있다. 전쟁이 없어 상대에 대한 적개심이 강하지 않았던 동·서독도 수십 년 간 협상과 대화가 필요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해 말 김여정의 하명으로 대북전단방지법이 통과됐다. 그의 막가파식 행태에 대한 청와대의 초지일관 저자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혹시 그들이 다시 손을 내밀지 모른다는 미망으로 평양을 오판한다면 대북 정책의 부정 평가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임기 말의 초조감을 빌미로 남측을 흔드는 북측의 조폭 입장에 대해 따끔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것이 국민들의 불쾌감을 달래는 첩경이다. 플로리다에서 퇴임 후 골프를 즐기는 전임 미국 대통령에 대해 변죽만 올리고 성과를 내는데 실패했다고 비판하여 긁어 부스럼을 내는지 구중궁궐 밖에서는 알 수가 있다. 오매불망 평양 올인 정책의 부작용이다. 이달 하순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문 대통령이 평양만 감싸고 든다면 이것 역시 불공정 행위다. 과정은 공정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어록이 대북 정책에서 지켜지지 않는데 대해 국민들의 실망감은 팽배해지고 있다. 2007년 10월과 같이 무리한 임기 말 남북 정상 이벤트는 이제 내려놓아야 한다. 김여정의 막말과 청와대의 저자세가 지속되면 대북 정책이 부정 평가 1순위로 올라가는 것도 시간문제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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