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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반도체 경쟁력 높여야"...이재용 사면 가능성 열어둬

■취임 4주년 특별연설

"국민 의견 충분히 듣고 판단"

신중론 속 기류변화 움직임

"부동산 정책 죽비 맞고 번쩍"

野 "K방역·경제회복 자화자찬"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과 관련해 “국민 공감대를 고려하겠다”면서도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사면을 직접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특별연설·기자회견에서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질문에 “형평성, 과거의 선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다만 “지금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더 높여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며 “충분히 국민들의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최근까지 사면 검토 가능성조차 부정했던 청와대의 공식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또 장관급 후보자들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안 주기 식 청문회 제도로는 좋은 인재들을 발탁할 수 없다”고 말해 장관 후보자의 임명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해서도 “법무부 차관을 했다는 이유로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한다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며 “이제 검찰은 청와대 권력을 겁내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경제’라는 단어를 48번이나 언급하며 “소득 주도 성장이 코로나를 이겨내는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자평한 뒤 “적극적 확장 재정으로 올해 4%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하는 데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4·7 재보궐선거를 통해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며 “부동산 가격 안정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경제 회복과 코로나 탈출의 희망이 아직 희미한데도 대통령은 혼자 다른 세상에 살고 계신 것 같다”며 “지난 4년의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은 없고 독선과 아집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혹평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경제 회복 우선 ’ 여론에 달라진 '李 사면론'…시기상조서 '검토가능'으로

문 대통령이 이날 내놓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관련 발언은 강경했던 청와대의 기존 기조와 궤를 달리해 관심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결코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한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문 대통령 역시 사면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기업 경쟁력 회복이 우선이라는 여론에 문 대통령의 입장이 ‘시기상조’에서 적어도 ‘검토 가능’ 정도로는 전환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청와대는 국내 주요 경제5단체장이 이 부회장 사면을 청와대에 공동 건의한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당시 기자들에게 “현재까지 사면을 검토한 바 없으며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4일에도 이 부회장 사면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에게 “현재로서는 (4월 27일 내놓은 답변과) 마찬가지 입장”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국민들의 많은 의견을 듣겠다”며 여론에 공을 넘긴 점도 주목할 부분으로 꼽혔다. 국민적 여론만 먼저 형성되면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 사면을 마지못해 결심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특히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며 “경제계뿐만 아니라 종교계에서도 사면을 탄원하는 의견들을 많이 보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3월 31일 상공의 날 기념식에 취임 후 처음 참석한 자리에서 참모들에게 “기업인들을 활발히 만나 대화하라”고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현재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여론은 대체로 우호적인 편이다. 여론조사 업체인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의 의뢰로 지난달 24~25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부회장을 사면해야 된다’는 응답은 전체의 69.4%에 달했다. 데이터리서치(DRC)가 쿠키뉴스의 의뢰로 같은 달 26일 진행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1.2%가 이 부회장 사면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알앤써치가 데일리안의 의뢰로 4월 19~20일 실시한 조사 또한 이 부회장 사면 찬성 의견이 70%를 기록했다.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청와대의 인식 변화는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달라진 발언으로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1월 신년 기자회견 때만 하더라도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질의에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고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차원에서 사면을 요구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상식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이후 지난달 21일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는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해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이어 이날 특별연설 질의응답에서도 “(전직 대통령들 사면이) 국민 통합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하면서 판단해나가겠다”며 일단 가능성을 열어뒀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허세민 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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