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뒤늦게 코로나19 예방접종시스템 인프라 확대에 착수했다. 이달 중 증설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지만 그 전에 예약자가 폭증하면 제대로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부실한 예방접종시스템 인프라가 올 상반기 1,300만명 1차 접종 목표 달성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및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추진단은 지난 3일 ‘코로나19 예방접종시스템 운영 인프라 임차’ 사업을 공고했다. 약 6개월 동안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서버 및 서버관리 솔루션 자원 등을 기업으로부터 빌려서 확보하겠다는 내용이다. 동시에 대규모 인원이 접속할 경우를 대비한 전자순번대기표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추진단은 “65세~74세 접종예약일정을 고려해 최단기간(5월) 내 인프라증설 필요하다”며 “사업비는 8억7,250만 원이며 입찰은 오는 12일 시작돼 14일 마감한다”고 밝혔다.
의료계와 IT업계는 인프라 확대 이전에 접속자가 몰리는 등 과부화 현상이 나타나면 원활한 대응이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달 반 가량 남아있는 올 상반기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자가 785만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실제 70∼74세 연령층과 만성 중증호흡기 질환자 대상으로 코로나19 예방접종 예약을 시작했던 지난 6일 오전 10시께 접속자가 몰리자 예약 시스템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에 대해 “서버를 재가동하는 상황에서 일시적인 중단 증상이 있었다”며 “장애가 생기지 않도록 전담 팀이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T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시스템에 동시에 접속하다 보니 문제가 생겨 운영시간 중에 재가동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뒤늦게 예방접종시스템 인프라 확대에 나서다 보니 이달 말이 되어서야 보강이 완료된다는 점도 문제다. 인프라 확대가 완료되는 이달 말 이전에 대규모 예방접종 예약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또 다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오는 10일에는 이 보다 많은 65~69세 고령자 283만8,000명의 예약이 시작되고, 13일에는 60~64세 고령자 및 유치원·어린이집·초1~2교사 436만7,000명 예약도 진행된다. 지난 6일 예약 대상자 수는 211만7,000명 가량으로 이 보다 훨씬 적었지만 예방접종시스템 서버가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해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리는 상황이 종종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증설을 빨리 완료하지 못하면 ‘먹통 현상’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추진단이 인프라 임차 공고를 낸 것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백신 접종을 앞둔 상황에서 예약시스템 부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며 “과부하가 발생해 예약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면 전국적인 혼란은 물론 접종 속도에도 영향을 끼쳐 집단면역 달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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